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조사] 신뢰도 가장 낮은 현직 대통령 윤석열

김은지 기자 2022. 9. 1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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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5주년 특집] 막 취임 100일이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가 탄핵 직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신뢰도보다 낮다. 취임 이후 일어났던 여섯 가지 주요 행보에 대한 신뢰도를 통해 열세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빨간불이 켜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시사IN〉이 신뢰도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현직 대통령(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신뢰도 중에서 가장 낮았다(〈그림 1〉 참조).

‘역대급’ 기록 경신이다. 보통 대통령 신뢰도는 임기 첫해에 가장 높았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경향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나쁜 시그널이다. 신뢰는 정치인의 핵심 자본이다. 대통령은 국정 수행을 위해 최고 자리에 있는 정치인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앞날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임기 첫해인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받은 신뢰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3.62점이다. 0~4점 불신 구간, 5점 보통, 6~10점 신뢰 구간으로 분류한다. 15년 동안 정례적으로 실시한 〈시사IN〉 신뢰도 조사는 시계열로 한국 사회 여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자료다.

ⓒ시사IN 최예린

이전까지 가장 낮은 현역 대통령 신뢰도는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지던 2016년 8월 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신뢰도였다. 3.91점이었다. 막 취임 100일이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3.62점)가 탄핵 직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신뢰도(3.91점)보다 낮다.

다른 대통령들의 임기 첫해와 비교하면 ‘비상 상황’이 더 잘 보인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도는 6.67점,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도는 6.59점이었다(2008년 이명박 대통령 임기 첫해에는 대통령 신뢰도 조사를 하지 않음).

지금 수치는 흡사 정권 말 같은 분위기를 띤다. 임기 5년 차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은 4.59점,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은 3.95점을 기록했다(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으로 임기 5년 차 신뢰도 조사 없음). 모두 윤석열 대통령 1년 차 신뢰도(3.62점)보다 높다.

임기 초기는 허니문 기간으로 꼽힌다. 신임 대통령과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취임 직후 컨벤션 효과가 일어난다. 이를 자원 삼아 각 정부는 임기 첫해 국정과제 수행에 박차를 가한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으로부터 추동되는 ‘신뢰’라는 동력 없이 출범한 셈이다.

빠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 겨우 넉 달을 지났다. 앞선 대통령들의 사례를 보면 경우에 따라 신뢰도가 반등하기도 했다.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자원이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를 제대로 진단해야 해법도 찾을 수 있다.

그렇기에 윤 대통령에 대한 낮은 신뢰를 이루는 세부 요소부터 살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받치는 우군은 국민의힘 지지자(6.93점), 보수층(6.13점)뿐이다. 보통 구간에는 전통적 국민의힘 우호 그룹이라 할 수 있는 70세 이상(5.99점), 대구·경북(5.39점)이 있다. 나머지 세대·성별·지역·지지 정당 그룹의 윤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모두 불신 구간에 들어가 있다.

‘김건희 여사 등 주변 관리’ 최저점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다수 지지했던 20대 남성(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58.7%)의 신뢰도 점수도 3.7점에 불과했다. 스윙보터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서울(3.9점), 인천·경기(3.0점), 대전·세종·충청(3.6점) 지역뿐만 아니라 ‘지지 정당 없음/모름/무응답’으로 묶이는 무당층(3.0점), 중도(2.8점)라고 응답한 이들도 윤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다.

신뢰도 열세의 이유는 뭘까. 각각의 윤석열 정부 행보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시사IN〉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주요하게 일어났던 여섯 가지 이슈에 대한 신뢰도를 물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등 당내 갈등 △장관 및 대통령실 인사 △김건희 여사 등 주변 관리다. 모두 2~3점대로 불신 구간에 들어간 낮은 평가를 받았다(〈그림 2〉 참조).

ⓒ시사IN 최예린

이 중 ‘김건희 여사 등 주변 관리’는 2.43점으로 최저점이었다. 대선 경선 때부터 우려되었던 바다. 지난해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당시 홍준표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공격하며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시사IN〉 제740호 “‘윤석열 패밀리’가 넘어야 할 10대 본부장 리스크” 기사 참조).

