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의 '北 비핵화' 정책 '전환' 시도.."핵보유국 상대하라" 메시지

김서연 기자 2022. 9. 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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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선제타격' 명시된 핵무력 정책 법령 채택하고 시정연설
'핵보유국' 고착화 시도.."핵 포기나 비핵화·협상은 없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에서 핵무력 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했다고 9일 보도했다. 사진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김정은 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북한이 한미의 '북한 비핵화'에 대응하는 차원의 강경한 입장을 한층 강화했다. '북한 비핵화'라는 한미의 목표와 이를 위한 수단을 모두 반박하고 '핵보유국'이라는 불가역적 지위를 확보한 자신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특히 '세상과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자신의 핵정책은 바뀌지 않는다며 한미가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함을 시사했다.

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라는 이름의 '핵무력 정책 법령'을 채택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제정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를 폐지하고 새로 전면 보강한 법령으로, 북한은 이를 통해 핵무기 사용을 위한 핵전략과 핵태세를 대외에 공표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법령 채택 뒤 한 시정연설에서 한미의 비핵화 정책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북한은 핵을 놓고 흥정할 수 없는 '불퇴의 선'을 그었고 자신들이 먼저 핵을 포기하거나 비핵화하는 일은 없다고 재차 선언하면서다.

그는 "핵무력 정책을 법화해 놓음으로써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으로 됐다. 이제 만약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면서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은 과거 외무성 성명 등을 통해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는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도 불가능하다는 최종결론을 내렸다"라거나 "외부의 핵위협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핵보유국 지위는) 추호의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해당 기조를 보다 '업그레이드'하면서 재확인한 셈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에서 핵무력 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했다고 9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 총비서는 연설을 통해 한미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기 위해 사용하는 제재와 압박, 외교적 협상, 억지력 강화와 같은 수단은 모두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부각했다.

그는 먼저 미국이 '제재와 봉쇄'로 자신들이 스스로 핵을 내려놓게 하려고 시도한다면 이는 "오판이고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백날, 천날, 십년, 백년을 제재를 가해보라"라며 "시간이 과연 누구의 편에 있는가. 바쁘면 지금 적들이 바빠났지 우리는 바쁠 것이 하나도 없으며 우리는 얼마든지 지금의 이 환경 하에서도 우리의 힘으로, 우리 식대로 살아나갈 수 있다"라고 단언했다.

외교적 협상에 대해서도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과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면서 경제적 유인책 등은 비핵화의 대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비핵화 초기 협상부터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계획'과 이에 대한 미국의 '지지' 입장을 거부, 부정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총비서는 북핵에 대응한 한미의 연합훈련 등 핵 억제력 강화 조치에 대해서도 오히려 "적들의 책동으로 긴장격화된 정세는 오히려 우리에게 군사력을 더 빨리 비약시킬 수 있는 훌륭한 조건과 환경을 마련해준 것"이라며 "자위력 강화의 정당성과 그 우선적 강화의 불가피한 명분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공화국의 국방성과 국방공업은 조성된 국면을 군력 강화의 더없는 좋은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하며 국면을 바라보는 '달라진 태도'를 엿보였다.

한편으로는 북핵 억제 시도를 더 강력한 '핵무력' 군사력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북한은 이번에 채택한 법령에서 '핵무기의 사용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유사시 한미의 군 대응에 핵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이번 시정연설과 법령 채택으로 핵무력 강화 노선을 철저히 견지, 집행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표면적으로는 대화와 협상을 위한 요구조건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관계 개선이나 대화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다만 외교적 관점에서는 북한이 '영구적 대화 차단'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한미의 정책 변화를 시도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법적으로 '핵보유국'이 된 자신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바꾸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향후 비핵화로 흥정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함으로써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 근간을 흔들고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향후 북한이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또는 군비 제한 협상만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김 총비서는 지난 2013년 전원회의에서도 "핵무기는 결코 미국의 딸라(달러)와 바꾸려는 상품이 아니며 우리의 무장해제를 노리는 대화마당과 협상탁 위에 올려놓고 논의할 정치적 흥정물이나 경제적 거래물이 아니"라고 발언한 바 있다. 때문에 북한이 중장기적으로 '정세의 변화'에 다시 태도를 바꿔 대응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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