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재집권 이후 '암흑의 시대' 진입한 아프간.."마른 빵조차 없어"

이서영 기자 2022. 9. 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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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탈레반 2기 집권 이후 사실상 경제 붕괴 상태
시스템 마저 붕괴해 자연재해도 대처 불능..인권은 바닥 쳐
9일(현지시간) 탈레반 군인들이 카불공항 표지판 앞에 서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탈레반이 재집권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은 어떨까.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장악한 지 지난 달 15일로 1년이 됐다.

탈레반은 집권 1기(1996~2001년)때와는 달리 국제 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보다 포용적이고 인권을 존중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탈레반은 이 같은 약속을 전혀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탈레반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샤리아’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며 공포정치를 자행하고 있다. 여성들의 교육과 취업도 제한하고 과거 악명 높았던 ‘권선징악부’를 부활시켜 공개처형 등 인권도 탄압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아프간 예산의 약 80%를 담당하던 국제사회 지원이 끊기면서 경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됐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아프간 지원을 중단하면서 아프간 인구 약 3900만명 가운데 600만 명은 기근 위험해 처했다.

마른 빵조차 찾기 어려운 아프간 인구 600만명의 상황에 대해 그린피스는 “적절한 대처가 없다면 사망할 수 있다”는 음울한 전망을 내놨다. 탈레반 집권 후 달라진 아프간의 어제와 오늘로 내일이 없어질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셈.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팍티카주 가얀에서 지진으로 부상한 시민들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2022.06.22/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아프간, 탈레반 2기 집권 이후 사실상 경제 붕괴 상태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하기 전까지 아프간 예산의 약 80%는 국제사회 원조로 구성됐다. 그러나 탈레반 집권 이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아프간 지원을 중단하면서 국민 70%가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는 등 경제는 파탄이 났다.

유엔은 아프간 인구 3900만명 가운데 절반 넘는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도움이 필요하고, 600만명 이상은 기근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리피스 차장은 “100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며 “만약 적절한 대처가 없다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영양실조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아프간 여성 브레슈나는 해당 언론에 “마른 빵조차 찾을 수 없었다. 3~4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달 보고서에서 “아프간 인구의 90% 이상이 거의 1년 동안 식량 불안정 위기를 겪었다”며 “수백만 명의 어린이가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고 심각한 장기적 건강 문제 위협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아프간 인구의 절반 이상인 2000만 명이 세계식량계획(WFP) 평가 기준 3단계 ‘위기’ 또는 4단계 ‘비상’ 수준의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5세 미만 어린이 100만 명 이상은 장기간 급성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WFP는 지난 6월 고르 지역 수만 명의 사람이 기근의 전조인 5단계 ‘치명적’ 식량 불안정에 빠졌다고 보고했다.

이에 유엔은 지난 2월부터 수백만달러를 아프간 통화로 바꿔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결론을 못 내고 있다. 미국 등 각국 정부들이 보유하고 있는 아프간 중앙은행의 준비금 역시 탈레반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동결돼 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로이터통신에 “아프간에서의 테러리즘을 우려하는 나라라면 탈레반이 자산에 조건 없이 접근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의 헤라트에서 여성들이 딸들이 학교에 갈 수 있다면 부르카 착용을 받아들이겠다며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시스템 마저 붕괴해 자연재해도 대처 불능…인권은 바닥 쳐

국제적 지원이 끊겨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프간은 자연재해도 대처하지 못할 만큼 시스템이 붕괴한 상태다. 자연재해도 국가적 재난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115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강진이 발생했을 당시 탈레반은 복구 작업에 실패했다. 강진 이후 자우잔 지역에서만 1만8000건 이상의 콜레라 감염 사례가 보고됐고 최소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식량위기로 건강이 이미 악화한 주민들이 오염된 물을 마셔 콜레라가 퍼진 것.

당시 AFP통신은 “병실은 기력 없는 환자들로 붐볐고, 이들은 녹슨 들것에 누워 정맥 주사를 맞았다”며 “엉망진창의 병동은 탈레반 집권 이후 황폐해진 국가를 휩쓴 재앙적인 인도주의적 위기의 한 사례”라고 보도했다.

이에 BBC는 지진 후 미국과 중국은 각각 5500만달러, 750만달러의 지원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앞서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한 경제학자 71명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 “미국 내 동결된 아프간 중앙은행 보유 자금 70억 달러 전액을 아프간 구호를 위해 넘겨줘야 한다”고 서한을 보내 촉구한 바 있다.

인권 상황도 퇴보했다. 특히 여성 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일터, 학교 등 공공영역에서 여성들을 지우는 조치들이 부활했다. 장관부터 사무직까지 여성 공무원들이 일제 해고됐다.

여성 취업은 학교, 병원 등 일부 기관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여성부가 폐지되고 권선징악부가 부활하면서 이슬람 근본주의에 따른 각종 제한 조치들이 법제화됐다.

모든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부르카로 가려야 한다고 명령했다. 여성은 남성 가족이나 친척이 동반하지 않으면 72km 이상의 장거리 여행이 금지됐다. 카페와 공원은 남성 전용일과 여성 전용일을 따로 나눠 이용하도록 했다.

한국 중·고등학생에 해당하는 7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여학생 교육은 사실상 금지됐다. 탈레반은 적절한 복장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3월 여학교 개학을 무기한 연기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지난달 13일 40여 명의 여성이 위협을 무릅쓰고 시위를 벌였다. 여성들은 ‘8월 15일은 블랙 데이’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빵과 일, 자유”라는 구호를 외치며 교육부 건물 앞까지 행진을 시도했다.

탈레반은 즉각 총을 쏘며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AFP는 “시위대 일부는 인근 상점으로 피신했다가 탈레반 전사들에게 현장에서 구타당했다”며 “탈레반이 지난해 8월 15일 재집권에 성공한 후 아프간은 암흑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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