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문혁주 코치가 밝힌 결승 진출 뒷이야기

이재범 2022. 9. 1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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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건국대가 처음으로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문혁주 건국대 코치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2022 KUSF 대학농구 U-리그는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이변’이다. 연세대가 처음으로 13번째 만에 8강 플레이오프에서 멈췄고, 정규리그 7위가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이 이변의 주인공은 건국대다.

건국대는 더구나 고려대와 챔피언결정전 막판 3분까지 뜨거운 승부를 펼쳤다. 고려대마저 제압할 분위기까지 연출했지만, 체력 열세로 마지막 3분을 버티지 못했다. 건국대에서는 하루만 더 휴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며 아쉬워한다.

문혁주 코치는 황준삼 건국대 감독과 함께 15년째 함께 하고 있다. 황준삼 감독이 문혁주 코치를 그만큼 신뢰한다. 전지훈련에서 연습경기를 할 때면 경기운영을 문혁주 코치에게 맡기고 황준삼 감독은 한 발 더 떨어진 곳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기도 한다.

황준삼 감독을 보좌하며 팀 운영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문혁주 코치에게 이번 플레이오프와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를 들었다.

프레디의 성장
건국대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프레디의 성장이다. 프레디는 물론 대학농구리그 정규리그에서 평균 20.7점 15.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듬직하게 골밑을 지켰다.

최근 높이에서 열세였던 건국대는 프레디의 입학으로 단숨에 고려대와 비교가 가능할 정도로 리바운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정규리그 리바운드에서 평균 42.9개로 고려대와 공동 1위다. 프레디 덕분이다.

프레디는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평균 19.7점 22.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리바운드가 더더욱 두드러질 뿐 아니라 가드를 압박하는 수비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줬다.

문혁주 코치는 프레디의 성장 배경에는 소통이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프레디가 처음 입학했을 때 한국말을 아예 못하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시즌 초반 두 경기가 연기될 정도로) 힘들게 대학리그를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프레디는 (중앙대와 대학무대) 데뷔 게임에서 30점 16리바운드(대학농구리그 데뷔 게임 기준 30-15는 최초)를 기록했다. 신입생이 그렇게 하면 대단한 건데 악플이 심해서 프레디가 힘들어했다. 프레디도 평범한 대학 1학년인데 칭찬을 해줬다면 더 좋았을 거다.

프레디가 할 때만 하고, 안 할 때는 안 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동기부여를 확실히 해줘야 한다. 대학리그 때는 그게 흐지부지했다. 물론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이 강해지고,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넌 탑 클래스와 붙으면 아직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종별대회 우승 후 프로와 연습경기를 할 때였다. 프레디가 국가대표라고 하면 동경하는 경향이 있어 상대 프로팀에 국가대표가 있으면 ‘내셔널’이라며 국가대표라는 걸 알려줬다. 그들과 대결을 한 뒤에는 프레디가 더 열심히 해야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프레디의 비자를 바꿔주기 위해 콩고민주공화국 대사관을 갔다 온 적이 있다. 대사관 직원 중에 대학을 막 졸업한 한국 분께서 계셨다. 프레디에게 진심으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변역기를 통해서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걸 그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야기를 했다.

진심으로 잘 되고 성공했으면 하는데 이렇게 훈련하면 안 된다고 했다. 네가 힘드니까 10번 모두 최선을 다하기 힘들겠지만, 내가 바라는 10번 중 5번은 정말 중요하다고 하면 그 때는 정말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그걸 이야기한 뒤 프레디가 급성장했다. 지도자와 선수 간의 소통이 필요하다. 프레디가 이후 정말 중요하다고 하면 잘 따라줬다. 특히 픽앤롤 수비할 때 확실히 달라졌다. 앞으로도 정말 무궁무진하게 성장을 할 거다.”

절묘했던 매치업의 변화
건국대는 경희대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수비 매치업에 변화를 줬다. 프레디와 이사성, 최승빈과 인승찬이 아닌 프레디와 인승찬, 최승빈과 이사성으로 바꿨다. 최승빈은 프레디가 입학하기 전까지 이사성을 수비한 경험이 있다. 최승빈이 이사성보다 신장의 열세는 분명하지만,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 이게 잘 맞아떨어졌다. 건국대는 정규리그에서는 경희대에게 리바운드에서 43-38로 근소한 우위였지만,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50-29로 압도했다.

매치업에 변화를 준 이유 중 하나가 리바운드였다. 프레디가 이사성을 막을 경우 이사성을 박스아웃을 하면서 리바운드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뛰어드는 경희대 선수들에게 리바운드를 뺏길 우려가 컸다. 그렇지만, 이사성이 인승찬과 매치업이라면 좀 더 수월하게 리바운드를 잡을 확률이 더 높다는 계산이었다. 골밑에서 슛 정확도가 떨어지는 이사성의 슈팅 능력도 감안한 매치업 변화였다.

건국대는 이 매치업 변화를 고려대와 경기에서도 그대로 가져갔다. 이두원에게 최승빈을, 문정현에게 프레디를 맡긴 것이다. 이두원이 고교 시절 힘으로 수비하는 선수를 만나면 골밑에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성향이 있었던 걸 고려했다. 프레디에겐 외곽슛 정확도가 떨어지는 대신 돌파와 훼이크가 많은 하는 문정현의 플레이 습관까지 인지시켰다. 건국대가 고려대를 상대로 선전한 비결 중 하나다.

문혁주 코치는 매치업에 변화를 주려고 마음을 먹었던 계기를 언급했다.

“고려대와 경기가 끝난 다음 아침 8시에 일어났다. 이렇게 늦게까지 잔 게 정말 오랜만이다. 종별대회 이후 플레이오프가 끝날 때까지 새벽 4시 30분이나 5시에 깼다. 그럼 뭘 하더라도 항상 경기 영상을 틀어놨다. 경희대와 경기 때 가장 많이 들린 게 인승찬 리바운드, 인승찬 리바운드, 인승찬 리바운드였다. 저걸 차단하자고 했다. 그래서 매치업을 바꾸는 걸 생각한 거다.

경희대와 경기 준비를 연세대에게 이기고 난 뒤 한 게 아니다. 고려대와 경기까지 생각했었다. 경희대와 경기도 미리 준비했다. 매치업 변화가 성공하면 고려대와 경기 때는 또 바꾸려고 했는데 한 번 더 해보려고 했다. 고려대가 우리와 경희대 경기를 봐서인지 선발을 평소와 다른 장신 선수 두 명(여준형, 이두원)을 투입했다.”

건국대는 플레이오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 뒤에는 건국대 코칭 스태프의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

#사진_ 점프볼 DB(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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