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바이 아메리칸' 치적화에..동맹은 반발, 고용효과는 '흐릿'

이본영 2022. 9. 1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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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바이든, 전기차·반도체산업 미국 유치 주력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가 만든 것 사자"
언론에선 경쟁 제한, 효과 한계 등 지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오하이오주 뉴올버니에서 열린 인텔 공장 기공식에서 성조기를 매단 굴삭기를 배경으로 연설하고 있다. 뉴올버니/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이뤄낸 입법 성과를 내세우며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이 입법의 한계와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오하이오주 뉴올버니에서 인텔이 200억달러(27조6600억원)를 들여 짓는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중서부의 공업지대가 돌아왔다”며 “반도체 칩의 미래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방정부의 투자가 민간 투자를 이끌어낸다. 그게 일자리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 짓는 반도체 생산시설에 거액의 보조금을 주는 ‘칩과 과학법’(지난달 9일 발효)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운 것이다.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한 오하이오주는 제조업 쇠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러스트벨트’ 지역이자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바뀌는 ‘스윙 스테이트’이기도 하다. 보수가 괜찮은 제조업 일자리를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날 기공식은 자기 정책을 어필하는데 제격인 행사였다.

하지만 ‘칩과 과학법’이나, 북미산 전기차만 보조금 대상으로 삼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미국 여러 언론들이 비용 대비 효과나 ‘경제 왜곡’ 가능성을 들어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하이오주 인텔 공장은 최근 몇년을 통틀어 미국에서 이뤄진 가장 큰 투자라면서도, 제조업 기반 강화 정책은 경기침체 가능성, 투자자들의 변덕, 노동력 부족 상황에서 기술자들을 길러내야 하는 등의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뉴욕 타임스>도 이날 칼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 아메리칸’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닮았다면서, 1920년 발효된 상선법의 부작용을 소개했다. 이 법은 미국 항구들 간의 운송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75% 이상 미국인 선원을 쓰는 배만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쟁 등 유사시에 해상 운송을 미국 배와 미국 기업이 맡게 하고 일자리도 확보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카토연구소는 이 법에 따라 운용되는 상선이 1980년 257척에서 올해는 93척까지 줄었다고 했다. 외국 기업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미국 조선업체들과 해운업체들이 비싼 값을 매기자 고객들이 트럭이나 기차로 옮겨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선법을 모범적인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대론자들은 보호주의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는다. 그 때문에 미국 동북부 6개 주 주지사들은 7월에 에너지부에 상선법 적용을 유예해 달라는 서한까지 보냈다. 멕시코만의 미국 생산시설에서 나온 액화천연가스(LNG)를 가져오려면 미국 배를 써야 하지만 미국 조선업체들이 엘엔지 운반선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도 같은 날 칼럼에서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늘리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부품이 적게 들어가는 전기차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재편되면 이 분야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외로 나갔던 일자리들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 고용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미국 경제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었는데 강력한 제조업 육성책을 펴는 게 맞냐는 문제 제기도 했다. 이와 함께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많은 우호국들의 공급망에서 빠져나온 차에만 보조금이 제공된다며 동맹국을 차별하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한국이 이 법에 대해 해온 문제제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미국 정치권 일부에선 반도체 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높은 이윤율을 보이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막대한 지원은 기업들의 정부 의존성을 키우고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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