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을 집으로 배달합니다" 은행은 온·오프라인 '줄타기' 중
전 세계 은행들이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의 대면 거래가 더 익숙한 금융소비자들은 여전히 상당수 존재한다. 은행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와 영업점을 선보이며, 비대면과 대면 서비스 사이의 균형점을 고민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내 은행 점포의 순 폐쇄가 올해 1분기 중 950개에서 2분기 312개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대면 영업점을 닫는 속도가 둔화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상반기의 폐쇄 속도가 하반기에도 지속한다면 올해 전체 지점 순 폐쇄는 지난해 대비 19%를 밑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추세는 은행이 고객과의 물리적 접근성과 디지털 채널을 혼용하는 전략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은행권이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도, 대면 고객 역시 놓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집 현관까지 가는 ‘도어스텝 뱅킹'
미국 버지니아·메릴랜드주를 기반으로 영업하고 있는 ‘프리미스 은행’은 지난해부터 ‘도어스텝 뱅킹(doorstep banking)’ 서비스를 하고 있다.
도어스텝 뱅킹은 은행 서비스를 소비자의 집 현관까지 배송한다는 뜻이다. 프리미스 은행은 무엇이든 집까지 배송해주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사업 모델을 참고해 이런 서비스를 고안했다.
이 은행의 도어스텝 뱅킹은 고객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신청하면, 배송업체 직원이 그 서비스를 실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고객이 앱에서 ‘현금 100달러 인출’을 신청하면 배송 기사가 은행 지점에서 현금 100달러를 받아 고객의 집이나 사업장으로 배송해주는 것이다. 고객이 ‘입금’ 서비스를 신청하면, 배송 기사가 고객을 만나 현금을 받은 뒤 은행 지점에 전달한다.
배송 업무는 은행 직원이 아닌 외부 물류회사가 맡고 있다. 프리미스 은행은 보안을 위해 배송 기사가 자신이 무엇을 배송하고 있는지 알 수 없도록 했다. 또 배송 기사 1인당 운반할 수 있는 현금 액수에 제한을 둬, 고객이 그 이상의 현금을 원하면 배송 기사 여러 명이 나눠서 배송하도록 했다.
프리미스 은행은 이 서비스를 현재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그렇게 해도 영업점을 열고 유지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무인점포, 디지털 취약계층엔 낯설어
국내 은행도 디지털 전환과 대면 서비스 간의 절충점을 찾아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프리미스 은행의 현금 배송 서비스와 비슷한 ‘외화 배달받기’ 서비스를 하고 있다. 모바일 앱으로 외화 환전을 신청하면, 고객이 지정한 날짜와 장소로 우체국 직원이 외화를 배달해준다.
새로운 형태의 영업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 5일 경기 양주와 경북 양주에 공동 점포를 열었다. 한 영업점을 두 은행이 공유하는 것이다. 고객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점포를 운영하되, 유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앞서 하나은행, 우리은행도 지난 4월 경기 용인에 공동 점포를 개설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유통업체와 손잡고 해당 업체 매장에 무인 디지털 점포를 여는 방식의 제휴도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마트, 신한은행은 GS리테일의 슈퍼마켓·편의점 안에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자동화 기기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점포도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비자에겐 편리하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편의점 점포의 경우 은행 자동화 기기 사용을 어려워하는 고객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잦다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은행이 더 깊이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열광시킨 ‘수학천재’ 소녀 씁쓸한 결말
- 한양대와 숙대 교수들도 “윤 대통령 즉각 퇴진”…줄 잇는 대학가 시국선언
- [종합] 과즙세연♥김하온 열애설에 분노 폭발? “16억 태우고 칼 차단” 울분
- 여당조차 “특검 수용은 나와야 상황 반전”···정국 분기점 될 윤 대통령 ‘무제한 문답’
- ‘킥라니’ 사라지나…서울시 ‘전동킥보드 없는 거리’ 전국 최초로 지정한다
- 추경호 “대통령실 다녀왔다···일찍 하시라 건의해 대통령 회견 결심”
- “사모가 윤상현에 전화 했지?” “네”···민주당, 명태균 음성 추가 공개
- ‘명태균 늑장 수사’ 검찰, 수사팀 11명으로 대폭 증원…특검 여론 차단 꼼수 논란
- [이기수 칼럼] 저항은 시작됐다
- 마약 상태로 차량 2대 들이 받고 “신경안정제 복용” 거짓말…차에서 ‘대마’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