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은하, 중력과 빛의 콜라보를 꿰뚫다[코스모스토리]
우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이하 연구소, STScI)를 비롯한 각국의 우주기관 및 단체에서 발표하는 제임스 웹의 관측물 소식을 접하면서 경이롭고 놀라운 은하, 성단, 항성과 행성들의 모습을 감상했습니다.
하지만 제임스 웹의 놀라운 관측 성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연구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제임스 웹의 관측스케줄에는 각국의 우주기관이 아닌 전세계 천문학자들의 관측제안서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제임스 웹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 다양한 천체를 관측했고 그 기록은 해당 관측 제안을 한 천문학자가 열람해 연구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발견이 있었다면 그 관측데이터는 단순히 천문학자들의 열람에만 그쳤을까요? 기관들의 공식적인 자료가 있다면 논문발표, SNS 등으로 공개된 비공식 자료 또한 존재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2개월동안 기관이 공개한 것이 아닌 비공식 자료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허블이 발견한 초기 우주의 별을 재조명한 제임스 웹
우주의봄JWST(Cosmic Spring JWST)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천문학자 그룹은 트위터에 초기 우주의 별 '에렌델(Earendel)'을 관측한 이미지를 지난 8월 2일 게재했습니다.
에렌델은 고대 영어로 '새벽별(Morning Star)'을 뜻합니다. 이 천체는 지난 3월 허블우주망원경이 우연히 포착한 별로 빅뱅 이후 약 9억년 뒤 생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시광선과 근자외선으로 관측한 허블과 달리 적외선으로 관측한 제임스 웹은 더 밝고 뚜렷한 이미지 결과물을 보여줬습니다.
우주의봄은 해당 이미지를 'JWST 프로그램 2282'에서 관측했다고 밝혔습니다. STScI의 제임스 웹 스케줄과 대조해본 결과 지난 7월 30일 은하단 'WHL0137-08'를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으로 관측하는 계획이 수립돼 있었습니다.
에렌델은 은하단 'WHL0137-08'의 강력한 중력렌즈 현상에 의해 왜곡된 빛이 증폭되면서 우리에게 도달했습니다. 허블은 증폭된 빛을 통해 겨우 포착했지만 제임스 웹의 이미지는 보다 뚜렷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주의봄은 허블이 관측한 이미지와 제임스 웹의 이미지를 비교하는 자료를 공개하면서 "은하들이 더 밝아지면서 나타나는 것을 보세요"라고도 전했습니다.
이처럼 에렌델을 다시 관측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제임스 웹이 발견한 초기 우주의 빛을 다수 확인했습니다. 이 천체들의 빛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지구까지 도달하면서 파장이 점차 길어지는 적색편이 현상을 보입니다. 우리에게는 아주 작은 붉은 점처럼 보이죠.
하지만 에렌델은 조금 다릅니다. 대부분이 수천억개의 별이 모인 은하에서 방출된 빛이라면 에렌델은 단지 별 하나에서 나온 빛입니다. 이 별은 은하보다 매우 어두워 지구에서 발견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중력렌즈 현상을 거쳐 포착된 이 천체는 지금까지 발견된 별 중에서 가장 오래된 별이자 유일한 초기 우주의 별빛입니다.
은하의 소용돌이를 자세히 조명한 제임스 웹
지난 7월 17일 제임스 웹은 지구에서 물고기자리 방향으로 3200만 년 거리에 위치한 나선은하 메시에 74(Messier 74, M74, NGC0628)은하를 관측했습니다. 이 은하는 다른은하들 대비 어두워 전문장비가 아니면 관측이 어려워 유령 은하라고도 불립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닐스보어연구소 산하 우주여명센터 가브리엘 브래머 박사는 제임스 웹이 관측한 바로 다음날인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한 M74 은하의 사진 한 장을 트위터에 공개했습니다.
이 이미지는 매우 특이합니다. 우선 은하의 색이 보라색이고 소용돌이 치는 은하의 모습이 뼈대처럼 자세히 드러나 있습니다.
고해상도로 은하를 관찰하는 팡스 서베이(PHANGS Survey) 프로젝트의 주디 슈미트 박사는 제임스 웹의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한 M74 은하의 이미지를 제작했고 SNS에 공유했습니다. 슈미트 박사는 제임스 웹의 목성 이미지 프로세싱을 하기도 했습니다.
슈미트 박사의 M74 이미지는 앞서 공개된 보라색과는 다르게 회색과 푸른색 그리고 붉은 색이 들어가 있어 보다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즉 앞서 공개된 이미지대로 M74의 실제모습은 보라색이 아닌 것이죠.
제임스웹은 천문학자들의 제안을 받아서 관측스케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른사람이 같은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제임스 웹의 데이터 관리 방법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제임스 웹이 관측한 데이터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소재 우주망원경 기록 보관소인 미컬스키 우주망원경 아카이브(MAST)에 보내집니다. MAST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뿐 아니라 허블 우주망원경 등 NASA의 망원경 16개가 수집한 공개 데이터를 보관합니다.
제임스 웹의 관측데이터는 나사소속 연구진이 분석하는 비공개 자료를 제외되지만 나머지 데이터는 아카이브에 보관돼 접속한 누구나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슈미트 박사가 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제임스 웹의 데이터는 MAST에서 M74를 검색해 다운받아 편집을 했습니다. 데이터는 중적외선 기기(MIRI)로 촬영됐으며 메타데이터에서 사용한 필터 정보 인식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빛의 파장에 따른 색상을 적용한 것입니다.
