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첫 추석 뒤 복귀..앞에 펼쳐진 세 가지 숙제
담대한 구상, 미국 인플레감축법 '외교전'
정책기획수석→국정기획수석 전환 '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추석 연휴를 마치고 오는 13일 국정 일선에 복귀한다. 연휴 기간 민생 현장을 화두로 잡아 광폭 행보를 폈다. 복귀 뒤에는 만만찮은 숙제들이 기다린다. 정기국회를 맞아 거대 야당과 대화 물꼬를 터야 하지만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기소로 협치는 칼끝에 섰다. 외교·안보 문제는 미·중 갈등과 경제 이슈로 한층 복잡해졌고, ‘1기 내각’ 완성은 여전히 난망하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어려운 민생으로 마음이 무겁다”면서 “물가 관리에 더욱 신경쓰고, 자영업자 대출 문제도 세심하게 살피겠다. 수해로 피해를 입은 분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밝혔다. 연휴 기간 만났던 시민들과 국군장병, 수해 지역 자원봉사자 등을 언급하며 “빛나는 연대 정신으로 우리는 빠르게 일상을 회복할 것”이라고도 했다.
연휴 행보도 민생에 맞췄다. 지난 9일엔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노숙인 등에게 배식 봉사에 나섰고 이어 통인시장으로 가 상인과 시민들에게 추석 인사를 했다.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을 한 것을 포함하면 공식 일정만 3개로 평상시와 큰 차이가 없었다. 추석 당일인 10일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과의 오찬, 해외파병 부대원들과의 화상통화 일정 등을 소화했다. 마지막 날인 이날은 비공개 일정으로 청와대를 찾아 장애예술인 특별전을 관람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 걸었던 김현우 작가의 작품을 이 전시회에 대여했다.
추석 뒤 국정은 난제가 쌓여있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대국회 관계설정부터 새로 해야 한다. 정부 출범 뒤 첫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국정감사, 주요 법안 처리가 이뤄지게 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협조가 필수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민주당은 검찰이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을 윤석열 정부의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별검사(특검) 법안 처리를 두고도 대치가 예상된다.
대국회 관계를 풀 계기로는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이 꼽힌다. 이 역시 매끄러운 조율은 기대하기 어렵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도부 구성까지 ‘가처분 리스크’ 등 산을 넘어야 하고, 야당과도 조속한 회동 의지를 확인한 것 외에는 진전이 눈에 띄지 않는다. 윤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통상 국정감사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고 예산심사 국면으로 넘어가는 10월 말~11월초에 열린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치고 9월 말 귀국하는 점을 고려하면 시정연설 전까지 한 달간의 길지 않은 시간이 남는다. 이 시기 동안 야당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경색 국면을 풀어야 예산 협조의 길이 넓어진다. 정부 출범 200일을 넘겨 야당 대표와 회동한 박근혜 정부를 제외하면 노무현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대통령과 야당 대표 정식 회동은 이르면 20일, 늦어도 70일 정도에 이뤄졌다.
외교·안보 문제도 추석 뒤 바로 맞닥뜨리게 된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 출국해 영국 런던에서 거행될 엘리자베스 2세 국장과 미국 뉴욕에서 열릴 유엔총회 등에 참석한 뒤 24일 귀국한다. 기조연설에선 윤 대통령이 밝힌 대북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을 국제사회에 천명하고 설득을 얻어내야 한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추진 중인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선 복잡한 외교함수를 풀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선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의제로 삼아 외교전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인사 문제도 주요한 숙제로 남아있다. 윤 대통령 취임 125일째 되는 이날까지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은 미완성이다. 후보자가 연속낙마한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는 연휴 돌입 직전 내정자를 발표했지만,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박순애 부총리 사퇴 이후 한달 넘게 공석이다. 정기국회 초반에 지명해야 예산안 정국에 돌입하기 전에 ‘완성체 내각’이 될 수 있다.
대통령실 내부의 조직·인적 개편은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은 오는 13일자로 최근 신설한 정책기획수석의 명칭을 국정기획수석으로 바꾸는 등 세부조정을 단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국정기획수석 산하의 기획비서관은 국정기획비서관으로, 연설기록비서관은 국정메시지비서관으로 명칭이 바뀐다. 그대로 남은 국정과제비서관에 더해 홍보수석실 산하의 국정홍보비서관이 옮겨오며 4비서관 체제가 된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취임 100일을 계기로 국정운영 기조와 국정과제 목표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정부 전 부처로 원활하게 전파되고, 상호 긴밀한 소통 속에 이행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관장은 대외협력비서관, 디지털소통비서관은 뉴미디어비서관으로 각각 명칭이 바뀐다. 앞서 대통령실은 추석 전 시민사회수석실에서 디지털소통비서관(뉴미디어비서관)을 홍보수석실로 옮기고 해외홍보비서관을 신설하는 등의 확대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홍보수석실은 홍보기획·대외협력·뉴미디어·해외홍보 비서관과 대변인을 산하에 두게 됐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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