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세인데.. 사모펀드는 왜 바이오를 선택했을까
[편집자주]바이오 업계에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투자를 넘어 경영권 인수에 나서는 사모펀드가 등장했다. 그동안 바이오 업계 투자는 벤처캐피털(VC)이 주도했다. 최근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VC의 투자 비중은 낮아졌고 그 자리를 사모펀드가 대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과 신사업 진출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 기업으로선 사모펀드의 러브콜을 외면할 수 없다. 사모펀드와 얽힌 바이오 업계의 현주소와 투자 유의점을 살펴봤다.
①사모펀드에 매각된 바이오 기업들
②주가 하락세인데… 사모펀드는 왜 바이오를 선택했을까
③"개미는 조심하세요"… 바이오 투자 유의점은?
"최근 사모펀드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바이오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습니다. 사모펀드 관계자와 바이오 관계자들 간의 만남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만난 투자(IB)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다양한 분야에 전반적으로 투자해온 사모펀드가 이제 바이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사모펀드들 사이에선 기본적으로 현금 흐름이 좋은 기업을 선호하고 바이오는 투자를 배제하는 대상이었다"며 "바이오는 리스크(위험)가 큰 투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근 바이오 기업에 자본을 공급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말 사모펀드 제도도입 이후 연평균 약 20% 씩 성장해 지난해 기준 국내 사모펀드의 운용액은 116조원에 달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수는 2007년 35개사에서 2021년 394개사로 14년만에 11배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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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까지 주식시장 성장을 주도했던 바이오 주식은 올 들어 약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30일 종가기준 KRX헬스케어 지수는 2998.69로 1년 만에 약 36% 감소했다. 거래소가 선정한 주요 제약·바이오주 89개로 구성된 KRX헬스케어 지수는 바이오 주식 시장 흐름을 대표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입장에선 지금이 바이오 기업을 매수하는 게 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는 대표적인 성장 산업으로 꼽힌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바이오 산업은 2020년 5041억달러에서 2027년 9114억달러로 연평균 7.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사모펀드 입장에선 바이오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바이오 기업을 향한 거래소의 평가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VC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투자금은 67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3% 감소했다. 바이오 투자 비중은 16.9%로 최근 4년 새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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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분 구조가 취약한 바이오 기업들 사이에선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최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입장에선 작은 지분 투자만으로도 최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적대적 M&A는 아니었지만 메디포스트와 랩지노믹스 모두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10% 안팎이었다.
올해 초 엔지켐생명과학은 적대적 M&A에 노출되기도 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2월 168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으나 투자자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했다. 당시 주관사였던 KB증권이 실권주를 떠안으면서 지분은 28%까지 높아졌다.
KB생명이 자칫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엔지켐생명과학 최대주주인 손기영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8.7%에 불과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3월 주주총회를 열고 '황금 낙하산'(대표이사 해임 시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며 적대적 M&A에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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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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