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대투수 원샷원킬.."진짜 치고 싶었다, 학교의 자랑"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진짜 치고 싶었다. 학교의 자랑이시다.”
두산 우타자 김민혁(26)은 광주동성중,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2017년 2차 16순위로 입단했다. 입단 당시 거포 유망주로 주목 받았지만, 생각보다 성장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10일까지 타율 0.211 1홈런 2타점에 그쳤다.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그러나 9월 확대엔트리가 적용되고, 부진한 기존 선수들도 있었다. 김민혁은 11일 잠실 KIA전서 승부처에 대타로 기용됐다. 2-2 동점이던 6회말 1사 2루. KIA 대투수 양현종의 초구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1타점 좌중간적시타로 연결, 승부를 뒤집었다.
두산이 이후 리드를 벌리면서 김민혁의 이 타구는 결승타가 됐다. 대타의 정석대로,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노린 게 주효했다. 김민혁은 “감독님이 대타는 초구부터 승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쳤다”라고 했다.
양현종은 공교롭게도 김민혁의 중학교, 고등학교 직속 선배다. 그러나 이날 전까지 4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두 차례 당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주축 멤버가 아닌 김민혁으로선 양현종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그러나 김민혁은 대선배를 상대로 ‘원샷원킬’로 경기를 정리했다. 그는 “기분 좋다. 오른손 타자에게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던지시는 걸 파악하고 들어갔다. 진짜 치고 싶었다. 승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누구나 치고 싶은 대투수 아닌가”라고 했다.
양현종은 모교 사랑이 지극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민혁은 양현종이 비 시즌에 학교에 찾아와 선수들에게 좋은 얘기를 해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겨울마다 학교에 오셨다. 프로에 가면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학교의 자랑이시다”라고 했다.
양현종을 상대로 결정타를 날린 만큼, 김민혁의 야구가 시즌 막판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순간에 기용해준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못해도 다시 2군에 내려가서 준비하자는 마음이다. 형들도 ‘조금만 버티면 된다’라고 해준다”라고 했다.
이날 가족이 경기장을 찾았다. 9개월된 아들 하준 군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어 한다. 김민혁은 “건강하게 잘 커줘서 고맙고, 아빠가 사랑을 많이 주고 좋은데 많이 데려가겠다. 아프지 말고 잘 크면 좋겠다”라고 했다.
[김민혁.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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