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사고 많은 곳' 베이스, KBO리그도 확대해야 할까
‘민족 대이동’이라는 말처럼 추석 연휴는 고향뿐 아니라 최근에는 여행지를 찾는 차량으로 일년 중 가장 차량 이동이 많은 기간이다. 이동 시 가장 조심해야 할 건 다름 아닌 사고. 운전자가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사고가 많은 구간은 차선이나 신호 교통 체계를 수정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야구에서도 선수들끼리 충돌로 사고, 부상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 있다. 바로 베이스다.
KT와 키움의 경기가 열린 지난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2회초 선두 타자로 타석에 선 KT 박병호는 투수 정찬헌의 가운데 높은 실투성 공을 잡아당겨 좌중간 2루타성 타구를 쳤다. 1루 베이스를 돌아 2루로 향하던 박병호는 2루수의 태그를 피하고자 2루 베이스 왼쪽으로 들어갔다. 결과는 세이프. 그러나 박병호는 슬라이딩이 아니라 선 채로 태그를 피하며 베이스를 밟다 오른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오는 13일 정밀 검진을 받아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지만, 한두 달 내 복귀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키움의 핵심 선수 김혜성도 베이스에서 다쳤다. 김혜성은 지난 3일 문학에서 열린 SSG와의 원정 경기 8회 2사 2루 상황에서 투수 김택형의 공을 잡아당겨 1루수 땅볼 타구를 쳤다. 1루수가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김택형에게 송구했고, 김택형은 포구한 뒤 미끄러졌고 김혜성은 김택형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김혜성은 넘어지며 땅에 손을 짚다 왼쪽 가운뎃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뼛조각이 발견된 큰 부상으로 김혜성은 한 달가량 재활을 한 뒤 포스트시즌 경기에는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BO리그의 베이스 크기는 사방 15인치(38.1㎝)다. 경기 내내 상대 팀과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축구나 농구와 달리 야구에서 상대 팀 선수와 충돌이 나오는 곳은 대부분 베이스나 베이스 주변이다. 성인 발 2개보다 약간 큰 크기의 베이스를 서로 먼저 밟으려다 보니 선수들은 베이스 모서리 끝부분을 밟기 위해 연습한다. 그런데도 워낙 작다 보니 상대의 발을 밟은 건 예삿일이고, 박병호나 김혜성처럼 큰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2023시즌부터 베이스 크기를 기존 사방 15인치에서 18인치(45.72㎝)로 확대하기로 했다. KBO리그도 베이스 크기 확대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닐까. 기자의 질의에 이강철 KT 감독은 충분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감독은 “2루나 3루는 몰라도 (충돌이 워낙 잦은) 1루 베이스는 충분히 크게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부상은 선수 개인이나 팀은 물론, 최고의 전력으로 겨루는 경기를 볼 권리가 있는 팬들에게도 큰 손실이다. 베이스 크기 확대는 “팬 퍼스트”를 표방하는 KBO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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