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서거] 아일랜드 축구 팬 '조롱성 응원'에 구단·협회 "용납 못 해"

이의진 2022. 9. 1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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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 감정이 남아있는 아일랜드에서 유럽대항전이 펼쳐지는 중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대한 '조롱성 응원'이 나오자 홈 팀이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지난 8일 아일랜드 더블린주의 탈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유르고르덴(스웨덴)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조별리그 경기 중 일부 섐록 로버스 팬들이 여왕의 서거를 환영하는 응원을 펼쳐 파문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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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성 응원'을 펼친 팬들을 질타하는 섐록 로버스의 성명 [섐록 로버스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반영 감정이 남아있는 아일랜드에서 유럽대항전이 펼쳐지는 중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대한 '조롱성 응원'이 나오자 홈 팀이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아일랜드 프로축구 섐록 로버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어젯밤 경기에서 일부 집단이 펼친 응원을 인지하고 있다"며 "그런 냉담하고 몰이해한 응원은 우리 팀의 가치와 어긋난다.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아일랜드 더블린주의 탈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유르고르덴(스웨덴)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조별리그 경기 중 일부 섐록 로버스 팬들이 여왕의 서거를 환영하는 응원을 펼쳐 파문이 일었다.

트위터 등에 공유되는 영상에 포착된 홈 팬들은 손뼉을 치면서 여왕의 서거를 조롱하는 특정 구호를 연달아 합창한다.

응원 장면을 담은 한 트위터 영상은 15만 회가량의 '마음에 들어요'를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섐록 로버스는 "구단은 규정상 이런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며 "축구를 통해 표출되는 모든 방식의 편협함과 차별 행위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의 행동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이들은 경기장에서 퇴출당할 것이고 경찰로 인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일랜드축구협회도 성명을 통해 "용납할 수 없는 응원을 펼친 일부 팬들을 질책하는 데 섐록 로버스와 뜻을 함께한다"며 목소리를 보탰다.

이어 "아일랜드 프로축구 리그 전체 주말 경기에서 (여왕에 대한) 경의를 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었다.

트위터에 공유되는 아일랜드 축구팬의 '조롱성 응원' 영상 [트위터 계정(@dublincelticfan)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아일랜드 축구 팬들이 이런 응원을 펼친 데는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반영 감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세기 초 잉글랜드의 헨리 2세의 공격을 시작으로 줄곧 침략에 시달린 아일랜드는 19세기 초 영국에 공식 합병되며 식민지로 수탈당했던 아픈 역사가 있다.

영국의 지배 아래 19세기 중반 100만 명 이상이 아사한 '감자 대기근'까지 겪은 아일랜드는 20세기 들어서야 겨우 독립국의 지위를 쟁취할 수 있었다.

지난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011년 영국 왕으로선 처음으로 아일랜드를 방문, 과거사에 관해 유감을 표했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2011년 여왕의 아일랜드 방문은 가장 가까운 이웃과의 관계 정상화에 중요한 단계가 됐다"며 "정부를 대표해 사랑하는 군주를 잃은 영국 국민에게 가장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2세 여왕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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