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넉달 '현장 중심주의' 尹대통령..참모 만류에도 "가야 한다"

김일창 기자 2022. 9. 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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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한달에 한 번꼴 방문,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주제에 맞춰 현장에서
수해 '재택지휘' 논란에 "죄송" 태풍 가자 바로 현장..앞으로도 기조 유지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대송면 다목적 복지회관에 마련된 주민대피소를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9.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체력보다는 책임감이다."

한 대통령 참모는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 달리 현장 행보를 유독 많이 하는 것에 대해 10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통령을 쫓아 다니느라 제 체력의 한계를 느낄 정도"라며 "이동하면서 쪽잠을 자는 걸로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데 한 넉달 가까이 되다보니 이제는 제 몸도 적응하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참모의 말대로 윤 대통령의 현장 행보는 역대 어느 대통령과 비교할 때 상당히 많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취임 이후 전날(9일)까지 총 마흔두 차례의 아침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했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하는 날은 대체적으로 청사 내에서 업무를 보는 날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목련마을1단지 중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7.2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취임 이후 123일이 흘렀고, 주말과 여름 휴가, 해외 순방 등 50여일을 제외한 약 70여일 중 도어스테핑을 한 40여일을 빼더라도 최소 서른 차례 이상의 현장 행보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7일처럼 청사로 출근했다가 오후에 태풍 '힌남노' 피해지역인 경북 포항·경주를 방문했듯, 출근 후 현장 방문 등을 포함하면 윤 대통령의 현장 행보는 더 늘어난다.

이는 전직 대통령들에게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과거 청와대에서 몇 차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임 대통령들의 취임 후 서너달 행보를 보면 현장 방문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대통령이 밖으로 나가면 경호 등 여러 복잡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윤 대통령은 이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행보의 특징은 현장 점검과 회의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비상경제민생회의'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14일 서울 중구 신용회복위원회(2차 회의)를 시작으로, 경기 성남의 한 복지관(3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4차),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5차), 강동구 암사종합시장(6차)에서 장소에 맞는 주제로 회의를 주재하고 현장을 점검했다.

재래시장을 많이 찾았단 점도 특기할 만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31일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은 데 이어, 암사종합시장과 대구 서문시장 등을 방문했다. 특히 암사시장과 서문시장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품을 수령하거나 장바구니를 들고 물건을 샀다. 또 한 포털사이트에서 진행된 참기름 라이브방송에 깜짝 목소리 출연을 해 관심을 끌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충현복지관 보호작업장에서 발달장애인 훈련생 및 근로인들과 색연필 포장 작업을 체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8.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도 컸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19일 서울 창신동에서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교육하는 '참신나는학교 지역아동센터'를 찾았다.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의 센터 방문은 처음이다.

한달여 후인 8월18일에는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충현복지관을 찾아 발달장애인들의 자립 노력을 직접 살펴봤다. 윤 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물건을 포장하고, 만들어준 커피를 사마셨다.

추석 연휴가 시작한 9일에는 명동성당을 찾아 직접 김치찌개를 끓이고 배식하며 사회적 약자들을 챙겼다. 같은날 정오에는 종로 통인시장을 방문해 상인·시민들을 만나 한가위 덕담을 주고 받았다.

지난 8월8일 수도권 집중 호우 당시 '재택 지휘' 등 논란이 일자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9일 피해 지역(서울 신림동)을 찾아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10일에는 "다시 한번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들께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의 첫 대국민 사과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의 한 횟집에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상인·어업인 대표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3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태풍 '힌남노'가 북상할 때는 대통령실에서 참모들과 철야 근무하며 대응하고, 태풍이 완전히 벗어나자 피해 현장(경북 포항, 경주)으로 내려가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밖에도 윤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여만인 5월18일 대통령실 참모진과 국무위원들, 국민의힘 의원들을 대동하고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들과 손을 잡고 제창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대통령에게 현장 방문 빈도를 줄일 것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에도 계속해서 현장을 찾겠다는 생각이 확고하고 자신도 있어 한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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