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1기신도시 정책으로 주민 분노 자초한 정부..특별법 제정 등 진화 나서
집값 하락 이어지자 주민들 협의체 구성 맞대응
지자체와 각 세우던 정부 '움찔'..대안 마련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종합 부동산 대책에 1기신도시 관련 재정비 계획이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당시 재정비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하는 등 1기신도시 재건축 기대감을 견인한 공약을 내세웠던 상황에서 정부의 당시 발표는 사실상 주민들에게 희망고문을 강요한 셈이 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재건축 기대감이 가장 컸던 경기남부권의 분당·평촌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정부 발표에 항의하는 동시에 조속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는 등 즉각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기신도시는 지난해부터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30년차’를 맞이했다.
1기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10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1기신도시 집값이 들썩였다.
대선 이후 1기신도시 내 노후 아파트 가격이 올해 초에 비해 상승폭이 3배 이상 커졌다.
정부가 지난달 16일 첫 번째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1기신도시 재정비 종합계획을 2024년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정부의 계획이 기대에 못미치자 주민들은 단체행동에 나섰다.
급기야 ‘대선 공약 파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정부의 1기신도시 계획에 대해 날선 비판을 내놓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맞대응하는 등 갈등이 격화됐다.
1기신도시 집값 하락 현실화에 주민들 맞대응 시작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기신도시 정비사업 지연 논란으로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이 약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정부의 1기신도시 재정비 사업 지연 논란으로 1기신도시 아파트값 하락폭이 컸다. 분당신도시가 있는 성남시 분당구는 8월 중순 -0.07%에서 같은 달 말 -0.13%로 낙폭이 확대됐다.
또 일산신도시가 있는 고양시는 같은 기간 -0.06%에서 -0.12%로 하락폭이 2배로 커졌고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시는 지난주 -0.13%에서 금주 -0.16%로 확대됐다.
정부가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당초 주민들의 희망보다 늦은 2024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실망 매물 늘어난 영향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민들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성남 분당과 고양 일산,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1기신도시 5곳 중 4개 지역의 재건축연합회 회장단은 지난달 29일 오후 회의를 열어 범재건축연합회를 공식 발족했다.
부천 중동 재건축연합체도 추후 합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번 달 초 용산 대통령실 청사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세종 국토교통부를 연달아 찾아 1기신도지 재정비를 촉구했다.
8400여명의 서명서를 전달하고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을 2023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해줄 것 △안전진단 전면 폐지 △신속 인허가 및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가 담긴 1기신도시 특별법 연내 제정 등 방안을 요구했다.
10월에는 1기신도시 재건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에 계획하고 있다.
예상못한 반발에 놀란 정부, 진화에 총력
김동연 경기지사가 ‘대선 공약 파기’라고 비판할 당시만 해도 “1기신도시 재정비에 경기도는 권한이 없다”고 일축했던 원희룡 장관이 자세를 낮췄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결산심사에서 “지방선거에서도 공약했고 1기신도시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 대해서도 구상을 갖고 있을 것 같기 때문에 경기도의 의견에 대해서는 잘 수렴하고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추석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에는 1기신도시가 있는 5개 기초지자체장과 간담회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이달 중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2월에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지자체장들은 정부가 1기신도시 재정비에 의욕을 보이는데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도 안전진단 기준 완화와 용적률 상향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이나 국비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정재훈 (hoon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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