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M&A가 온다]①빅파마, 왜 M&A인가

권미란 2022. 9. 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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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 M&A '활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사업 다각화 등 목적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글로벌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전 세계 시장의 1.6%에 불과하다. 기업 규모 역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대비 매우 작은 수준이다. 신약 개발에 약 2조원의 비용이 들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매출은 2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기업 규모와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수합병(M&A)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 M&A 동향과 M&A가 제약바이오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편집자]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연간 매출이 수십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수십조원에 달하는 빅파마는 아니었다. 그들의 성장에는 혁신 신약과 함께 수차례에 걸친 인수합병(M&A)이 있었다.

J&J와 에스디바이오센서, 매출액 차이 '45배'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중 지난 2021년 매출액 1위는 존슨앤드존슨(J&J)로, 938억달러(한화 127조원)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체외진단 전문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코로나 진단키트 효과로 지난해 매출액 2조847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2조클럽의 첫 포문을 열며 1위를 차지했지만 J&J 매출액과 비교하면 무려 45배나 차이난다. 

J&J가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가 주요했다. J&J의 감기약 '타이레놀', 구강청결제 '리스테린', '뉴트로지나‧아비노' 등 화장품 브랜드, 콘택트렌즈 '아큐브' 등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제품들이 다수 있다. 

J&J의 첫 M&A는 현재 자회사인 신약 개발 및 백신 전문기업 '얀센'이었다. 그 성과로 연매출 70억 달러를 내는 효자품목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오소택시, 오리스헬스, 버브서지컬 등을 인수하면서 수술용 로봇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또 악텔리온에 이어 지난 2020년 희귀근육질환 및 자가면역질환 신약을 개발 중인 모멘타 파마슈티컬스를 인수,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한 M&A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화이자·애브비 등도 대형 M&A 체결

지난해 연매출 813억달러(한화 97조원)를 기록하며 세계 2위 제약바이오기업에 오른 화이자는 올해 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코로나 백신으로 번 돈을 M&A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 5월 116억 달러(16조원)에 편두통 치료제 '리메게판트' 개발사인 바이오헤븐 인수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월에도 영국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치료제 개발사인 리바이럴을 최대 5억2500만 달러(6851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의약품 매출액 1위를 지키고 있는 면역질환치료 신약 '휴미라'의 개발사인 애브비는 초대형 M&A를 통해 몸집을 단숨에 키웠다. 애브비는 지난 2013년 애보트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분사 직후인 2014년에는 세계 제약기업 중 13위였다. 애브비는 지난 2019년 630억달러(한화 약 73조 원)에 보톡스 제조사 '앨러간'을 인수했다. 그 결과 M&A 전인 2018년에 328억달러(한화 45조원)였던 매출액이 2021년에 561억달러(76조원)로 껑충 뛰면서 4위에 올랐다. 

이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다. J&J의 '스텔라라'는 글로벌 의약품 매출액 4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품목으로, 내년에 미국에서, 2024년에는 유럽에서 특허가 만료된다. 국내 기업들 중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동아에스티 등이 스텔라라의 특허만료에 맞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한창이다. 

신약 후보물질 확보·사업 다각화 M&A '활발'

화이자는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로 올해 올 상반기 매출액이 J&J를 뛰어넘어 올해 세계 제약바이오 매출액 1위 기업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로 증가한 매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데다 오는 2030년까지 총 11개 품목의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1조원 이상의 연매출을 내고 있는 항응고제 '엘리퀴스'가 2026년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되고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와 전립선 치료제 '엑스탄디' 등도 2027년 특허가 만료된다. 

애브비 역시 효자품목인 '휴미라'가 있긴 하지만 유럽에서는 휴미라의 특허가 만료돼 바이오시밀러들이 대거 출시됐고 미국에서도 2023년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미국이 휴미라 전체 매출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휴미라가 애브비의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등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미국에서의 특허만료 전 매출 감소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애브비는 앨러간 인수를 통해 뷰티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특성상 특허만료로 인한 매출감소를 피할 수 없다. 이에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차세대 신약 개발을 위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거나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크고 작은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앞으로도 수많은 오리지널 의약품들의 특허가 만료되는 만큼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M&A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지속적이고 과감한 M&A가 있었다"면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의 M&A는 아직 규모나 건수가 적지만 기업의 성장을 극대화할 수 있는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다보면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하는 날도 머지않아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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