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에 역발상 투자 나선 삼성·SK.."호황기 다시 온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장기적으로 늘어날 것.."반등 때 주도권 강화"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반도체 겨울'이 시작됐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히려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삼성은 평택에 이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2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고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청주에 대한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세계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정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선제적 투자로 반도체 호황기 때 주도권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반도체 생산 공장인 M15X(eXtension)를 건설하기 위해 5년간 15조원을 투자한다.
다음 달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약 6만㎡(제곱미터) 부지에서 M15X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복층 구조로 기존 청주 M11, M12 두 개 공장을 합한 것과 비슷한 규모로 알려졌다. M15X 라인은 2025년 가동될 예정이다.
앞서 SK는 미국에 반도체 R&D 협력과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등의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이르면 내년 반도체 패키징 생산 시설 건설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고덕산업단지에 '축구장 400개'를 합친 규모의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다. 지난 7월부터 3공장이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으로 가동에 들어갔으며 4공장 착공을 위한 기초 공사도 진행 중이다. 6공장 건설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여기에 170억 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미국 제2파운드리 공장 착공 시점도 임박했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달 착공식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2046년까지 총 1921억 달러(약 266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 11곳을 신설하는 중장기 사업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침체된 것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는 이례적이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수요 위축으로 재고가 쌓이고, 가격은 추락했다. 지난달 PC용 D램(DDR4 8Gb 1Gx8) 고정거래가격만 하더라도 지난해 말(3.71달러)보다 23.1% 내린 2.85달러로 집계됐다.
가격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에게 물은 결과, 58.6%는 반도체 시장 침체가 '2024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 및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중국의 빠른 기술추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의 리스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반도체산업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장단기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익 전망도 우울하다. 황민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테크팀장은 "메모리 반도체의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 대비 30~40%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발상 투자에 나선 것은 다가올 반도체 호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장 위축에 투자를 줄이면 호황기 때 점유율을 지킬 수 없다고 봤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변동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이 2024년부터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서버용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증강현실(AR) 등 미래 산업 성장에 맞춰 반도체 시장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선제 투자로 시장 점유율을 늘린 경험도 작용했다. 지난 2012년 SK하이닉스는 적자 상황에서도 투자를 확대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에도 선제 투자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대표이사)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빨라지며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하면 호황기에는 안 좋은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다"며 "투자를 (시황) '업앤다운'에 의존하는 것보다 꾸준하게 하는 투자가 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다가올 10년을 대비해야 하고 M15X 착공은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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