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올해도 종가 차례상은 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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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앞두고 수백 년 이어온 종가의 간소한 차례상이 주목받고 있다.
종가라면 으레 상다리가 부러질 듯 차례상을 차릴 것 같지만 거창한 상차림은 예법에도 맞지 않다.
일부 종가는 손님 규모에 맞추느라 차례상을 거창하게 차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간소한 상차림이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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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도 9가지 음식 '추석 차례상 표준안' 마련
"조율이시 홍동백서 근거 없는 말.. 예법 아냐"
추석 명절을 앞두고 수백 년 이어온 종가의 간소한 차례상이 주목받고 있다. 종가라면 으레 상다리가 부러질 듯 차례상을 차릴 것 같지만 거창한 상차림은 예법에도 맞지 않다.
9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퇴계 이황의 태실이 있는 경북 안동의 노송정종가와 입암종가 등 경북 북부지역 종가에선 당초 차례상이 조촐했다. 기름에 튀긴 음식이나 과도한 상은 선비의 검약 정신에 비춰 사치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양진당(입암종가)은 추석을 대신한 중구차사 때 사과와 배, 견과류, 생선 등으로 간소한 상을 차린다. 노송정종가도 과일과 문어, 북어포, 닭고기 등으로 제사상이 간소하다.
안동과 봉화, 청송 등 경북 북부지역의 양반가 대부분은 햇곡식을 수확하기 어려운 추석을 음력 9월 9일인 중구차사로 대신하고 있다. 일부 종가는 손님 규모에 맞추느라 차례상을 거창하게 차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간소한 상차림이 미덕이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도 지난 5일 송편, 나물, 김치, 과일 등 9가지 정도 음식을 올리는 추석 차례상 표준안을 제시하면서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했다.
조선시대가 충효를 중시한 가부장 사회였지만 검소함을 추구하는 성리학을 통치철학으로 한 만큼, 원래 제사는 거창하지 않았다는 게 한국국학진흥원 분석이다.
그렇다면 왜 차례상은 푸짐해야 한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된 것일까.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보릿고개를 넘던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 국가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음식 가짓수와 효도가 비례한다는 생각이 영향을 미친 것을 보인다. 어려웠던 시절에도 유일한 동네잔치는 제사뿐이어서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리게 됐다는 견해도 있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유교 문화의 원류가 남아 있는 종가가 수백 년 동안 간소하게 상을 차린 반면, 일부에서 과도한 상차림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며 "조율이시 홍동백서 등은 근거가 없는 말이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정도를 지키는 게 예법"이라고 말했다.
류수현 기자 yv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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