핵이 숨어있는 은하를 바라본 제임스 웹
제임스 웹은 M74은하와 비슷한 은하도 관측했습니다. 바로 IC5332라고 불리는 나선은하인데요. 이 은하는 조각가자리에서 약 3천만 광년 거리에 위치해있는 중간나선은하입니다.
슈미트 박사는 지난 7월 24일 플리커에 IC5332은하의 이미지를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이미지를 살펴보면 M74은하 대비 소용돌이 치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덜하죠. 그리고 가장 큰 특징으로 가운데 은하의 핵이 숨어있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이 은하의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지 않거나 작은 질량의 블랙홀이 존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양팔을 펼친 은하를 포착한 제임스 웹
은하는 중심부에 위치한 핵을 기준으로 선풍기의 팬처럼 나선팔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줄기를 만들어내 회전합니다. 은하마다 나선팔의 숫자가 다르지만 가장 적은 숫자는 2개의 나선팔을 지녔습니다.
이러한 적은 숫자의 나선팔을 가진 NGC7696과 NGC1365 은하를 제임스 웹이 관측했고 슈미트 박사가 SNS에 이미지를 공개했습니다.
우선 NGC7696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와 중적외선 기기(MIRI)로 관측한 이미지를 각각 공개했습니다.
두 이미지 모두 은하의 중심부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또한 은하 나선팔 2개가 양쪽에서 회전하고 있는데요. 이곳에는 다량의 가스가 분포하고 있어 다소 어둡게 보이고 있습니다. 회전하는 나선팔의 가장자리 부분에는 가스들이 밀려나면서 별들이 생기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제임스 웹이 바라본 NGC1365 은하는 조금 더 근접한 이미지를 공개했는데요. 슈미트 박사는 "먼지가 많은 막대 나선은하이지만 흥미롭게도 가시광선에선 먼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핵 주변의 먼지는 꽤 충격적"이라고 전했습니다. 해당 이미지는 중적외선으로 관측돼 은하의 먼지와 가스 분포, 은하 핵의 모습이 잘 보입니다.
'우주의 반지' 완벽한 아인슈타인 고리를 포착한 제임스 웹
제임스 웹은 지난 7월 12일 놀라운 첫 풀컬러 이미지와 분광데이터 5가지를 공개했습니다. 그중 SMACS 0723 은하단에서 중력렌즈 효과를 통한 빛의 굴절현상을 확인했습니다. 은하에서 방출된 빛은 중력의 영향으로 저마다 다른 형태의 곡선을 그리며 일그러져 있습니다.
천문학과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Spaceguy44'는 자신의 레딧에 제임스 웹이 관측한 SPT-S J041839-4751.8(JO418)의 이미지를 지난 8월 23일 공유 했습니다. 해당 이미지에는 중심에 파란색으로 빛나는 은하가 있고 주변에 원모양의 노란색 고리가 형성돼 있습니다. 마치 도트포인트 처럼 원모양이 대칭적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천체는 하나의 천체가 아닌 두개의 첸체가 중력렌즈 현상으로 인해 같이 나타난 현상입니다. 거리상 지구에서 가까운 천체는 가운데 파란색 천체이고 노란색 고리로 보이는 천체가 일직선상으로 뒤에 있습니다.
특별한 점은 파란색의 천체가 구형태의 중력을 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고리의 모양이 찌그러지지 않은 대칭형으로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뒤쪽 빛을 발하는 은하에서 직선으로 날아가던 빛이 파란색 천체의 중력에 의해 휘어지게 되는데 만약 구형태의 중력군이 아니라면 그 모양에 맞게 고리가 찌그러져 보였을 것 입니다. 이처럼 중력렌즈의 영향을 받아 고리모양으로 형성된 상태를 '아인슈타인 고리(Einstein ring)'라고 합니다.
1936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소속이었던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과학자 맨들의 요청으로 '별과 별이 일직선 상에 놓이면 중력렌즈에 의해 빛이 모여 고리모양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발표하게 됩니다.
그는 빛을 발하는 광원별과 중력을 일으키는 렌즈별이 정확하게 일직선 상에 놓일 경우 중력렌즈로 휘어진 상은 고리 모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고리를 관측할 수 있는 각 크기(이동하는 천체간의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작고 이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너무 작아서 실제로 관측하기 어렵다고 예측했습니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별과 별사이의 광원과 중력을 두고 연구했지만, 연구대상을 은하로 넓혀 진행했다면 광원과 중력이 커지는 만큼 관측할 수 있는 각 크기가 커져 아인슈타인 고리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력렌즈는 구의 형태도 존재하지만 중력군의 모양에 따라 작용하는 형태도 제각각인데 이때 형성되는 천체의 모양도 달라집니다. 구가 아닌 타원형태의 중력군에서 발생하는 천체를 '아인슈타인 십자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가장 흔항 형태는 SMACS 0723 은하단에서 확인된 일부분의 곡선을 취한 형태로 보이는 것입니다.
무한한 우주에 존재하는 현상의 가능성을 바라봅니다
지극히 낮은 확률도 무한에 가까운 우주에서는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제임스 웹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현상들을 포착해내고 있습니다.
138억 년 전 우주를 135억 년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알려진 제임스 웹은 대부분의 우주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것 입니다.
아직 가동을 시작한지 2개월, 우리는 어떤 것을 발견할지 모릅니다. 단지 새로움으로 놀라게 될 그 순간을 즐겁게 기다리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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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원철 기자 chwc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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