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역대 10번째 비대위.. '박근혜 비대위' 성공 사례 재현할까
'정진석 비대위', 이준석과 법정 공방 과제
국민의힘이 '5선 중진'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수장으로 내세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정치 연륜이 풍부한 정 부의장을 중심으로 내홍 수습에 나서겠다는 판단이지만, '정진석 비대위'가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여 년간 9번의 비대위 체제를 거쳤지만 성공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흔치 않다.
10번의 비대위 중 성공한 케이스는?
국민의힘(전신 정당 포함)은 2010년 이후 최근 법원 가처분 결정으로 좌초된 '주호영 비대위'와 '정진석 비대위'를 포함하면 총 10차례 비대위를 꾸렸다. 시작은 2010년 김무성 비대위였다. 이후 2011년 정의화 비대위, 2012년 박근혜 비대위, 2014년 이완구 비대위, 2016년 김희옥 비대위, 2016년 인명진 비대위, 2018년 김병준 비대위, 2020년 김종인 비대위 등 대부분 지방선거나 총선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구성됐다. 하지만 이 중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비대위는 '박근혜 비대위'가 유일하다.
박근혜 비대위는 2011년 말 하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참패로 홍준표 지도부가 출범 5개월 만에 무너지면서 등장했다. 박근혜 비대위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색을 기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경하는 등 파격적인 조치와 과감한 외부 비대위원 인선을 주목받았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 25%를 공천에서 탈락시키고 인적 쇄신도 단행하며 해당 총선에서 과반인 152석을 얻어 승리로 이끌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전권을 쥐고 혁신 작업을 이끈 결과였다.
김희옥·인명진 등 '외부 비대위원장' 실패 케이스
반면 외부인사가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대체로 실패로 돌아갔다. 2016년 20대 총선 참패 직후 출범한 김희옥 비대위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인명진 비대위는 '친박근혜'라는 공고한 계파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조용히 문을 닫았다.
2018년 김병준 비대위는 그해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참패 후 홍준표 대표가 사퇴하면서 등장했다. 그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등 인적 쇄신에 착수했지만 계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내 입지가 좁고 현역 의원들의 반발에 당을 장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외부 비대위원장의 특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호남·민주당 출신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유력한 비대위원장 후보로 검토됐다가 무산된 배경도 이러한 이유다.
외부 영입 케이스로는 보수정당의 최대 위기 순간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종인 비대위가 그나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위원장은 보수 이념을 강조했던 황교안 대표 체제의 미래통합당과 단절하고 약자와 경제를 강조했다. 2020년 9월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변경했고, 보수정당의 불모지인 광주를 찾아가 '무릎 사과'를 하는 등 당 체질 개선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정진석 비대위' 성공할 수 있을까
새롭게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는 우선 내홍에 시달리는 당을 추스르고, 순조롭게 차기 리더십을 창출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정 부의장은 지난 7일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국정운영에는 2개의 엔진이 필요하다. 하나는 대통령실과 정부, 다른 하나는 집권 여당인데, 지금 집권 여당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며 "이 비상 상황을 극복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내홍의 중심인 친윤석열계의 맏형이라는 점에서 '돌고 돌아 정진석 비대위'라는 비윤석열계의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히는 '유력 차기 대권주자'라는 든든한 배경도 갖추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이준석 전 대표와의 법정 싸움도 넘어야 할 산이다. 당장 추석 연휴 직후인 14일 이 전 대표가 제기한 전국위 개최 금지 가처분 사건 심문이 예정됐고, 새 비대위를 무산시키기 위한 추가 가처분도 예고한 상태다. 법원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경우 '정진석 비대위'의 성공은 물론,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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