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는 돈내고"..명절 잔소리 듣기 싫은 과학적 이유

"결혼은 언제 하니?" "다이어트 안 하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잔소리로 '교제나 결혼'과 '다이어트와 몸 관리'가 꼽혔다. 온라인 상에서는 잔소리보다는 용돈이 더 도움이 된다며 '잔소리 메뉴판'이 등장하기도 했다.
1일 SK커뮤니케이션스는 자체 설문조사 서비스를 통해 성인남녀 4747명을 대상으로 '이번 추석 연휴,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잔소리'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1508명(32%)이 '교제나 결혼'에 대한 질문을 가장 불편해 했고, 다이어트나 몸 관리(25%), 2세 계획(21%), 취업·연봉(1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50대 응답자에서 각각 43%, 53%가 취업과 연봉에 관한 잔소리가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 1위로 꼽혀 이목을 끌었다. 첫 취업을 준비하는 20대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직업 관련 잔소리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의미다. 이들에게 잔소리는 위협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UCL)과 미국 듀크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청년 무직자들의 정신건강과 심리 상태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 2015년 발표했다. 연구팀은 교육이나 고용, 훈련을 받지 않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2232명을 대상으로 고용의지와 정신 건강을 조사했더니 35%가 우울증, 14%가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청년들의 두 배 수준이다.
연구팀은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며 주변의 시선이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테리 모핏 UCL 교수는 "'일할 의지가 없다'는 세간의 비난과 달리 니트족은 충분히 동기부여가 돼 있지만 리더십, 문제해결능력 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대신 그들이 필요한 직업교육을 받도록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잔소리가 미치는 악영향은 취업준비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사춘기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 피츠버그대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등 공동연구팀이 평균 연령 14세 청소년 32명에게 어머니의 잔소리가 녹음된 음성을 들려주며 뇌의 활성도를 측정한 연구결과에서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 '대뇌변연계' 활성도가 증가한 반면 감정조절에 관여하는 '전두엽'과 상대방 관점을 이해하는데 관여하는 '두정엽' '측두엽 접합부'의 활성도는 떨어졌다.
이는 잔소리를 듣는 동안 청소년의 뇌가 사회적 인식 처리를 중단해 이성적 사고를 멈추게 한다는 소리다. 한편으로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는 하소연이 어느 정도 증명된 셈이다.
제니퍼 실크 피츠버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 자녀가 부모와 충돌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 결과"라며 "부모가 대처 방법을 바꿔 아이의 행동과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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