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도발 곧바로 포착"..한미 대북 정찰기 어떤 게 있나
우리 공군, '하늘의 지휘소' 수시로 띄워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가 먼저 핵포기, 비핵화를 하는 일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과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회의 시정연설에서 핵보유의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미국은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은 물론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 가능성에 예의 주시하며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미는 북한의 군사행동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는 감시 카메라를 장착한 군사용 정찰위성이 가동 중임은 물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를 감시할 수 있는 정찰기들도 언제나 출격 대기 중이다.
미 공군이 한반도에서 운용하는 주력 정찰기는 RC-135 시리즈다. RC-135는 1955년 첫 비행을 한 보잉사(社)의 제트 실험기 367-80에서 시작했다. 367-80을 기초로 장거리 수송기 C-135가 탄생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첨단 전자장비를 장착해 RC-135 시리즈가 나왔다.
한반도에 가장 자주 전개되는 정찰기 중 하나인 RC-135S '코브라볼'은 미군이 냉전 시기 옛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정보를 원격 탐지하기 위해 만든 정찰기다. 현재도 적외선 센서와 광학장비를 이용해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하거나 궤적을 추적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전 세계에서 미 공군만 3대를 보유하고 있다.
RC-135U '컴뱃센트'는 기체 곳곳에 장착된 고성능 첨단 센서를 이용해 수백㎞ 밖 지상·해상·공중에서 발신되는 각종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준비과정에서 발신하는 신호정보도 '컴뱃센트'의 탐지·수집대상에 포함된다.
'컴뱃센트'를 통해 입수한 정보는 정보당국을 거치지 않은 채 미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동참모의장 등에게 실시간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공군은 이 비행기를 2대 갖고 있다.
RC-135W '리벳조인트'는 반경 약 240~250㎞ 거리 내에서 발신되는 전자정보(ELINT)·통신정보(COMINT)를 실시간 수집·분석하고 발신지를 추적·탐지한다. '리벳조인트'는 모두 17대가 배치돼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로 운용 중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고도·속도 등을 측정하기 위해 발신하는 무선 원격측정신호(텔레메트리)도 '리벳조인트'에서 탐지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통상 미사일 발사 준비단계에서부터 이 신호를 발신한다.
RC-135 계열 정찰기 중엔 세계 유일의 핵 탐지 전문 특수 정찰기 WC-135W '콘스턴트 피닉스'도 있다. '콘스턴트 피닉스'는 대기 중 방사성 물질을 수집해 핵활동 여부를 식별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정찰기로 '핵 탐지견'(Nuke Sniffer)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콘스턴트 피닉스'엔 대기 표본 포집 장치가 있는데, 이를 이용해 핵실험 여부는 물론 농축우라늄, 플루토늄, 수소 폭탄인지를 구분한다.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참사 당시에도 방사선 누출을 추적하는 데 '콘스턴트 피닉스'가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미 공군 지상작전관제기 E-8C '조인트스타스' 역시 한반도 상공에서 가장 자주 포착되는 미군 정찰자산 가운데 하나다. 고도 9~12㎞ 상공에서 10시간 이상 머물며 북한군의 해안포·장사정포 기지, 전차부대 상황 등 지상병력·장비 움직임을 정밀 탐지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E-3B '센트리'는 기체에 탑재돼 있는 레이더 등 장비의 이름을 따 흔히 '에이왁스'(AWACS·공중조기경보통제체계)라고 불린다.
'센트리'는 고도 8~12㎞ 상공을 날며 약 400~600㎞ 밖 공역을 나는 항공기 등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고, 지상과 해상에서 움직이는 물체도 포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정찰기들은 한반도 상공에서 운용하면서도 오산이나 군산 기지보다는 일본오키나와(沖繩)현 소재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를 거점으로 한다. 북한으로부터 직접 공격당할 가능성이 적고 보안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에 있는 미 공군 전략폭격기와 함께 운용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대표적인 정찰자산은 RC-12X '가드레일'이다. '가드레일'은 대북감청 임무에 특화된 정찰기로서 미사일 발사 준비 신호와 북한군의 통신·교신 등 신호정보(SIGINT)를 수집한다.
미군은 차세대 정보·감시·정찰 수집 능력이 대폭 강화된 '공중 정찰·전자전 체계'(ARES·Airborne Reconnaissance & Electronic Warfare System) 항공기를 지난 4월 한반도에 처음 출격시켰다. 이 정찰기는 향후 '가드레일'을 대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도 최근 한반도 상공에서 자주 포착되고 있다. 이 정찰기는 고성능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장비 등을 활용해 고도 20㎞ 상공에서 지상의 30㎝ 크기 물체까지 식별해낼 수 있다.
대북 감시 임무를 하는 미 해군의 대표적인 자산은 신호정보(SIGINT) 수집 정찰기 EP-3E '애리스'다. '애리스'는 P-3 '오라이언' 해상초계기를 개조해 만든 기종으로, 주로 지상·해상의 무선교신 등을 감청한다.
우리 공군도 수시로 정찰기를 띄워 북한 동향을 감시하는데, 대표적인 기종은 E-737 '피스아이' 항공통제기다. 보잉 737 여객기를 기반으로 만든 '피스아이'는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해 북한 지역 해상의 1000여개 표적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다.
'피스아이'는 하늘에서 전투기 등에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이를 관제하는 '하늘의 지휘소'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공군참모총장은 물론 합동참모의장이나 국방부 장관 등이 '지휘비행'을 할 때 탑승하는 비행기로도 알려져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작년 1월1일 국군통수권자로선 처음으로 '피스아이'에 탑승해 초계비행을 지휘하기도 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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