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버티기vs매각"..갈림길 놓인 스타트업

김연지 2022. 9. 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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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비실에 있던 플라스틱 컵이 종이컵으로 바뀐 지 오래에요. 언제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지답답하네요."

국내 스타트업들이 급작스럽게 불어닥친 혹한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고조된다.

버틸만큼 버텨온 일부 스타트업은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그는 이어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에 일부 스타트업은 버틸 상황이 아님에도 버티기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매각 카드를 꺼내 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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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스타트업, 자금 관리·인력 감축 나서
밑천 드러난 곳은 매각 카드 만지작 거리기도
선택 기로 놓인 국내 스타트업, 혹한기 언제까지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탕비실에 있던 플라스틱 컵이 종이컵으로 바뀐 지 오래에요. 언제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지…답답하네요.”

예비 유니콘으로 떠올랐던 국내 한 스타트업 임원의 넋두리다. 금리 인상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벤처캐피털(VC)들이 투자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면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버티기’와 ‘매각’의 갈림길에 섰다. 그간 유치한 자금을 철저히 관리하고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일명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스타트업이 주로 포착된다. 밑천이 드러나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C레벨급 임원진이 줄줄이 퇴사함에 따라 매각 카드를 만지작하며 고민하는 모습이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급작스럽게 불어닥친 혹한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고조된다.

스타트업들이 혹독한 겨울을 겪는 가운데 C레벨들이 줄줄이 퇴사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들이 혹독한 겨울을 겪고 있다.

가장 최근 업계에 충격을 안긴 곳은 수산물 당일 배송 플랫폼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이다. 올해 1월에 12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고, 5월까지만 해도 ‘1분기 131억 원의 매출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4%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혀왔던 곳이 하루아침에 전 직원 대상 권고사직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수익성 부문에서 꾸준히 적자를 내며 협력업체에 지급할 대금도 정산하지 못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다달이 C레벨이 퇴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에서는 올해 7월 스탠퍼드 출신의 인공지능(AI) 전문가 김명환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이어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의 주상식 최고디지털책임자(CDO)가 연달아 회사를 떠났다. 종합 물류 플랫폼 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급속도로 규모를 키운 것에 비해 수익화가 더뎠던 탓에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버틸만큼 버텨온 일부 스타트업은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왓챠의 박태훈 대표는 지분(구주) 매각을 비롯한 인수·합병(M&A)을 타진하고 있다. 쿠팡플레이와 SKT, 리디 등이 잠재적 원매자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논의 측면에서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낸 원매자는 아직이지만, 여전히 매각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시리즈D 라운드 투자에서 3000억 원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은 왓챠는 1000억 원 규모로 진행하던 프리 IPO 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막대한 자본으로 중무장한 경쟁 OTT들의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는 물론 OTT간 의기투합이 본격화되며 경쟁 국면에서도 완전히 밀려났다.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단기성 자금 조달에 나서며 버티기를 선언한 상태다. 자본시장으로부터 마음에 드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책정받지 못하자 단기성 자금 조달에 나서며 밸류업(가치상향)을 위한 시간 끌기를 선택한 것이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혹한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금을 관리하는 재무 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최근 투자에 나서는 VC들도 스타트업들에게 체계적인 자금 관리 계획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에 일부 스타트업은 버틸 상황이 아님에도 버티기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매각 카드를 꺼내 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ginsbur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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