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먹튀' 척결..경영진 사전공시 의무된다

한수연 2022. 9. 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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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용역·간담회 거친 당국 최종안..법 개정만 남아
"미 SEC 제도 유사하지만 면책권 인정은 아냐"

상장사 경영진 등 내부자가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행사해 자사주를 처분하려면 사전에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이 확정했다.

앞서 상장 한달 만에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내부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워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긴 이른바 '카카오페이 먹튀'를 척결하기 위함이다. 새 정부 자본시장 분야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당국은 지난 넉달간 연구용역과 정책세미나, 전문가 간담회를 거쳐 이번 최종안을 내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스톡옵션 행사 전 고지 필수…"실제 가격·수량엔 탄력성 부여"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제도 도입방안을 확정해 12일 공개했다. 상장사 경영진이나 주요주주 등 내부자가 회사 주식을 거래하려면 최소 한달 전에 관련 내용 공시를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회사 내부자가 회사 주식을 취득하거나 매각하면 5거래일 이내 '사후공시'만 하면 된다. 이 때문에 내부자의 지분변동이 해당 회사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침에도 일반투자자들을 이를 제때에 알 수 없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에 상장사 내부자의 지분거래 계획이 투자자에게 공개되게 사전공시 의무를 부과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매매예정일 최소 30일 전까지가 기한이다. 

회사의 이사·감사 및 업무집행책임자 등 임원과 의결권 주식 10% 이상을 소유하거나 임원 임면 등 주요 경영사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주주가 사전공시 의무 대상자다. 

이들은 상장사가 당해 발행한 총 주식수의 1% 이상 또는 거래금액 50억원 이상을 매매할 경우 그 계획을 사전에 알려야 한다. 여기서 발행 주식 수는 매매예정일을 기준으로 과거 1년간 거래금액을 합산해 당국이 판단한다. 쪼개기 매매 등 규제 회피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사전공시에는 매매목적과 예정 가격, 수량, 예정 기간 등 거래(매수 또는 매도)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김광일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추후 실제 매매가격이나 수량, 매매일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일부 탄력성을 부여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충격 안 크면 적용 예외?…실효성 제고 필요성↑

최종안임에도 애매하게 여지를 둔 부분이 없지는 않다.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소지나 시장충격 가능성이 크지 않은 거래 등에 대해서는 사전공시 의무를 면제한다는 내용에서다.

상속이나 주식 배당, 주식양수도 방식의 인수·합병(M&A) 등 외부요인에 따른 지분변동이나 특성상 사전공시가 어려운 거래 등이 사전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물론 사후공시는 의무다. 

원칙적으로 변경‧철회는 금지되지만, 사망이나 해산, 파산, 부도, 시장변동성 확대 등 법령에서 정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역시 면제 대상이다.

다만 여기에는 갑론을박이 있는 만큼 세부 예외사유는 시행령 등 하위규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실효성 측면에서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금융당국의 최종안만 나왔을 뿐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다. 김 과장은 "시장의 관심이 큰 만큼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입법화에 속도를 내보겠다"고 밝혔다.

일단 사전공시 의무자는 앞으로 금융감독원에 매매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금감원은 매매 이후 사후공시 내용확인 등을 통해 계획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미공시‧허위공시‧매매계획 미이행 등이 발각되면 위법행위의 경중에 따라 형벌, 과징금, 행정조치 등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보다 실효성 있는 이행수단 마련이 필요하다. 

한편 이번 방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법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전거래계획 제출제도'와 유사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처럼 사전공시가 미공개 중요정보이용 행위에 대한 면책권으로 남용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보유하면 이용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보 이용 여부의 입증이 필요하다"며 "사전공시를 한다고 해서 미국처럼 면책권(항변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수연 (papyru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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