이재용 복권 후 첫 해외출장..왜 추석연휴에 멕시코 갔을까
정유기지·하만사업장 등 찾아
직원숙소 깜짝방문 고충 들어
대영전자·현대그린푸드
협력업체와 현지서 소통
멕시코 대통령 예방해 환담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요청
12일 삼성은 이 부회장이 추석 연휴에 멕시코를 방문해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공장과 삼성엔지니어링의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에게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고 고객들과 동료 직원들을 위해 현장에서 헌신하는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지금은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감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미래를 개척하자"고 독려했다.
이 부회장은 9일 멕시코 중부지역에 위치한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공장으로 달려가 사업 진행 상황을 살피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전자는 케레타로 공장에서 미주 지역에 공급하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공장 로비에 전시된 세탁기와 냉장고 제품을 보며 현지 수요자들의 특성과 판매 현황 등을 점검했다. 또 케레타로 공장에서 근무하는 멕시코 현지 직원들과의 간담회도 가졌다. 이 부회장은 직원들이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이들이 겪은 어려움에 공감했다. 아울러 멕시코 현지의 워킹맘들이 육아와 업무를 어떻게 병행하는지에 대한 고충을 접하고 지원책에 대한 의견도 들었다.
이 부회장은 10일에는 멕시코 남동부에 위치한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은 삼성엔지니어링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설계·조달·시공(EPC) 프로젝트다. 이 부회장은 건설 현장 외에도 숙소·식당·매점·휴게공간으로 구성된 '삼성캠프'를 찾았다. 직원들이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예정에 없던 숙소도 깜짝 방문하고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들었다.
멕시코에 동반 진출한 국내 협력회사도 방문했다. 그동안 설, 추석 등 연휴 기간에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미팅을 하거나 해외 현지 사업을 점검한 적은 있지만, 공개적으로 협력사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가전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력제어부품 등을 현지에서 생산해 케레타로 공장에 납품하는 대영전자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대영전자는 1996년부터 25년 넘게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은 멕시코의 삼성엔지니어링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직원 숙소와 식당을 관리하는 협력사인 현대그린푸드 직원들과도 만나 담소를 나누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은 8일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을 찾아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이날 삼성이 2016년 인수한 전장기업인 하만 공장을 방문해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생산 현장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당초 이 부회장이 중남미 방문 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 8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면서 일정이 다소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다음 행선지는 파나마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이 해외 생산기지와 사업장을 돌며 임직원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만큼 국내외 조직 다지기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조만간 회장으로 승진하고,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복귀해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회장 취임과 함께 자신의 경영철학을 뒷받침하고 삼성그룹의 미래 사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부활시킬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주에 '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해 2050 탄소중립 달성과 RE100 가입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초 IFA 2022가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해 "실천할 수 있고 달성 목표가 뚜렷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복권되면서 리더십을 회복한 삼성에 대한 국내외 평가도 좋은 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일 삼성전자의 기업 신용등급을 기존 'Aa3'에서 'Aa2'로 상향 조정했다.
[정유정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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