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축하주 올린 김종흥 명인, 영국 여왕 영전에 꽃 바쳐

김용민 2022. 9. 1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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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낮 경북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 앞에 마련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추모 공간에 삼베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60대 후반의 남성이 여왕의 영전에 국화꽃을 바치고 정성을 다해 절을 올렸다.

국가무형문화재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수자인 김종흥(67) 명인은 지난 9일 이른 아침 여왕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23년 전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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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명인 "여왕님과 만남은 내 삶의 전기가 돼..영면 기원"
"여왕님 영면하소서!" (안동=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1999년 4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을 때 생일 축하주를 올린 김종흥(67) 명인이 여왕 영전에 꽃을 바치고 있다. 2022.9.11 [김 명인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yongmin@yna.co.kr

(안동=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23년 전에는 생일 축하주를 올렸는데, 오늘은 꽃을 바치게 돼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난 11일 낮 경북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 앞에 마련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추모 공간에 삼베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60대 후반의 남성이 여왕의 영전에 국화꽃을 바치고 정성을 다해 절을 올렸다.

국가무형문화재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수자인 김종흥(67) 명인은 지난 9일 이른 아침 여왕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23년 전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고 한다.

하회탈 놀이 탈춤꾼으로 젊음을 불사르던 그는 1999년 4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방한으로 인생의 큰 전기를 맞는다.

여왕은 방한 기간인 그해 4월 21일에 73세 생일을 맞게 되면서 안동 하회마을에서 특별한 생일상을 받을 예정이었다.

여왕은 그러나 자신과 생일이 같은 안동지역 주민 5명과 기쁨을 함께 나누기를 원했고 김 명인이 그중 한 사람으로 낙점됐다.

여왕과 생일이 같아서 생일잔치에 초대된 것도 큰 행운이었지만 주민을 대표해서 여왕에게 축하주를 직접 따르고 축배 제의까지 한 것은 더없는 영광이었다.

김 명인은 "세계사 시간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배웠던 대국의 상징인 여왕께 생일 축하주를 따르고 잔을 맞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에 무척 긴장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23년 전엔 축하주를… (안동=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1999년 4월 21일 73회 생일을 맞이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생일상 앞에서 김종흥 명인의 축하를 받고 있다. yongmin@yna.co.kr

김 명인이 그날 여왕과 축배를 들며 "여왕님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말을 건네자 여왕은 김 명인과 술잔을 맞대며 "당신의 생일도 축하합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날 김 명인은 여왕 앞에서 직접 하회별신굿 탈놀이 공연을 펼쳤고 자신이 직접 깎아 만든 양반탈과 부네탈 한 쌍을 여왕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그는 하회탈 놀이 이수자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장승 명인으로 하회마을에 살면서 목석원이란 이름의 공예실을 운영하고 있다.

탈춤 연습과 공연을 하는 틈틈이 목각을 하며 장승 만들기에도 힘써 지금은 우리나라 장승 제작의 일인자로 손꼽힌다.

그는 여왕의 하회마을 방문 6개월여 뒤에 열린 제1회 전국장승창작경연대회에서

`새암골 대장군과 여장군' 장승으로 대상을 차지했고 2004년에는 농림부가 수여하는 `도농교류상'을 받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또 지금까지 미국, 일본, 대만 등 세계 곳곳에 장승공원을 조성하고 국내외에 3천여개의 장승을 보급하는 등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학생과 이웃을 위해 장학금과 성금을 기탁하기도 하는 등 선행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 명인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도 만날 수 있었고 이후 제 삶도 많은 발전이 있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세상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신 여왕께서 부디 영면에 드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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