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선그은 정진석, '친윤계 비대위' 무게.."전대는 내년에"

정진석 "이준석,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연락 안할 것"
가처분신청 나서자 강경대응 전환..'도로 윤핵관' 우려 시선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9.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통합형' 비상대책위원회를 선언한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를 통합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 전 대표가 비대위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가처분신청을 통한 법적대응에 나선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8일 가처분신청을 예고한 이 전 대표에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는데, 이후 이 전 대표 측이 가처분신청을 하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직격했다.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하며 "이 전 대표와 연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윤핵관들의 험지 출마를 요구한 이 전 대표를 향해 "수락산에 올라가 한번은 당선돼야 할 것 아닌가"라며 서울 노원구에서 낙선한 이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해 "질풍노도의 혈기"라고도 했다.

이는 이 전 대표와 소통의지를 내비친 앞선 행보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에 내정됐을 당시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전 대표와 소통 여지를 남겨뒀었다. 또한 비대위 성격을 '통합형’으로 규정하며 당내 화합에 방점을 둘 것을 시사했다.

통합의 핵심이 친윤(윤석열)계와 이 전 대표 간 갈등 수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정 위원장은 이 전 대표를 배제한 당 수습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의 배경에는 비대위에 대한 이 전 대표 측의 가처분신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이 두 번째 비대위를 출범하며 당 수습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재차 법적대응에 나서자 더 이상의 관계개선 시도는 의미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당장 비대위는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법원 판결에 따라 비대위가 또 다시 무산된다면 당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앞서 이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으로 주호영 비대위가 13일 만에 막을 내린 바 있다.

아울러 친윤계 중심의 당 운영 기조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 하는 것을 비대위의 역할이라고 강조해왔다. 지속적인 법적대응을 시사한 이 전 대표의 전략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개인적 악연도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 이 전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정 위원장은 "자기정치"라고 비판했고, 이 전 대표는 과거 정 위원장의 '육모방망이' 발언을 겨냥한 사진으로 응수하며 설전을 벌였다.

다만 정 위원장의 이준석 선긋기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정진석 비대위'를 두고 '윤핵관 비대위'란 지적이 나오는데, 이 전 대표와 선을 그으면서 윤핵관 비대위란 성격이 더욱 선명해졌다는 우려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원내대표 사퇴, 장제원 의원의 후퇴 선언 등에 역행하는 행보란 지적도 있다.

한편으로는 당내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지지층 결집을 통한 위기 극복이란 긍정적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정 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해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관련 "정기국회 내에, 올해 안에 전당대회를 치른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조금 힘들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