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냉전 편승해 핵보유 정당화..핵실험시 中·러 반응 주목

김효정 2022. 9. 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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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반도 둘러싼 세력구도 명백..핵정책 바꾸려면 세상 변해야"
'비핵화-보상교환' 담대한 구상도 험로..정부, 당분간은 억제·단념에 집중할듯
2일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북한 김정은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회의 2일회의가 지난 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권 붕괴라며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2022.9.9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한층 공세적인 핵 위협에 나섰지만 국제사회의 단합된 북핵 대응은 더욱 까다로워지는 분위기다.

오히려 북한은 강화되는 신냉전 구도를 핵 보유 정당화 논리로 삼는 모습이어서 7차 핵실험 등 대형 도발이 일어날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개최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만약 우리의 핵 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며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과 전략적 지위로 보나, 우리 혁명 앞에 조성된 현 정세로 보나 제국주의 침략 무력에 비한 우리 국가의 확고한 군사적 우세는 필수불가결의 요구"라며 "조선반도를 둘러싼 세력 구도가 명백"해졌다고도 언급했다.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는 표현은 우선 좁게 보면 한국과 미국이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을 먼저 폐기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북한이 전통적으로 계속해왔던 주장인데, 최근 북한이 미중 갈등 등에 대해 드러내고 있는 정세 인식을 고려하면 보다 '큰 그림'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2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후 북한은 신냉전으로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반(反)제국주의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레토릭을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중국, 러시아, 북한이 미국과 나토 동맹들에 의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도 있다"며 "(최근) 북한이 비교적 새롭게 핵 보유의 정당성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세력균형적 측면"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한미일이 북핵 대응을 위해 취하는 각종 대비태세 강화 조치와 3국 안보협력 강화 등에 대해 자신들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고 인식하고 경계해 왔다.

북한의 '지정학적 특성' 등을 거론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미중 간 대립 구도가 고착되는 한 자신들도 핵무력 강화를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핵이 오히려 세력균형 측면에서 중러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간접적 선전이자, 미중 갈등에 편승하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지난달 22일 "조선(북한)은 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엉킨 아시아태평양의 요충지에서 핵전쟁을 억지하고 지역의 안전을 보장하는 '자기의 책임적인 사명'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한 데도 이런 인식이 담겨 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의 전략적 갈등 구도를 넘어 북핵을 다시금 전략적 '부담'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가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임에도 지난 5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이후 미국이 추진한 새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반대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에까지 나선다면 중·러의 외교적 부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오는 10월 16일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둔 중국은 북한 핵실험을 자제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부는 중국, 러시아와 소통을 계속 이어가며 북한의 도발 중단과 대화 복귀를 위한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오는 15∼17일 방한하는 계기에도 북핵 문제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춘 경제·안보 보상 조치가 담긴 '담대한 구상'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도 일방적 압박이 아닌 협상에 준비돼 있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과 러시아도 한반도 비핵화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고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에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핵보유국 지위가 불가역적'이 됐다고 강조하면서도 핵정책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은 나름대로 태도 변화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이 현재로서는 "(비핵화를 위한)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며 협상 자체를 거부한 상황이라 당분간은 정부로서도 억제력 강화와 핵 개발 단념을 위한 대북 압박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이후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핵 개발은 단념시키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 비핵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총체적인 접근을 흔들림 없이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군사적으로 억제 능력을 강화하면서도 미·일·중·러 등 주변국들이 북핵 해결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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