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를 가다] ② 항공우주연구원 '세계 7대 우주강국 견인'
1989년 설립 당시 30여명 불과..현재 근무자 1천100여명, 예산 5천700여억원
[※ 편집자 주 = 1973년 서울 홍릉의 연구단지를 대체할 '제2연구단지 건설기본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대전 유성구·대덕구 일원 67.8㎢ 면적에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가 조성됐습니다. 내년이면 출범 50주년을 맞는 대덕특구는 현재 30여개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295개 연구소기업, 1천여개 벤처·중견기업, 다수 대학이 포진해 매년 수만개의 미래형 연구 결과물을 쏟아내는 국내 최대 원천기술 공급지로 성장했습니다. 연합뉴스는 대덕특구 내 연구기관 가운데 핵심 성과를 창출해내고 있는 10곳을 선정해 역사와 연구 성과, 중점 연구 분야 등을 소개하는 기획 기사를 매주 한 곳씩 10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올해 수직이착륙 개인용항공기 초도비행, 다누리의 달 궤도 투입 등 중요한 도전이 남아 있습니다. 대형 국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대한민국이 항공우주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이끄는 이상률 원장은 12일 연합뉴스에 이같이 각오를 밝혔다.
올해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우주개발사에서 역사적인 한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기록의 중심에는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연구원인 항우연이 있다.
지난 6월 21일 대한민국 5천년 역사에 길이 남을 획기적인 성과가 이뤄졌다.
대한민국 땅에서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역시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을 싣고 우주 궤도에 안착한 것이다.
1990년대 초반 고체연료를 사용한 1단형 과학로켓을 개발하며 꿈꾸기 시작한 우주발사체 자력 개발에 성공한 항우연은 2개월여 뒤 다시 한번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 8월 5일 국내 첫 달 탐사선인 다누리가 달을 향한 여정에 나선 것이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팔콘 9' 발사체에 실려 우주 궤도에 오른 다누리는 약 4개월반 동안 자체 설계한 저에너지 전이궤적을 따라 약 600만㎞ 거리의 우주항행을 통해 오는 12월 달에 도착한다.
한국은 1987년에야 국가 우주개발의 기틀이 된 '항공 우주산업개발 촉진법'을 제정하는 등 선진국과 비교해 30년 이상 늦게 우주개발에 뛰어들었다.
항우연 설립도 1989년 10월에야 이뤄졌다.
설립 당시 항우연은 30여명의 소규모 인력에 불과했으나, 발전을 거듭하면서 2016년 우주개발진흥법에 따른 '우주개발 전문기관'으로 지정된다.
현재는 연구 인력 등 1천100여명, 예산 5천700여억원 규모의 과학기술 분야 3대 연구원으로 발전했다.
가장 빠른 기술적 발전을 이룬 분야는 인공위성 부문이다.
세계 6∼7위권의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등 자력으로 고성능 지구관측 시대를 열었다.
1994년 국내 최초의 실용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1호 개발에 착수한 이래 저궤도 지구관측위성 아리랑위성 4기와 차세대 중형위성,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위성 3기를 개발해 운용 중이다.
항우연이 개발한 위성은 발사 후 8년 1개월 동안 운영한 아리랑위성 1호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모두 운영 중이다. 레이더 관측 위성인 아리랑 6호와 30㎝급 해상도를 자랑하는 광학 관측 위성 아리랑 7호 등도 발사를 앞두고 있다.
발사체 분야에서는 1993년 과학로켓(KSR-Ⅰ) 1호 발사를 시작으로 1998년 2단형 중형과학로켓(KSR-Ⅱ), 2002년 국내 최초의 액체추진과학로켓(KSR-Ⅲ)을 발사했다.
이후 우주발사체 기술 확보를 위해 100㎏급 소형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나로호 개발에 착수, 러시아와 국제협력 방식을 통해 우주발사체 개발 및 운영 기술과 경험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전남 고흥에 나로우주센터를 구축해 발사체 개발·시험, 발사 시설도 갖췄다.
나로호는 2009년과 2010년 2차례 발사에 실패했지만 2013년 1월 세 번째 시도에서 성공하며 국내 최초의 우주발사체로 기록됐다.
과학로켓과 나로호 개발은 우주발사체 자력 개발을 위한 기술과 경험을 획득하는 과정이었다.
항우연은 이 과정을 기반으로 한국형발사체 독자 개발에 뛰어들어 마침내 누리호 개발에 성공했다.
누리호는 1.5t급 인공위성을 600∼800㎞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로, 국내 300여개 업체가 참여하는 등 완전한 독자 기술로 개발됐다.
이 정도 성능의 우주발사체를 가진 국가는 세계에서 한국을 포함해 7개 국가뿐이다.
이상률 원장은 "최근 누리호와 다누리의 연이은 성공은 대한민국 우주기술이 이제 새로운 단계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선진국보다 무척 뒤늦게 출발한 우주개발 수준이 마침내 선진국 대열로 올라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리호는 내년 상반기 3차 발사를 시작으로 총 4회 더 발사된다.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의 신뢰도를 높이고 국내 산업체에 발사체 체계종합 기술을 이전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누리호보다 3배 정도 성능을 높인 차세대발사체도 개발에 나선다.
1조9천33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발사체는 새로 개발하는 100t급 엔진 5기와 10t급 엔진 2기를 적용한 2단 발사체다.
대형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하고 달 착륙, 소행성 탐사 등 우주를 탐사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동시에 추진한다.
다누리에 이은 2031년 달 착륙도 항우연의 도전 과제다.
달 착륙선은 차세대발사체를 활용해 발사한다.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지구 궤도를 넘어 달까지 인공물체를 운송하는 일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항우연은 한반도 인근 지역에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사업의 닻도 올렸다.
올해부터 14년간 총 3조7천234억원을 투입하는 역대 최대 규모 우주개발사업이다.
항공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미래교통혁명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기동력 수직이착륙 개인용항공기(OPPAV)와 재난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기 위한 성층권 태양광 무인기도 개발한다.
선미익 소형항공기,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틸트로터 무인 항공기,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 등을 개발하며 발전시켜 온 첨단 항공 기술이 총 망라된다.
이 원장은 "항공우주 연구개발의 특성상 우리 국민의 지지와 정부의 일관된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성과는 거두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순차적으로 예정된 누리호 반복 발사와 다목적실용위성 6·7·7A호 발사 등 대형 국가 임무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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