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지속 추세..추석 후에도 역대급 집값 약세 '불가피'

김현주 2022. 9.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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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지나도 주택시장 침체 지속 가능성 높아"
연합뉴스
 
추석 연휴 후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지만 올해 가을 부동산 시장은 역대급 거래 침체와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 부담과 경기 침체, 그에 따른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팔 사람은 많은데 매수자들은 실종된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10년 전 경험한 주택시장 침체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10일 연합뉴스와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5% 하락했다. 이는 2013년 8월 5일(-0.15%) 조사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값 역시 0.21% 하락해 2012년 9월 10일(-0.22%) 조사 이후 10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2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리먼브러더스 사태)와 보금자리주택(반값 아파트) 공급 확산 등으로 2010년부터 이어진 집값 하락세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2012년 서울 아파트값은 6.55%, 수도권 아파트값은 5.77% 내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올해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극심한 거래 침체 여파로 10년마다 사이클처럼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10년 주기설'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아파트 거래량은 직전 침체기인 10년 전 2012년을 넘어서 역대 최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국가들의 금리 인상 러시로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누적 거래량은 총 8천557건으로, 2006년 실거래가 신고 도입 이후 연간 최저 거래량을 기록한 2012년의 1∼7월(2만2천441건)에 비해 162%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3만550건)에 비해선 257% 감소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0.9를 기록하며 18주 연속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단순 지수만으로는 2019년 7월 1일(80.3)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최저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불가피하게 집을 사야 하는 수요 외에는 아예 살 사람이 없다"며 "이러한 거래 불황은 역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에도 최근 거래 침체와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이달에도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글로벌 국가들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한국은행도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정상화' 명목으로 과거 정부의 규제를 풀고 있지만 '찔끔' 해제에 그치는 것도 집값 하락을 점치는 이유다. 정부는 가까스로 잡아놓은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사실상 '선(先) 안정, 후(後) 규제완화' 기조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지난달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상한을 80%로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투기지역과·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종전 40%, 조정대상지역은 50%에서 80%로 LTV가 늘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그대로다. 오히려 지난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도 소득에 따라 대출이 제한돼 사실상 완화 효과가 거의 없다.

정부가 현재 규제지역 내 대출이 금지되는 15억원 초과 대출 규제에 대해서도 완화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지만, DSR이 함께 완화되지 않는 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달 중 공개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개선안 역시 '사실상 폐지 수준'의 큰 폭의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J&K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재건축 초과이익제도는 부담금액이 확정되는 순간 단지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며 "재건축 부담금이 수억원대에 달하는 강남권을 포함한 요지의 단지들은 그동안 안 내도 된다고 생각한 부담금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거래 침체가 지속되면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우리도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고, 내년 상반기까지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상 기조가 멈추지 않는 이상 쉽게 주택 매수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내년 5월 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기 전까지 매물이 늘면서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신한은행 우병탁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일단 서울을 비롯한 아파트값이 추세적 하락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아파트 매물도 유의미하게 늘고 있어 가격 하락세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소장은 "현재 주택 매수자들은 전고점 대비 20∼30%는 떨어져야 사겠다는 반응이 많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로 시장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최근 1∼2년 동안 집값 급등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2030 영끌족'에 대한 걱정이 크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서울 강북지역이나 경기·인천 등지에서 집값 하락세가 가파르다"며 "이들 지역에서 주택 매수가 많았던 '2030 영끌족'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이들을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 정책과 저리의 대환대출을 통해 한계 차주 대책을 마련하고 종부세·양도세 등 세금 관련해서도 명확한 정책 방향성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을 성수기가 시작되지만 전세시장도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주 수요 감소로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갱신권을 소진한 전세 물건이 가격을 크게 올려 전셋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8월 대란설'은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오히려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재계약이 늘고, 대출 금리가 전월세전환율보다 높아지면서 전세의 월세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은 물론 서울도 최근 전세 만기가 돼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현실화하고 있다. 일부 지방과 수도권에서는 '깡통전세' 공포도 커지는 분위기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물건이 쌓이고 있고, 신규로 세입자를 구하는 전셋집은 시세보다 1억∼2억원 이상 낮춰주지 않으면 거래가 안 된다"며 "이사철이 됐다고 해서 수요가 늘어나는 등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월세 전환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전세 수요는 감소하면서 전셋값은 안정세가 이어질 수 있으나 월세 이자율 상승으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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