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쟁 끝냈지만".. 세계는 더 무서운 테러 위협에 빠졌다 [박수찬의 軍]
지금으로부터 21년전인 2001년의 9·11 테러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터닝포인트’였다. 이념 대결로 점철됐던 20세기가 끝나고, 테러와 극단주의가 전면에 나서는 21세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고였다.
11일은 9·11 테러 발생 21주년이다.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테러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테러와 극단주의가 등장하면서 세계의 불안은 한층 심화하고 있다.
◆빈 라덴 사살…아프간에선 탈레반 재집권
9·11 테러 배후로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지목한 미국은 서방 세계 동맹국들과 함께 2001년 10월 아프간을 침공, 두 달 만에 빈 라덴을 감싸던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다.
탈레반이 아프간 곳곳에서 세력을 키우는 동안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아프간 전쟁 전략은 비틀거렸다. 빈 라덴과 알카에다 제거에 더해 아프간에 민주주의를 세우는 일이 추가됐다. 전쟁 목적이 무엇이냐를 두고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국면에서 아프간 전쟁 10년 만인 2011년 빈 라덴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사살됐다. 9·11 주범의 사망에 세계는 열광했고, 전쟁은 곧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빈 라덴 사망 이후에도 아프간 전쟁은 계속됐다. 아프간 내부 갈등과 부패, 탈레반 위협 등으로 미국과 서방은 ‘아프간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라크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1년 미군이 철수한 직후인 2014년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자신을 무함마드의 적통인 칼리프(이슬람 최고지도자)라 칭하며 만든 이슬람국가(IS)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일부를 점령한 IS는 인질 납치 및 참수, 인신매매, 자살테러 등으로 악명을 떨쳤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공세로 2017년 이후 근거지를 잃었다. 지도자 알바그다디는 2019년 10월, 후계자인 아부 이브라힘 알하심 알쿠라이시는 올해 2월 미군에게 사살됐다.
“손에 휴대전화와 칼만 있으면 누구나 테러를 할 수 있다.”
사상 최악의 테러조직으로 악명을 떨친 이슬람국가(IS)가 지지자 포섭을 위해 사용했던 문구다.
IS의 이 문구는 9·11 이후 10여년이 지나 새롭게 나타난 테러 양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동화된 단독 테러리스트를 뜻하는 ‘외로운 늑대’는 최근 수년간 서방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테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를 선동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컨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 지속적으로 접하면 극단주의를 신봉하게 되면서 자생적 테러에 나설 위험이 높아진다.
외로운 늑대가 사용하는 테러 방식은 알카에다와는 다르다. 알카에다는 지도부와 교신하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표적을 노리고 대규모 테러계획을 세운 뒤 장비를 반입한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정보기관은 사전에 테러 조짐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
총기 소유가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과 유럽에서는 보안이 취약한 곳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총기를 난사하거나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도 발생한다.
실제로 2016년 6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클럽에서 IS를 따르는 외로운 늑대로 추정되는 오마르 마틴이 총기를 난사해 50명을 숨지게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데이비드 에이메스 영국 하원 의원이 지역구 행사 도중 용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알카에다는 무슬림에 대한 테러를 꺼려했고, 냉전 시절 활동한 테러리스트들도 정치적 목적 달성에 치중했다.
반면 외로운 늑대는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는 불특정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테러를 한다. 이를 통해 공포심을 극대화한다.
경찰과 정보기관으로서는 사전 대처가 쉽지 않다. 국가안보 시설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다수 모이는 모든 장소마다 보안 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외로운 늑대의 성장을 부추겼다는 평가도 있다. 펜데믹 초기에 이뤄진 봉쇄 기간 집에서 혼자 머물며 온라인을 접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를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를 접한 사람들도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프간 전쟁은 끝났지만, 지구촌이 여전히 테러 공포에 시달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회적으로 비주류 소수집단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박탈감을 해소하고, 특정 집단에 대한 비하나 비난을 저지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극단주의 컨텐츠를 삭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