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세계 무기시장서 고속질주.."올해 역대최대 예상"
K2전차·K-9 자주포·FA-50 경공격기 등..2017∼2021 성장률 세계 1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한국산 '명품 무기'들이 유럽과 같은 선진 대륙까지 거침없이 누비며 이른바 'K-방산' 시대를 알리고 있다.
올해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은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방위사업청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 방위산업 수출 액수는 100억 달러(약 13조8천억 원)를 돌파해 지난해 나온 기존 최고기록인 70억 달러(약 9조6천억원)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기록 행진은 폴란드 덕이다. 폴란드 군비청은 지난 7월 현대로템·한화디펜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기업들과 무기 매매 계약을 맺었다.
폴란드 정부는 한국에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3개 편대(총 48기)를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총 148억 달러(약 20조4천억원) 규모에 이른다고 업계는 추산했다.
이 가운데 1차 물량으로 지난달 26일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의 이행 계약이 맺어졌고 이 분량만 해도 57억6천만 달러(약 7조9천억원)에 달한다.
방사청과 업체들은 추석 이후 조만간 폴란드 측과 다음 계약을 맺어 2차 물량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자국 무기를 지원하면서 전력 공백이 발생한 폴란드는 애초 미국 항공기, 독일 전차 도입을 고려했다고 한다. 국내 일각에서는 폴란드가 한국을 그저 가격 협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편견을 뚫어낸 K-방산의 저력은 역설적이게도 일정 부분 북한과 대치 중인 안보 현실에서 나왔다.
선진국들이 최첨단 무기에 집중할 때 한국은 전차·자주포와 같이 실전에 바로 투입해야 할 재래식 무기 성능을 고도화하는 데 힘을 쏟았고, 그 결과 타국 대비 월등한 생산능력과 저렴한 단가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K-9 자주포 등 국산 무기는 2010년 연평도 포격전처럼 실전에서 성능이 검증됐다는 점이 다른 나라 무기들은 쉽게 가지지 못하는 절대적 비교우위였다.
폴란드 외에 한국은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의 35억 달러(약 4조8천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탄도탄 요격체계는 세계적으로 일부 선진국만 개발에 성공한 최첨단 무기체계인 까닭에 UAE로 수출 성사는 해외 방산시장에서 국산 무기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2월에는 이집트에서 K-9 자주포 2조원대 수출 소식이 들려왔다. K-9은 폴란드와 이집트뿐만 아니라 터키(280문), 인도(100문), 핀란드(48문), 노르웨이(24문), 에스토니아(18문), 호주(30문) 등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며 지금까지 약 1천400문이 수출됐다.
K-방산은 호주와 노르웨이로 작전 반경을 넓히려 한다. 한국의 레드백(Redback) 장갑차가 이달 중 있을 호주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
한화디펜스가 호주 수출을 위해 호주에서 서식하는 붉은등 독거미 이름을 따 제작한 레드백은 호주의 최종 시험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에서는 K2 전차가 주력전차(MBT) 사업 경쟁에 뛰어들었다. K-9 구매 경험이 있는 노르웨이는 10월 중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전망이며 엄동환 방사청장은 최근 국회에서 "우리 장비가 우수하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K-방산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4강'을 노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으로 방산 산업을 전략 산업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7∼2021년 세계 방산 수출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8%로 8위였고 4위 중국 4.6%, 5위 독일 4.5%, 6위 이탈리아 3.1%, 7위 영국 2.9%로 격차가 촘촘해 거리가 멀지 않다.
2012∼2016년과 2017∼2021년의 점유율을 비교한 성장세는 한국이 177%로 2017∼2021년 점유율 상위 25개국 가운데 독보적 1위여서 이 추세라면 4강은 꿈이 아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난해 수출이 70억 달러 규모로 역대 최고였는데 올해는 100억 달러 돌파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리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 확대와 개척을 위해 업체들과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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