김건희 여사는 주가조작·허위이력·논문표절 의혹 등을 샀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 아무개씨는 ‘위조 잔고증명서’ 사건과 관련해 형사재판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민사재판 2심에서도 불법행위 방조가 인정됐다.

내재된 리스크에,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사적 채용’ ‘팬클럽’ 논란 등이 더해졌다.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배우자로서 봉하마을 방문, 나토 정상회의 행보 등을 했다. 공적 행사에 사적 인연이 있는 인사들을 부적절하게 개입시켰다는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 배우자의 팬클럽에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대통령 부부의 사진 등이 올라오거나, 대통령의 대외비 일정이 사전에 공지되기도 했다.

대통령 취임식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아들 등이 초청되었다. 김건희 여사는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산다. 대통령 관저 공사에서도 관련 의혹이 나왔다.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후원업체로 이름을 올린 회사가 인테리어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맡았다. 김 여사는 코바나컨텐츠 대표였다(〈시사IN〉 제777호 “3시간 만에 이뤄진 ‘대통령 관저 공사’ 계약” 기사 참조).

핵심은 ‘퍼블릭 마인드(Public Mind·공적인 사고방식)’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러한 이슈들을 다루는 데 공적인 감각과 태도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제가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할지, 대통령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이걸 어떤 식으로 정리해서 해야 할지, 저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국민 여론을 들어가며 차차 생각해보겠다(6월15일).”

이러한 대통령의 발언은 널리 공감을 사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사IN〉 신뢰도 조사에서 김건희 여사 등 주변 관리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지지자(0.64점)와 무당층(2.02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자(4.86점)에게도 신뢰가 높지 않았다. 모두 불신 구간에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에게는 낙제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대구·경북(3.67점), 70세 이상(4.16점), 보수층(4.43점)도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김 여사로 대표되는 주변 관리 이슈는 인사 논란과도 연결된다. ‘사사롭다’는 의심의 연장선이다. 취임 100일을 즈음하여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의 주된 이유로 ‘인사’가 지목됐다. 신뢰도는 지지율과 궤를 같이하는 경향을 띤다.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나 사적 인연이 있는 인사를 중용한다는 지적은 여당 내에서도 나왔다. 8월21일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주호영 의원은 “‘검찰 출신을 너무 많이 쓴다, 아는 사람들 위주로 쓴다’는 점을 돌아봤으면 좋겠다”라고 공개 발언했다.

이번 〈시사IN〉 신뢰도 조사에서 ‘장관 및 대통령실 인사’는 2.82점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홍보수석을 교체하고(최영범→김은혜), 정책기획수석(이관섭) 자리를 신설했다. 사의를 표했다지만, 여의도 출신 정무수석실 정무1·2비서관(홍지만·경윤호)을 사실상 경질했다. 공직기강비서관을 중심으로 대통령실 내부 감찰과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있다.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 대해 비판적인 국민의힘 한 인사조차 〈시사IN〉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윤핵관 라인을 잘라내고 ‘검핵관(검찰 출신 핵심 관계자)’을 더 가까이 두는 게 해법인지는 모르겠다. 상명하복에 익숙한 검찰 출신 친위부대에 휩싸이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솔직히 말해 증거 조작·성비위 논란이 있는 검찰 출신보다 여의도 출신이 더 문제인가?” 윤 대통령은 증거 조작(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나 성희롱(윤재순 총무비서관)으로 징계를 받은 검찰 출신을 대통령실에 기용해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취임 이후 정치적 양극화 더욱 심화돼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등 당내 갈등’에 대한 신뢰도(2.68점)도 낮았다. 특히 이 이슈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지지자(3.88점)도 실망감을 표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윤석열 정부 주요 행보’ 여섯 가지 항목 중 신뢰도 최저점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 같아 보이던 갈등은,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전국 단위 선거인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이어 이긴 여당이 자체적으로 ‘비상’을 선언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조차도 법원에 의해 제지당했다. 8월26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준석 전 대표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시 비대위 구성으로 결의를 모으면서 이준석 대표는 또 가처분 신청을 했다. 국민의힘 내 자중지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8월19일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흉장을 수여하는 김건희 여사(왼쪽 두 번째).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한 달째 주요 성과로 내세웠던 10가지 중 첫 번째,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도어스테핑’의 신뢰도 점수도 각각 3.42점과 3.49점을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라며 용산 이전의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기 위해 단 하루도 청와대에 머물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밝혔다. 그 때문에 관저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서초동 사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했다. 넉 달 가까이 출퇴근하는 동안 폭우와 같은 갑작스러운 재난 재해 상황이 발생했고, 윤 대통령은 서초동 사저에서 상황을 지시했다.

