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는 홍어, 경상도는 OO 빠지면 차례상 아니지"

세종=김훈남 기자 2022. 9.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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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 시즌2](11)추석 차례상

[편집자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우리 수산물.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을 찾은 시민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고 있다./사진=뉴스1


매년 한가위마다 차리는 차례상은 그 시대와 지역의 음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소재 중 하나다. 그 해 거둔 첫 수확물을 조상께 바치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 만큼이나 차례상은 차리는 지역마다 그 시기 맛이 좋고 영양소가 풍부한 식재료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수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어동육서'(魚東肉西)의 지침에 따라 상차림 동쪽에는 지역마다, 시기마다 주머니 사정에 맞으면서도 특색있는 수산물이 올라간다고 한다.

'since 고려' 전국구 차례상 대표선수 조기, 강원의 자랑 명태

9일 국립수산과학원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 굴비·건어물 △강원 지역 명태 △충청 지역 우럭·대구포·상어포 △경상 지역 상어·문어·방어 △전라 지역 홍어 △제주 지역 옥돔·전복 등 지역마다 다른 수산물로 차례상을 꾸미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전국에서 가장 차례상에 많이 오르는 수산물은 '조기'(참조기)다. 조기는 고려시대 전남 영광 칠산도에 많이 잡혔다고 한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생선을 신선하게 유지할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탓에 주로 소금에 절인 '굴비' 형태로 유통했고, 임금님에게 진상될 만큼 맛이 좋은 게 특징이다.

조기는 특히 1960년대 이후 어로기술 발달로 1980~90년대 생산량이 정점에 달하며 명절 선물의 대명사로도 통했다. 여러 사람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넉넉한 어획량과 준수한 맛으로 조기는 차례상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 수산물로 자리잡았다. 조기는 주로 생선을 쪄서 파와 고추 등 고명을 올린 상태로 차례상에 올라간다.

서울과 경기 지역은 굴비와 함께 건어물을 차례상에 올린다.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통북어는 차례상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 수산물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가자미를 쪄 상에 올렸다고도 한다.

지금은 어획량이 급감했지만 강원 지역은 한때 명태가 풍부하게 잡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 때문에 명태전이나 명태찜을 차례상에 올리는 게 보통이었다고 한다. 강원 지역에선 가자미를 상에 올리기도 하고 가자미찜이나 명태찜 위에 살짝 데친 문어를 펴서 올리는 특색있는 풍습도 있다.

인근 지역 종합세트, 충청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어시장 문어 골목에서 상인이 문어를 삶고 있다. /사진=뉴스1

경북 지역 제삿상에서 문어를 빼놓을 순 없다. 특히 경북 안동 지역은 문어를 통째로 삶아서 차례상에 올린다. 이를 두고 문어가 '글월 문'(文) 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양반 문화가 짙었던 경북 지역에서 제삿상에 올렸다는 설이 있다. 경상도에서는 또 상어 고기를 토막내 소금에 절여 숙성한 '돔배기'를 제삿상에 올려야 한다고 한다.

경남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차림에서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조기 △민어 △방어 △도미 △가자미 등 다양한 종류의 생선이 차례상에 오른다. 홍합이나 소라, 전복, 문어, 새우 등을 이용한 해물 꼬치 산적도 차례상 한 켠을 차지한다고 한다.

경상도에 문어가 있다면 전라도 지역에는 홍어가 있다. 모든 제사상과 잔칫상에는 홍어가 있어야 하고, 홍어의 맛이 좋으면 대접을 잘 받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차례상에서도 빠지지 않는 수산물이다. 홍어는 전남 지역에서는 찜이나 홍어회로, 전북 지역에서는 전으로 차례상에 올린다. 또 지역 특산물인 꼬막을 살짝 데쳐서 양념없이 상에 올리기도 하고 병어찜을 차례상에 올리기도 한다.

바다를 제외한 나머지 3개면이 다른 지방과 접해있는 충청 지역은 인근 지역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수산물이 차례상에 오른다고 한다. △서해와 가까운 지역은 우럭포 △경상 지역과 인접한 곳은 대구포와 상어포, 가오리포, 건오징어 △전라도와 인접한 지역은 홍어와 병어, 낙지, 가자미 등을 차례상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우럭포는 서산과 태안, 홍성 등 충청 지방 차례상에 등장하는 대표 음식이다.

옥돔과 전복? 고급 어종 많은 제주…차례상에 오르지 않는 수산물은

제주는 특산 수산물이 많은 지역답게 차례상에 등장하는 수산물도 면면이 화려하다. 제주 남부 해역에서 잡히는 옥돔이 차례상에 오르고 전복과 오분자기 등 고급 수산물이 차례상에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옥돔이 조선시대 진상 물품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생옥돔은 수분이 많고 사후경직 기간이 짧아 운송 도중에 부패하기 쉬운 탓인데, 중앙에서 파견된 제주 3읍 관원의 상차림에는 옥돔이 많이 올라갔다. 제주에선 옥돔을 생선 중 으뜸으로 치기 때문에 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차례와 제사 음식으로 옥돔이 빠지지 않았다.

제삿날이나 명절이 나가오면 집마다 미리 옥돔을 장만해 두었고 해변마을에서는 어부에게 특별히 주문해 두기도 했다. 생옥돔이 없을 때는 건옥돔을 마련해 보리를 담아 둔 항아리에 묻어 보관했다. 여름철 제사에는 마른 옥돔으로 미역국이나 뭇국을 끓여 밥과 함꼐 올리고 이와 별개로 계절과 무관하게 마른 옥돔 한마리를 구워 올린다고 한다.

한편 차례상에 올리면 안 되는 '금기' 수산물도 있다. 메기와 가물치 처럼 비늘이 없는 생선은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다. 또 꽁치, 갈치, 삼치 등 '치'가 들어가는 생선은 차례상에서 볼 수 없고, 용을 상징하는 장어나 성스러운 영물로 여기는 잉어도 조상께 바치는 차례상에는 올리지 않는 수산물이다.

감수: 국립수산과학원

/사진제공=국립수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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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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