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플랫폼 전쟁]금융사, '슈퍼앱'으로 빅테크 잡을까

노명현 2022. 9. 1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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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서비스 한 자리에..지주 운영 가능
플랫폼 사업 속도..비금융 융합 관건
전통 금융사(은행‧보험‧카드 등)들과 비금융사(빅테크‧핀테크 등)간 금융 플랫폼 전쟁이 시작됐다. 금융당국이 금융 플랫폼 발전을 위해 규제 문턱을 낮추며 각 업계가 원하던 신사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금융규제 혁신으로 금융사들이 갖게 될 신사업 기회와 전망, 향후 과제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기울어진 운동장' 지난 몇 년간 금융사들이 정부의 금융정책을 비판할 때 외치던 말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신사업에 대한 허가를 얻어야 하는 전통 금융사(은행‧보험‧카드사 등)와 달리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은 IT기술을 바탕으로 금융 시장에 손쉽게 진출했다. 금융사 입장에선 가만히 앉아 시장을 뺏긴 셈이다.

취임 전부터 금융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의 BTS 탄생을 강조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갖고 구체적 밑그림을 공개했다. 금융사들이 원하던 신사업 문턱을 낮추고 빅테크‧핀테크 기업과 마찬가지로 통합 서비스앱 운영이 가능해졌다.

금융사들은 플랫폼 사업 추진에 동력을 얻은 것으로 평가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비금융 서비스를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향후 금융 플랫폼 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흩어졌던 금융앱, 지주가 묶는다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통합 앱 구축으로 계열사 간 연계 서비스 기반을 마련하고 비금융 서비스와 협업을 통해 API 서비스 체계를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빅테크에 비해 오픈형 협업은 제한적이고 금융정보를 활용한 데이터 서비스 범위와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구축이란 구체적 목표 아래 은행들이 플랫폼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규제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부수업무 해당여부를 유연하게 해석하고, 통합앱을 통해 보험과 카드, 증권 등 계열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한다.

특히 계열사에게 고객정보를 제공할 때 부수‧겸영업무 신고 등 별도 절차 없이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빅테크‧핀테크 등은 고객 동의를 받으면 정보 활용이 자유로웠던데 반해 은행은 정보 공유 문턱에 막혀 있었다. 

이와 함께 보험은 헬스케어 금융플랫폼 구축 지원을, 카드는 생활밀착 금융플랫폼 지원을 위해 관련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관련기사: '은행도 다른 사업 쉽게'…금융앱 플랫폼으로 키운다(8월23일)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금융권에선 영리사업을 하지 못하던 지주사가 통합앱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사들은 별도 앱을 운영하거나 통합앱을 운영해도 빅테크‧핀테크에 비해 고객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지주가 통합앱을 직접 운영하면 이같은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까닭이다.

금융위는 지주사가 통합앱 기획‧개발과 관리‧유지 업무 등을 위탁받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법령 개정으로 통합앱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지주는 영리업무를 하지 못하는데 (통합앱 운영이)영리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통합앱 운영이 영리업무에 해당해도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에 밀린 금융사, 따라잡을까

그동안 금융사들은 계열사별로 앱이 흩어지고, 고객 정보 공유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전통 금융사들의 앱은 빅테크‧핀테크와의 경쟁에서 밀려있던 게 사실이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조사한 주요은행 앱 확보고객 비율 결과를 보면 토스가 34.8%로 가장 많다. KB스타뱅킹과 신한쏠(SOL) 등 계열사 앱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토스와 카카오뱅크 등에는 밀리는 게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앱의 플랫폼 발전 걸림돌이던 통합앱 운영과 계열사 고객 정보 공유 등이 가능해진 만큼 금융권에선 관련 사업에 추진력을 얻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주사들이 통합앱을 운영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없앤다는 부분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그동안 빅테크‧핀테크 기업들만 가능했던 계열사 간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며 "그동안 규제를 피해 플랫폼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앞으로는 규제없이 플랫폼처럼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플랫폼 금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금융을 넘어 플랫폼 상에서 비금융 서비스를 어떻게 접목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익명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앱이 제공하는 서비스 범주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은 기대할만 하다"면서도 "비금융 분야는 어디까지 가능한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향후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 공유 제약 요인이 없어지면 금융사들의 플랫폼 전환에 있어 효율성과 신속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플랫폼 특성상 금융 서비스가 출발점은 아닌 만큼 소비자 니즈를 담은 비금융과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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