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에서 은퇴한 '제독신' 박준효 "팀원, 팬들 덕에 우승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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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효는 피파온라인4 최초로 전술 복사 100만 회를 넘겼을 정도로 오랫동안 전술의 대가로 인정받아왔다. 특히, 실제 축구의 전술을 피파온라인 게임 내에서는 구현할 수 없다는 편견에 맞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제로톱 전술 등을 게임 내에 녹여내는 디테일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프로게이머를 하는 동안 '무관'의 꼬리표가 박준효를 따라다녔다.
그런 그는 은퇴 직전 마침내 들어 올린 두 번의 우승 트로피를 생각하며 함께 해준 팀원들과 팬들을 떠올렸다. eK리그 우승 후 인터뷰에서도 광동 프릭스 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던 박준효는 이번에도 "동생들이 잘 따라와 준 것 같다"며 공을 돌렸다. 또, "무관 타이틀을 가진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엄청 많았다"며 "그렇게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에 소위 말하는 성불을 한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이 밖에도 지도자에 대한 생각, 차기 EACC 해설을 맡게 된 계기 등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Q,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A, 안녕하세요. 이제는 은퇴를 했기 때문에 선수가 아닌 BJ이자 유튜버 박준효라고 합니다.
Q, 지난 eK리그 최종전 인터뷰에서 EACC 이후 은퇴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영광스러운 우승의 기억과 함께 EACC 역시 끝이 났다. 은퇴 후의 근황이 듣고 싶다.
A, EACC 끝나고 한 달 정도 됐는데 개인 방송, 유튜브 업로드 같은 활동을 하나도 하지 않고 정말 쉬기만 했다. 또, 생각할 게 많아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Q, 어떤 부분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는지가 궁금하다.
A,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선수로의 인생에 집중해왔는데 그러는 동안 인간 박준효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인생을 잘 살아왔는지, 대인관계는 어땠는지, 가족들에게는 잘했는지와 같은 부분들을 되돌아봤다. 또, 선수를 은퇴한 현시점에서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계획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다.
Q, 조금은 늦었지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EACC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우승 소감이 궁금하다.
A, 사실 은퇴가 확정된 상황에서의 마지막 대회였던 만큼 한 경기라도 나가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코치처럼 뒤에서 동생들을 잡아주는 역할로 대회를 참여하기로 이야기가 돼 있기도 했고, 동생들도 그렇게 해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 역할에 집중했는데 동생들이 잘 따라와 준 것 같다. eK리그 시즌1 때는 반반의 느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EACC에서는 제가 요구하거나 피드백을 한 대로 바로 경기에서 드러났기 때문에 호흡으로는 최상의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우승할 만했다고 생각한다.
A, 피파온라인2 때부터 준프로 생활을 했는데 우승과는 거리가 너무 먼 사람이었기 때문에 엄청 많은 고민을 했고, 또 스트레스도 받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오랜 기간 결승, 4강에서 미끄러지니까 부모님이 용하다는 사주집을 다니면서 이름을 바꿔보자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런 선수 생활을 하다가 비로소 은퇴 직전에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것을 내려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징크스를 많이 가진 선수였다. 특히, 피파온라인3 시절이 가장 심했다. 당시 대회 기간이 되면 먹는 것부터 속옷, 문밖 나갈 때 먼저 나가야 하는 발 등에 강박을 가졌다. 연습도 가장 먼저 시작해서 가장 늦게 끝나야 하는 사람이었을 정도로 피곤한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피파온라인4로 넘어오고 팀원들과 같이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팀에서 제가 맏형, 또는 리더인데 계속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까 동생들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동생들을 위해서 징크스를 없애려고 노력했고, 오히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까 프릭스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팀이 지속적으로 상위권에 입상하면서 계속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후 팀 이름이 광동으로 바뀌고 (최)호석이가 들어왔을 때는 정말 모든 징크스가 없어진 상태를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어릴 때 이렇게 내려놓았다면 성적이 더 빨리 따라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Q, EACC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최호석과의 눈물의 포옹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박준효 선수가 정말 좋은 형이고 리더였구나라는게 느껴졌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부분을 신경 썼는지가 궁금하다.
A, (강)준호랑은 나이 차이가 두 살밖에 나지 않지만, (정)성민, (최)호석이와는 많이 난다. 그래서 제가 권위적인 형이 돼버리면 답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더욱 어려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또 동생들 성격이 약간 내성적이어서 평소에 먼저 장난을 많이 치고 스킨십도 하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EACC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내성적인 호석이가 저를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eK리그 끝나고 제가 울먹이면서 인터뷰할 때 호석이가 옆에서 웃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어려서 공감이 안 됐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웃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아직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익숙하지 않고, 내성적인 친구가 무대 위에서 펑펑 우는 걸 보고 진심이 느껴졌다.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다.
Q, EACC에서 6년 만에 한국 내전 결승이 열렸다. 결승뿐 아니라 4강에 한국 팀이 모두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줬는데, 그것을 보면서 경기 감각을 꾸준히 제공할 수 있는 정규 리그 eK리그의 존재가 컸다고 생각했다. 선수 생활 막바지에 이런 정규 리그가 생겨났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A, 없다면 거짓말이다. 일차적으로 드는 감정은 부러움이다. 조금이라도 선수로서 피지컬이 좋을 때 이런 정규 리그가 있었더라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또 어떻게 보면 선수 생활 마지막쯤에라도 이런 리그가 있었기에 정상에 한 번 설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결국 eK리그에서 팀원들이 잘해주면서 우승을 해봤기에 아쉽지만은 않다.
Q,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피파온라인 전술 관련해서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전술을 짤 때 본인만의 디테일이나 노하우 같은 것이 있다면.
