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화애호"라면서도 '핵 선제타격' 가능성 법으로 명시한 북한

서재준 기자 2022. 9. 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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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위협 '임박' 정황만 있어도 핵무기 사용 가능 법으로 명시
김정은 "핵무력 정책 법 제정으로 '평화애호적 입장' 확실" 주장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에서 핵무력 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했다고 9일 보도했다. 사진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김정은 당 총비서. 그는 "전체 조선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국가 핵무력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한 것은 국가방위수단으로서 전쟁 억제력을 법적으로 가지게 되었음을 내외에 선포한 특기할 사변"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은 9일 발표한 새 핵 관련 법령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를 통해 핵무기를 사용한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법으로 명시했다. 그간 북핵 '개발'에 따른 위협에서 이제 '핵무기 실사용' 가능성이라는 강화된 위협에 직면해야 하는 정세가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1조로 구성된 법령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 8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회의에서 확정, 채택된 것이다.

법령의 6조에 따르면 북한은 "공화국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핵무기의 사용 조건으로 내세웠다.

또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위기구에 대한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의 중요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를 핵무기의 사용 조건으로 명시했다.

이 조항에는 북한이 상대방의 '실제적 공격'이 없이도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내용들이 대폭 담겨 있다.

조항에 명시된 각종 위협이 '임박했다'라는 자체적 판단만으로도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해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공격이 '핵 공격'이 아니어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구축한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조항에 명시된 '기타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있을 때',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있을 때',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이 필요할 때' 등이 그것이다.

특히 마지막 항에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북한의 자의적인 판단의 폭을 '최대치'로 넓혀 규정한 것이라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에 공개된 핵 법령 내용은 '핵보유국' 중 가장 급진적이고 공세적 핵전략을 표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핵을 '국체'라는 말로 표현한 바 있는 북한은 핵무기 사용의 모든 권한이 국무위원장(김정은)에 있음을 법적으로 규정하며 국가의 최고지도자에 대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자동적으로' 핵타격을 감행하겠다는 방침도 법에 포함시켰다.

북한은 이번 법령 3조 3항에 "국가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 방안에 따라 도발 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을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상대방의 공격으로 핵무기 사용의 결정권자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결정권자의 '명령'이 없이도 자동으로 핵무기 사용을 가능하게 한 조항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렇게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대폭 낮춘 김정은 총비서는 그러나 이번 법 제정의 이유와 내용을 해설하는 시정연설을 통해서는 '평화적'인 핵개발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시정연설에서 "핵무력 정책이 법화됨으로써 공화국 정부의 평화애호적 입장과 국가핵무력 정책의 투명성, 당위성이 더욱 확실해졌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침략과 전쟁이 없는 세계에서 평화롭게 살려는 것이 인류의 염원"이라며 "우리의 핵무력은 남의 내정에 간섭하거나 패권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국주의 폭제로부터 우리 영토와 인민, 자존을 수호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고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비서는 그러면서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고 평화를 원하는 나라와 인민에게는 절대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이번 법령 제정, 그리고 핵개발을 가속화하겠다는 국정 기조가 '방어적'인 목적에 있음을 강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개발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핵실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 또 '핵 투발 수단'의 개발로 인해 앞으로도 탄도미사일 도발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는 북한의 이번 법령 제정은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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