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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넷플릭스, 한국 감독 참교육 중인가?

김범석
입력 2022. 9. 12. 15:00 수정 2022. 9. 1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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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범석 전문기자]

“두 시간 분량의 영화 ‘공작’을 약 100회차에 찍었는데 6부작 드라마 ‘수리남’은 138회차에 완성해야 했어요. 리허설 없이 촬영한 날도 많았는데 황정민 하정우 같은 배우들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으로 드라마에 첫 도전한 윤종빈 감독이 지난 9월 7일 제작발표회에서 한 말 중 밑줄 그을 만한 대목이다. 예산을 지키기 위해 리허설도 생략하고 슛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결정할 때까진 시어머니처럼 까다롭지만 서로 합의된 뒤엔 촬영과 편집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 쿨가이로 유명하다.

이에 화답하듯 ‘수리남’(Narco-Saints)은 공개 사흘 만인 12일 세계 8위(플릭스패트롤 집계)에 오르며 모처럼 K 콘텐츠의 실력을 보여줬다. 체면을 구긴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모범가족’ ‘서울대작전’과 달리 엄지척을 받은 것이다.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과 미국 마약단속국 DEA의 대결을 그린 이 분야 대부 격 ‘나르코스’만큼은 아니지만 350억 원의 비교적 적은 예산에 이 정도 퀄리티를 뽑아냈다는 건 분명 칭찬받을 일이다.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지만 한번 대세가 된 OTT의 위력은 당분간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올여름 ‘한산’이 천만 관객 동원에 실패하고, ‘공조2’가 외롭게 추석 극장가에 나온 것도 OTT가 바꿔놓은 풍경이다. 오죽하면 ‘공조2’의 경쟁작이 안방 1열을 노린 ‘수리남’이라는 말이 있을까.

그래서 많은 드라마, 영화 제작자들은 넷플릭스 코리아가 위치한 종로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린다. 이곳에 약 12명의 투자 담당자들이 지구촌을 겨냥한 K 대본을 선별, 심사하는데 이 허들을 통과하는 게 ‘인 서울’ 입시만큼 어렵다. 트리트먼트로 불리는 기획안이나 1~4회 대본이 심사 대상이 되는데 요즘 이석재 작가 버전의 드라마 '신과 함께'가 프리 바이(Pre-buy) 단계의 막바지 심사를 받고 있다. 물론 검증된 ‘작감배’가 붙으면 많은 가산점이 부여된다.

어렵게 심사에 통과되고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해도 예산을 오버하면 불이익을 피할 수 없는 게 '넷플릭스 룰'이다. 국내에선 예비비로 이를 커버하고 투자사도 감독을 보호하지만, 깐깐한 넷플릭스에선 통하지 않는다. 초과한 예산만큼 제작사의 지분을 회수하는 페널티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재규 감독의 ‘지금 우리 학교는’이었다. 넷플릭스는 이 드라마로 수천억 원을 벌었지만, 제작사는 고작 3억 원을 버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음 여린 감독이 조연들의 플롯까지 살리고 싶어 제작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수리남’의 제작사는 윤종빈 감독이 지분이 있는 영화사월광과 콘텐트리중앙의 종속회사 퍼펙트스톰필름. 제2의 이재규가 되지 않기 위해서였을까? 윤종빈 감독은 자신과 손발 맞춰본 숙련된 배우들로 출연진을 꾸렸다. 상황이 이렇자 ‘넷플릭스가 한국 감독들을 참교육하는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도 나온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가성비 좋은 작품을 만드는 한국을 리메이크 보급기지로 보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다.

한 영화사 대표는 “K 콘텐츠가 OTT에 탑재돼 지구촌에 진출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감독들의 창작욕을 지금보다 더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가성비로만 접근하면 조만간 루즈-루즈 게임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처럼 ‘너희가 제작비를 준수하고 잘 만들면 속편 기회를 줄게’도 좋지만 예산에 대한 현장 융통성을 좀 더 부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일부 제왕적 지위를 누리는 감독들에게 넷플릭스의 빡센 근무환경이 자아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쓴소리다. 한 프로듀서는 “유독 한국 감독들이 책임보다 권한이 많은데 우월감에 취해 OTT와 작업 중 직권남용으로 중도 하차하는 불상사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수리남' 윤종빈 감독(위)/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뉴스엔 김범석 bskim129@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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