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부채 사이' RCPS 투자..핀테크 스타트업에 족쇄될 수도

최태범 기자 2022. 9.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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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은 자체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매출이 낮고 들어가는 비용은 많아 성장을 위해선 투자유치가 필요하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사업 모델을 고도화하고 고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스타트업의 투자유치에 있어서 반드시 접하게 되는 단어가 'RCPS'다. RCPS는 △교환할 수 있고(Redeemable) △전환 가능한(Convertible) △이익배당, 잔여재산에 대해 보통주보다 우선권을 갖는(Preference Shares), '상환전환우선주'라는 뜻을 담고 있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보통주와 우선주로 나눠 주식을 발행하게 된다. RCPS의 경우 만기가 되면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모두 있는 종류주식이다.
스타트업 투자 방식 대세는 'RCPS'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넥스트라이즈 2022 서울'이 열리고 있다. 2022.06.16.
두 가지 권리를 가진다는 측면에서 흔히 접하는 보통주, 우선주와는 차이가 있다. 투자사들 입장에서는 상환권이나 전환권을 선택해서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RCPS를 통한 지분확보를 가장 선호한다.

실제로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행한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집행된 신규 투자의 73.4%가 우선주 투자였으며, 대부분 RCPS 형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캐피탈의 우선주 투자 비중은 2017년 50.5%를 기록한 이후 매년 5~10% 상승해왔다.

보통주 투자 비중은 2017년 23.9%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해는 2017년 대비 6.1% 하락한 17.8%였다. 이밖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조건부지분인수계약 등 나머지 유형의 투자 비중도 해마다 축소됐다.

RCPS는 회사가 부도나면 투자사도 100%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회사가 망해도 상환 권리가 있는 CB보다는 위험한 투자 방식이다. 대신 회사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장을 했거나 낮은 가격에 인수합병(M&A)되면 투자사는 보통주보다 안전하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미래 성장성으로 투자금 조달하는 방법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투자애로·규제개선·벤처·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6.17/뉴스1
RCPS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을 어필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보통주에 비해 적은 수의 RCPS 발행으로 원하는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어 지분희석 정도가 낮으며, 기업가치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비상장기업이 주로 적용하는 한국회계기준(K-GAAP)에 따르면 RCPS가 '자본'으로 인식되는 반면, 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기업의 상환의무, 전환 조건 등을 고려해 '부채'로 인식된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RCPS는 전환권이 행사되면 보통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자본의 성격을 갖는 동시에, 상환권을 행사하면 기업이 상환을 해야하는 의무가 생겨 부채의 특성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모든 상장기업은 K-IFRS를 적용하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에 기업공개(IPO)를 예정하고 있는 비상장기업이라면 기존에 작성해오던 재무제표를 K-IFRS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일례로 투자유치 과정에서 RCPS를 활용해왔던 마켓컬리(컬리)는 IPO 추진을 위해 지난해 말까지 RCPS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자본총계를 급격히 늘리며 자본잠식 이슈를 해소했다.
RCPS에 좌초 위기 겪을 뻔한 '토스뱅크'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특히 RCPS는 자기자본 요건이 엄격한 금융업과 같은 산업에 진입하려고 할 때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RCPS로 인해 사업에 좌초 위기를 겪을 뻔했다.

토스는 2019년 3월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했을 당시 자본금의 75%가 RCPS로 구성돼 자본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예비인가에서 탈락했다. 투자사가 상환을 요청하면 원금을 돌려줘야 하므로 실질적인 자본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었다.

이에 토스는 주주사들을 설득해 RCPS에서 상환권(R)을 떼어낸 전환우선주(CPS)로 전량 전환했다. 금융당국이 지적한 자본 안전성 문제를 해소하면서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를 받아냈고 '토스뱅크'가 출범할 수 있었다.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토스처럼 주주 전원이 기존 투자계약을 변경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금융업 등 엄격한 규제산업에서 활동하려는 스타트업은 부채 성격을 갖는 RCPS 투자 방식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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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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