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체력보단 결정적 '한 방' 이승우..벤투 감독의 선택은
이승우(24·수원FC)는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다. 천재성이 엿보이는 개인기로 빠른 시간 내에 득점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빈약한 신체 조건과 풀타임 소화가 어려운 체력은 그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런데도 이번 시즌 K리그에 처음 도전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에, A대표팀 발표가 다가올 때마다 이승우는 화제의 중심이 돼 왔다. 아직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승우를 외면하고 있다.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지난 10일 FC서울과의 2022 하나원큐 K리그1 31라운드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승우의 피지컬에 대해 의학 전문가들의 조언도 듣고 하는데, 90분을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폭발력으로 뛰게 하는 건 쉽지 않고, 오히려 (짧은 시간 동안)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수원FC에서 주전인 동시에 교체 선수다. 입단 직후 팀 적응을 마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는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기도 했지만, 여름부터는 다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 전반 도중이나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되는 추세다. 리그 29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승우의 경기 당 평균 출전시간은 75분이며, 이 중 90분 이상 풀타임을 뛴 경기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5번뿐이다.
이승우는 90분 동안 균질한 경기력을 유지하지는 못하지만, 단시간에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조커 카드’로서 수원FC에 자리 잡았다. 이승우는 출전 시간 대비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지난 7월 강원FC와의 경기에서는 57분 동안 2개의 슈팅과 1개의 득점을 기록했으며, 지난 2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는 76분 동안 슈팅 3개(유효 슈팅 2개)를 기록했다. 현재 수원에는 라스, 김현, 무릴로 등 전방을 책임질 공격수들이 충분하므로 이승우가 풀타임을 뛰지 않는다고 문제 될 것은 없다.
관건은 이러한 이승우의 스타일이 A대표팀에서도 유효할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활동량이 풍부하고 상대와의 몸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는 ‘강철 체력’ 선수를 선호한다. 올해 새롭게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는 조유민(26·대전)과 김동현(27·강원FC) 역시 팀에서 기본 90분 이상을 뛰는 선수들이다.
김도균 감독은 “이승우는 좋은 지역에서 개인의 능력으로 득점이나 어시스트를 만들어낸다. 다른 공격수에게는 없는 장점이다. 그런 장면들이 필요할 때 대표팀에서도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커 카드는 그 폭발력만큼이나 위험성도 크다. 10일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이승우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김도균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승우가 경기 후반전에 들어가면서 흐름을 쫓아가는 데에 애를 먹었던 것 같다. 상대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도 대처가 안됐다”라고 평가했다. 13일 A대표팀 명단 발표를 앞두고, 이승우의 개성 강한 경기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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