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에 매각된 바이오 기업들
[편집자주]바이오 업계에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투자를 넘어 경영권 인수에 나서는 사모펀드가 등장했다. 그동안 바이오 업계 투자는 벤처캐피털(VC)이 주도했다. 최근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VC의 투자 비중은 낮아졌고 그 자리를 사모펀드가 대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과 신사업 진출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 기업으로선 사모펀드의 러브콜을 외면할 수 없다. 사모펀드와 얽힌 바이오 업계의 현주소와 투자 유의점을 살펴봤다.
①사모펀드에 매각된 바이오 기업들
②주가 하락세인데… 사모펀드는 왜 바이오를 선택했을까
③"개미는 조심하세요"… 바이오 투자 유의점은?
바이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사모펀드가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달 랩지노믹스는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긴다는 소식을 알렸다. 지난 1월 클래시스와 3월 메디포스트에 이은 올해 세번째 사모펀드의 경영권 진입 사례다. 바이오 기업들은 사모펀드 매각 절차에 앞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대주주 지위까지 내주는 상황을 두고 바이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영진(창업자)이 털고 나갔다'는 시각도 적잖게 관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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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치료제 전문기업 메디포스트는 지난 3월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스카이레이크)와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크레센도)를 최대주주로 영입했다. 스카이레이크와 크레센도는 메디포스트가 발행한 700억원 규모 CB에 투자하고 700억원 규모의 의결권이 있는 전환우선주(CPS) 등 총 14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와 함께 양윤선 메디포스트 전 대표의 보유 주식 100만1002주 중 40만주를 200억원에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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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지노믹스는 이번 투자금으로 미국 수탁분석기관인 클리아(CLIA)를 인수해 미국 진단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랩지노믹스 측은 "이번 자금조달로 미국 진단시장에서 공격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해졌으며 이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메디포스트 역시 사모펀드로부터 투입된 자금을 북미 지역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생산개발(CDMO) 기업 옴니아바이오에 900억원 규모로 투자키로 했다. 클래시스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인프라를 보유한 베인케피탈의 역량을 내세워 해외 마케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장기간 이어온 창업자 체제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최대주주로 들어선 사모펀드가 기업의 조력자는 물론 신성장동력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이란 기대다. 양 전 대표는 2000년부터 22년 동안 메디포스트 수장 자리에서 회사를 이끌어왔다. 랩지노믹스는 진 대표가 2002년부터 20년 동안, 클래시스는 정 전 대표가 2007년 창업해 15년 간 회사를 진두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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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전 대표 역시 메디포스트의 대표직을 유지하며 공동경영을 펼칠 계획이었으나 지난 8월8일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기업 매각 소식을 발표한 지 6개월 만이었다. 메디포스트는 양 전 대표가 회사에 남아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며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사실상 회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클래시스의 정 전 대표도 베인케피탈에 최대주주를 내어준 지 단 3개월만인 지난 4월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다. 랩지노믹스의 경우 진 대표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사모펀드가 접촉을 시도한다. 이들이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면서 "사모펀드의 투자 유치는 명분이고 결국 최대주주가 기업 경영에서 탈출한 것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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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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