도어스테핑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세트로 묶이는 행보다.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아침마다 기자들 앞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윤석열 정부의 상징과 같은 장면이지만, 아직까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의도한 만큼의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인사 논란에 대해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7월5일)”라고 말하며 손가락을 흔들거나, 정치보복 수사 지적에 대해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습니까?(6월17일)”라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도어스테핑은 지지 정당에 따라 신뢰가 완연하게 갈렸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는 0.83점, 국민의힘 지지자는 6.72점을 줬다. 매우 불신 구간과 신뢰 구간으로 나뉘었다. 전체 평균 신뢰도는 무당층이 결정했다. 무당층의 신뢰도는 2.97점으로 낮았다. 도어스테핑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지자가 1.39점, 국민의힘 지지자는 6.11점, 무당층은 3.16점을 매겼다. 정치적 양극화 모양새가 해당 이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대한 평가도 비슷한 결을 띠었다. 전체 평균은 3.32점으로 낮았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자는 신뢰 구간에 속하는 응답을 했다. 6.19점을 줬다. 민주당 지지자 1.28점, 무당층 2.91점과 대비된다.

정치적 양극화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함께 예측되었던 바다. 윤 대통령은 20대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24만여 표)라는 초박빙 신승을 이뤘다. 77.1%라는 높은 투표율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만큼이나 반대 의사를 표시한 유권자 그룹이 견고하다.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정치적 반대파를 설득하기 위한 정치가 없다면, 정치적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안고 윤석열 정부는 출발했다.

넉 달 가까이 이 과제는 해소되지 못했다. 오히려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그림 3〉과 같이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과 대북·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물었다. 각 행정부 정책의 핵심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뢰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신뢰한다’는 응답은 33.1%, ‘윤석열 정부의 대북·외교안보정책을 신뢰하십니까?’에 대해서는 ‘신뢰한다’ 응답이 35.1%였다.

ⓒ시사IN 최예린

지지 정당으로 분류해서 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민주당 지지자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 2.5%만이, 대북·외교안보정책에 대해선 5.0%가 ‘신뢰한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는 꽤 높은 수치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73.7%), 대북·외교안보정책(75.0%)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평가가 극과 극이다. 무당층의 신뢰도는 낮은 편이다. ‘신뢰한다’고 답한 무당층은 각각 25.7%(경제정책), 28.4%(대북·외교안보정책)에 그쳤다.

적어도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행정부가 거대 양당 지지자들 사이를 좁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대화와 타협’의 공간이라는 입법부가 그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지난 10년간 〈시사IN〉 신뢰도 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주로 10점 만점에 3~4점 사이를 오갔다(〈그림 4〉 참조).

ⓒ시사IN 최예린

올해 신뢰도 조사에서 민주당(4.0점)이 국민의힘(3.37점)보다 앞섰지만, 이들 정당 또한 윤석열 대통령 신뢰도(3.62점) 주변에 머무른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자의 신뢰도는 2.45점, 민주당 지지자의 신뢰도는 5.73점이었다. 국민의힘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의 신뢰도는 1.66점, 국민의힘 지지자의 신뢰도는 5.82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만큼의 거리는 아니지만, 양당 지지자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

그만큼 신뢰라는 키워드가 정치권에서는 공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2022년을 사는 시민들이 신뢰의 의미를 한국 정치에 묻고 있다. 이번 〈시사IN〉 조사에서 나타나듯 그 중심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각종 신뢰 위기 경보에 윤 대통령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남은 임기가 길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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