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도 못한 대기록이 보였는데..박병호 뜨겁게 안녕 '올해의 재기상'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한 방만 있으면 쉽게 가는 경기였는데…”
KT 간판타자 박병호를 지난 3일 광주 KIA전 직후 만났다. 박병호는 그날 자신의 활약에 만족하기보다 팀에 더 공헌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장타에 대한 부담은 없다. 다만, 최근 팀이 힘든 경기를 할 때마다 한 방만 있으면 쉽게 가는 것이었는데 팀에 미안하다”라고 했다.
‘국민거포’ 박병호는 이런 선수다. 올해 120경기서 425타수 116안타 타율 0.273 33홈런 93타점 70득점 OPS 0.984. 2020~2021년 키움에서의 부진을 완벽하게 털어내고 부활했다. 박병호가 죽지 않았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박병호는 팀에 조금이라도 더 힘을 보태고 싶었다. 화려한 한 방 이면에 2~3번의 실패를 더 아쉬워했다. 그런 박병호가 10일 고척 키움전 2회초 첫 타석에서 좌중간 깊은 타구를 날린 뒤 2루에 들어가다 오른 발목을 크게 꺾였다.
KT와 이강철 감독이 박병호의 시즌아웃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감독은 적어도 1~2개월의 공백기가 필요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잔여 페넌트레이스 일정은 물론 포스트시즌에도 못 나간다.
누구보다도 박병호의 심정이 가장 참담하다. 자신이 잘 하고도 못했던 걸 아쉬워했던 선수다. 하물며 부상으로 갑자기 시즌을 마쳐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나 분명한 건 올해 박병호는 ‘국민거포’로 화려하게 돌아왔으며, KBO리그에도 ‘올해의 재기상’이 있다면 0순위라는 점이다.
박병호가 이대로 시즌을 마치더라도 홈런왕 등극은 어렵지 않다. 11일까지 홈런 2위는 24개의 호세 피렐라(삼성)다. 그러나 피렐라가 아무리 몰아치기를 하더라도 삼성에 남은 경기는 단 20경기다. 9개 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3개를 기록 중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잔여경기가 많지 않아 박병호의 홈런왕을 저지하는 건 어렵다.
다만, 박병호의 부활과 함께 KBO리그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을 쓸 기회를 놓친 건 아쉽다. 박병호의 홈런 페이스가 시즌 막판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특유의 몰아치기로 40홈런을 채울 경우 통산 네 번째 40홈런(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 2018년 43홈런)을 달성, 이승엽을 넘어서며 KBO리그 최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천하의 이승엽도 1999년(54홈런), 2002년(47홈런), 2003년(56홈런) 등 40홈런 시즌은 세 차례였다. 물론 일본에서 더 화려한 기록을 남겼지만, KBO리그를 기준으로 삼으면 박병호가 이승엽보다 40홈런을 한 시즌 더 기록하는 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부상으로 허무하게 다음 기회를 노리게 됐다.
참고로 이승엽과 박병호는 50홈런 시즌도 나란히 두 차례다. KBO리그 역사에 이들 외에 50홈런을 두 차례 달성한 타자는 없었다. 박병호에겐 기회와 자격이 있다. 은퇴하기 전까지 40홈런, 50홈런 시즌을 한 차례라도 달성하면 이 분야만큼은 이승엽을 넘어서게 된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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