A, 실제 축구를 엄청나게 많이 본다. 그리고 축구를 볼 때 '누가 이겼다', '누가 득점했다' 이런 것을 보기보다는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는 편이다. 그래서 특정 선수를 좋아하기보다는 펩 과르디올라나 토마스 투헬 같은 감독의 팬이기도 하다. 또, 경기를 볼 때는 전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해설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파온라인에서 전술을 짤 때도 묻어나는 것 같다.
사실 실제 축구 전술을 피파온라인 내에서 100% 구현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최대한 그런 느낌을 내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래서 실제 축구 전술과 같은 피파온라인4 전술을 위해서 3일 정도의 시간을 투자한다. 첫 번째 날에는 90분 경기를 4, 5번을 본다. 그리고 그 이후 이틀 정도는 전술을 똑같이 구현하기 위해서 팀 전술, 개인 전술 등을 세부적으로 만지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 나름의 고생을 하니까 많은 이용자가 좋아하고 인정을 해주는 것 같다.
A, 많은 사람이 호날두라고 생각하겠지만 제 뇌리에 깊게 박힌 선수는 베르바토프다. 베르바토프를 썼을 때 대회에서 가장 잘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피파온라인3 때는 낭만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시절의 게임 내 선수들은 선수 하나하나의 체형과 특색이 명확했다고 생각한다. 베르바토프의 경우 속도는 느리지만 터치와 골 결정력이 좋아서 한 방이 있는 말 그대로 우아한 선수였다. 그리고 아마 그때 프로게이머를 했던 사람이면 저의 베르바토프처럼 각자 다른 선수를 마음속에 품고 있을 것이다.
Q, 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딱 하나만 꼽자면.
A, 요즘 과거에 대해서 곱씹어서 그런지 지금 당장 질문을 받았을 때 생각나는 장면은 2015년 부산에서 열렸던 피파온라인3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준우승을 했던 순간이다.
처음으로 해외 선수랑 경기하는 대회였는데 결승에서 패하고 엄청 울었다. 시상식 끝나고도 계단에서 혼자서 엄청 울었는데 그때가 기억이 많이 난다. 제일 아쉬움이 큰 대회기도 했다. 이전 대회 개인전에서 번번이 우승을 놓치면서도 포인트를 쌓아 어렵게 아시안컵에 나갔는데 거기서도 준우승을 해버리니 제일 절망에 빠진 시기였다. 이후에 성적도 안 나오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해서 그런지 그 대회가 기억에 남는다.
Q, 추후 EACC 해설로 참여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설을 처음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피파온라인4 첫 프리시즌으로 기억한다. 그때 중국에서 리그를 끝내고 한국에 들어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는데 스포티비 게임즈의 한 PD님이 해설 제안을 했다.
출연료에 대한 생각도 물론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이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 해설을 하게 됐다. 혼나면서 배우기도 했지만 이후 잘한다고 인정받았을 때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또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아서 해설에 대한 욕심을 내게 됐다.
Q, 그렇다면 해설을 함에 있어서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A, 제가 해설로 가질 수 있는 강점은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피파온라인 대회 경기를 볼 때 아쉬웠던 점은 '왜 저런 플레이가 나왔나', 혹은 '이런 전술, 포메이션, 개인 전술이기 때문에 상성이 맞물려서 이런 장면이 나왔다' 등의 자세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해설 준비를 할 때 선수들이 준비한 개인 전술 팀 전술을 모두 보고 가는 편이다. 그래서 제가 만약 앞으로 계속해서 해설을 하게 된다면 그런 디테일한 부분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대학리그에서 멘토로 활약하는 모습을 봤다. 멘티였던 단국대 김두원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또 한 번 지도력을 입증했는데 지도자의 길을 걸을 생각은 없는지.
A, 사실 주변에서 지도자를 하는 것이 낫지 않냐고 말을 많이 한다. 사실 아예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피파온라인 대회에 LCK에서 감독들이 뒤에 서는 것처럼 정식 시스템이 갖춰진 것도 아니고, 감독은 결국 무대 위로 올라가서 경기를 함께 해야 하는 역할인데 오랜 기간 선수를 하면서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쉬고 싶다는 마음 역시 컸다.
A, 강준호는 멘탈이 엄청 강하다. 어떤 고난이 와도 긍정적으로 피해 갈 수 있는 선수다. 또,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좋은 부분을 가져와서라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좋다.
정성민은 강심장이다. 큰 경기에서도 자신의 플레이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대회에서도 드러났듯이 긴장했음에도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강단이 있다
최호석은 즐기는 선수다. 긴장감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고 공식 경기도 잘 안 한다. 대신 무대에서 경기하는 것이 스릴 있어서 재밌다고 한다. 그런 부분에서 강점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무대를 즐기고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장점이다.
Q, 사람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됐으면 하는지.
A, 개인적으로 전술이나 플레이 스타일에서 팬들이 저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생각하지 선수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후 피파온라인의 레전드로 기억될 선수는 원창연, 김정민 같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저는 단지 '실제 축구 전술하면 박준효였지'나 '선수로서 박준효 괜찮게 잘했어' 정도로만 기억돼도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했다고 생각할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피파 프로게이머 박준효를 사랑해줬던 팬들, 또 해설이나 BJ '제독신' 박준효를 앞으로도 사랑해줄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무관 타이틀을 가진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엄청 많았다. 한편으로는 부담이었지만 엄청나게 감사하게 선수 생활을 했다. 그렇게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에 소위 말하는 성불을 한 것 같아서 감사하다. 또, 개인 방송이나 유튜브로 앞으로도 저를 봐주실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저를 팔로우해주는 팬들이 저에게 원하는 것들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팬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것들을 보여드리며 다른 분야에서도 열심히 해보겠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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