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로 허리띠 조여야 했다"는 北, 북중러 밀착으로 돌파구 찾나

서재준 기자 2022. 9.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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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모진 고통과 국난 감수했다"면서도 또 핵개발 가속화 방침 확정
과거와 다른 국제정세로 중러의 암묵적 지지 강화 예상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한 새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것은 과거 북한의 핵개발 때와는 달라진 국제정세 속에서 나름의 '기회'를 찾은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10일 제기된다.

특히 북한은 지난 핵개발 과정에서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음을 자인하면서도 다시 핵개발 가속화를 천명하는 조치들을 취했다. 표면적으로는 또 경제난을 각오하면서 핵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조치로 보일 수도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8일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최고인민회의 14시 7차회의 시정연설에서 과거 핵개발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그는 "사랑하는 우리 인민들과 아이들이 허리띠를 더 조이고 배를 더 곯아야 했고, 귀중한 우리의 모든 가정들에 엄청난 생활난이 초래돼야 했다"라거나 "보다 큰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는 했지만 너무도 큰 대가를 각오해야 했다"라며 핵개발이 가져온 부정적 '후과'를 솔직하게 언급했다.

이어 "제국주의 연합세력과 단독으로 맞서 가장 야만적이며 횡포한 제재압살 책동을 짓부수면서 공화국 핵무력을 건설했다"라며 "이는 모진 고통과 국난을 감수하고 겪어야 했던 생사 판가리의 결사전이었다"라고 토로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시절인 90년대 초반부터 핵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북핵의 심장'이라는 영변 핵시설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진 것도 이 시기였다.

1994년 정권을 이양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정치'를 앞세워 북한의 무기 및 핵개발을 더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과도하게 국방력 강화에 치중한 북한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고난의 행군'이라는 극심한 경제난을 치러내야 했다.

김 총비서 집권 뒤인 2011년부터는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제재와의 싸움을 벌어야 했다. 김 총비서 집권기에 도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만 해도 9건이며 이중 4건이 핵실험으로 인한 것이었다.

아울러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로 살아나는 듯했던 북한의 경제난은 다시 가중됐다.

김 총비서가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어려움은 선대 시기는 물론 2011년 집권 후 연이어 나온 대북제재로 인해 중첩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것이다.

그는 집권 후 첫 육성연설이었던 2012년 4월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아직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핵개발로 인한 경제난을 장기간 겪었음에도 김 총비서가 다시 핵개발 강화 방침을 밝힌 것은 변화된 국제정세에 따라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는 '배고픔' 없이 핵개발의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북한이 '신냉전' 구도에서 북중러 3각 밀착을 통해 경제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 양국의 절대적 '비호'를 받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적극적으로 지원 물품을 전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이어지는 상황에 북한을 적극 개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 동부 돈바스 지역의 '복구' 사업이나 북한산 무기 구매를 통해 경제적 보장을 약속하면서다.

이같은 상황은 북한이 과거 유엔 제재를 연속으로 맞아야 했던 때와는 180도 다른 상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과거 북한을 상대로 한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찬성했으나, 최근에는 관련 논의 자체를 거부하면서 북한 편을 들고 있다.

유엔 차원의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위해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한 만큼, 북한은 추가 제재에 대한 걱정이 없이 핵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아울러 개별 국가의 독자제재안은 이미 '포화 상태'로 실효성 있는 제재가 추가되긴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경제 원조가 북한의 경제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겠으나, 북한 역시 10년이 넘는 대북제재의 시간 속에서 '자구책' 혹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어느 정도 구축했기 때문에 상당기간 강경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다른 관점으로는 북한이 결국 한미의 '새롭고 파격적인'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이례적 '강 대 강' 전술을 펼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한미가 2018년 진행된 비핵화 협상 때의 안건에 기초를 둔 경제적 보상안을 마련하는 수준이라는 판단 하에 더 진전되고 파격적인 제스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북중러 3각 밀착은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단합을 넘어 '경제적 공동체' 형태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북한의 핵 관련 '초강경 행보'의 자신감의 배경도 확인하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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