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vs 변동금리 어떤 게 낫나.. 과거 역전현상 돌아보니

정민하 기자 2022. 9.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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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는 꾸준히 변동금리 선호
"격차가 1%p 이내일 때는 고정금리"
안심전환대출 등 조건 맞는 상품도 방법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도로변에 은행 예금 금리 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변동형 금리의 역전현상이 일어났던 2018년 말. 이사를 앞두고 2억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던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고민 끝에 혼합형(5년 고정금리) 대출을 받기로 했다. 당시 이례적으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0.5%포인트(p)가량 낮아 연간 약 100만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은행직원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고정형을 선택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이씨는 곧 이 결정을 후회하게 됐다. 2018년 11월 1.75%였던 기준금리가 약 1년 반 만에 0.50%까지 하락하면서다. 2020년 3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1.25%였던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이른바 ‘빅컷’에 나섰다. 같은 해 5월에는 0.25%p 추가 인하했다. 이후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까지 동결됐다.

그래픽=이은현

최근 기준금리 상승세 속 몇몇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 금리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벌어지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이유는 두 가지다. 변동금리의 경우 은행이 만기를 짧게 잡아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다. 또 고정금리는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이 한쪽에 전가되기 때문에, 은행이 손실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해 가산 금리를 더 붙이는 경향이 있다.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금융 소비자는 대개 금리 상승을 예상하고 고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는 등 짧은 기간 단기채 금리가 치솟을 때다. 5년 만기 채권 금리 변동은 중기(3~5년) 정도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을 반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작을 수 있다. 이 경우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이 시기엔 금리는 낮지만 연체 위험도가 높은 변동형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고정형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고 봐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이전과 같은 조언이 통하지 않게 됐다. 기준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자금 상환과 상환 기간 등을 고려해 변동·고정금리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고정금리 갈아탔더니 코로나가… “차라리 평상시 금리 낮은 변동형 선택”

2016년 2월 모든 은행권에서 변동금리와 고정금리가 일제히 역전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고정금리로 돈을 빌려줄 땐 미래의 금리 상승에 대비해 변동금리 상품보다 더 비싼 이자를 받는 게 일반적이었던 은행 특성상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최대 2%대인 반면, 변동금리는 3%대였다.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낮아지면서 주요 시중은행에선 갈아타려는 문의가 20%가량 늘었다.

2018년 말~2019년 초에도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2019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변동형에서 고정형으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2016년 6월 1.25%였던 기준금리가 2017년 11월 1.50%, 2018년 11월 1.75%로 인상되며 상승세로 전환하면서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기준금리는 약 1년 반 만에 0.50%까지 하락했다.

그래픽=이은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에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더 높아지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상 6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78.1%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출자들이 평상시 대출 시점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금리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3억원 규모 주담대를 받으려는 8년차 직장인 김모씨는 “변동·고정금리 역전 현상이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고, 두 상품의 금리 차이도 크지 않다”면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리가 다시 낮아질 수 있어 변동금리를 택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금리 인상기에는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 중론을 따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당장의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가파르게 오른 데다, 경기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란 심리가 채권 시장에 반영되면서 변동금리 상단이 가산금리 상단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 개인별로 꼼꼼히 따져봐야… 자격 있다면 안심전환대출·보금자리론도 방법

전문가들은 대출 총량과 중도상환수수료 등 득실을 꼼꼼히 따져 유리한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론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변동금리형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사실상 유리했다”면서 “그러나 한국은행이 7월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는 등 금리 상승 시그널이 이어져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1년 이상 금리 상승이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 격차가 1%포인트 이내일 때는 고정금리가, 이 이상 차이가 날 경우 변동금리가 유리하다고 본다”면서도 “실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는 상품별·개인 경제 상황별로 천차만별인 만큼 여러 곳에서 충분히 상담한 후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은현

자격요건을 갖췄다면 고금리 변동금리 대출을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로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시가 4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대출 2억5000만원 이하)로서 부부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차주가 대상으로, 금리는 신청 시점인 9월 보금자리론보다 0.45~0.55%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또 변동금리 주기를 최대한 길게 잡거나, 신(新)잔액 코픽스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상품을 택해 금리 인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출시한 5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은 대출금리가 연 4.85%로 책정됐다. 50년 만기 정책모기지 상품을 연 4.85%, 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이용하는 고객이 3억원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월상환금액은 133만원이다. 40년 만기(연 4.83%·원리금균등상환방식) 시 월상환액 141만원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연간 96만원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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