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법 금품 첫 판결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원 속내는

신유진 기자 2022. 9. 1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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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비리 복마전] ① 조합원들 "공사 빨리 진행해 입주해야 하는데 비상대책위가 반대해"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현장.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시공능력평가(2022년 기준) 8위 롯데건설이 서울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이하 '미성·크로바')과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 수주 과정에 일부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아, 향후 관련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17년 롯데건설은 미성·크로바 조합원들에게 현금이나 여행상품 등 총 5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롯데건설은 재건축 시공사로 낙찰됐다.

건설업계는 향후 재판 최종 결과에 따라 롯데건설이 미성·크로바 시공사 지위를 박탈당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건설업체가 도시정비사업 조합원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해 형사처분을 받는 첫 판결이어서 향후 유사한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현재 조합원들의 속내는 어떨까. 지난 9월 6일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 현장에 방문했다. 높은 가림막으로 가려진 현장 내부는 태풍 '힌나노'의 영향으로 잠시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었다. 미성·크로바 맞은편엔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이 사업권을 따낸 잠실진주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사현장 GATE 1번 입구는 문이 열려있다. 내부를 살펴보니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신유진 기자

신천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미성·크로바와 잠실진주 아파트는 잠실지구 내 유일한 재건축 단지로 의미가 있는 곳"이라며 "잠실에서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 롯데호텔, 롯데월드 등 대표 랜드마크들을 보유해 이미지가 좋다"고 말했다.

잠실을 대표하는 롯데그룹의 계열 롯데건설이 재건축 불법 로비 첫 판결의 대상인 된 만큼 조합원에게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입장에서 보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공사를 완료하고 입주하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반대 세력인 비상대책위원회이자 강성조합으로 불리는 이들이 롯데건설과 금품을 받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시공사를 교체하자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강성조합의 의견에 동의하는 조합원은 거의 없다"면서 "조합원들 상당수가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 등에 따르면 미성·크로바 조합은 비상대책위와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 측은 설계 문제로 시간이 지체된 만큼 더 이상 공사를 지연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미성·크로바 조합원들은 2019년 상반기 이주를 마쳤지만 설계안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재건축 착공이 2년가량 미뤄진 바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설계 심의가 진행된 끝에 최종 승인을 받았고 앞서 올 1월 송파구청의 착공 허가를 받았다. 실제 착공이 이뤄진 건 지난 6월부터다.

조합 관계자는 "2025년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며 시간이 지체될수록 조합원들의 손해가 커지고 재판 결과 전까지 조합원 90% 이상이 시공사 교체 없이 사업을 진행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정비사업 현장 맞은편에 잠실진주 재건축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사진=신유진 기자

건설업계에서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위해 불법 홍보를 하고 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행위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다만 롯데건설 사건은 법적 판결을 통해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어서 여론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2016년에도 서울 은평구 응암2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에게 87억원의 현금을 살포해 법원에서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롯데건설은 지난 1일에도 2017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5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불법 금품 제공 행위가 롯데건설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건설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로비 행위는 경쟁업체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시공사 선정 과정의 공정 경쟁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행태가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필요하고 건설업계 전체가 쇄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은 서울 송파구 신청동 17-67일대에 지하 3층~지상 35층 13개동, 총 1888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51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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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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