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왕조 시절의 두산야구..타이거즈 대투수의 1800K를 휴지조각으로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이게 왕조 시절의 두산야구다.
두산은 10일 잠실 KIA전서 0-3으로 무너지면서 49승69패2무, 승률 0.415로 9위다. 후반기 초반까지만 해도 6~7위권서 대역전 5강을 바라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전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사실 1~2년 전부터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그동안 잘 버텨왔다.
올해는 마침내 왕조의 끝이 보인다. 경기력이 예전만 못하다. FA 유출과 보상선수, 신예들로 새롭게 꾸린 로스터는 예전만큼 공수, 투타에서 날카롭지 않다. 반면 FA로 잡은 베테랑들은 기대만큼의 활약을 못 보여줬다.
무기력한 경기를 반복하지만, 그래도 경기는 최선을 다해 치르는 게 프로다. 김태형 감독은 11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젊은 선수들이 지금 1군에서 뛰는 걸 감사해해야 하며, 더 열심히 해서 개인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11일 경기는 두산이 오랜만에 왕조 시절의 끈끈한 야구를 보여줬다고 봐야 한다. 0-2로 뒤진 채 출발한 경기. 심지어 KIA 마운드에 에이스 양현종이 버티고 있었다. 그런 양현종을 상대로 타선이 응집력을 발휘하며 승부를 뒤집어버렸다.
4회 1점에 이어 6회 3점을 뽑아내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선두타자 양석환의 솔로포 이후 허경민의 장타에 이어 대타 김민혁 카드가 통했다. 올 시즌 타율 0.211 1홈런 2타점으로 별로 보여준 게 없었던 내야수. 그러나 양현종의 초구 체인지업을 공략해 결승타를 뽑아냈다.
번트 작전 이후 정수빈의 달아나는 1타점 적시타도 의미 있었다. 올 시즌 정수빈은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지만, 이날 전까지 최근 10경기 타율 0.385로 완연한 상승세였다. 베테랑답게 필요할 때 한 방을 해냈다. 4안타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마운드는 올 시즌 최고의 히트상품 정철원이 브랜든 와델에 이어 허리를 책임졌다. 8회 무사 1루 위기를 병살타 유도로 잘 넘기며 KIA의 5연승 저지에 앞장섰다. 김선빈을 상대로 패스트볼로 구사, 직접 더블플레이를 완성했다.
사실 KIA 에이스 양현종이 이날 4개의 삼진을 보태며 통산 1800탈삼진을 돌파했다. 송진우(2048K)에 이어 KBO리그 통산 두 번째 기록. 그러나 양현종의 대기록이 두산 타자들의 응집력에 묻힌 하루였다.
김태형 감독은 "선발 브랜든이 경기 초반 고전했지만 5회까지 잘 막아내며 제 몫을 다 해줬다. 뒤에 나온 중간 투수들도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해 승리를 잘 지켜줬다. 특히 정철원이 2이닝을 잘 막아낸 것이 컸다. 공격에서는 정수빈이 1번타자 역할을 완벽하게 해줬고, 6회 양석환의 동점홈런으로 끌려가던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었다. 이어진 찬스에서 대타 김민혁의 역전 적시타로 경기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라고 했다.
양석환은 "연휴 마지막 경기를 승리할 수 있어 기분 좋다. 특히 1루 관중석을 채워주신 팬분들의 응원에 홈런으로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의미 있다. 타석에 들어설 땐 체인지업 생각을 많이 했다. 초구 체인지업을 보고, 몸쪽 직구를 예상했는데 운이 좋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좌익수가 자리 잡고 있어 안 넘어갈 줄 알았는데, 아직 젊어서 넘어간 것 같다. 현종이 형 상대로는 첫 홈런인데, 대투수 아닌가. 워낙 공이 좋아 그동안 고전했는데 오늘은 운이 좋았다. 타격감이 조금은 올라왔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 이제 23경기 남았다. 더 높은 위치에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양석환.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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