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관계 개선 손짓했지만..北, 과거처럼 추석 명절 도발 나서나
9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추석 연휴 기간이나 명절 전후인 9월에 꾸준히 무력시위를 감행해왔다. 특히 9월은 유엔 총회가 열려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이 잦았다.
2012년에는 9월12일부터 22일까지 북한 어선이 6회에 걸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 9월27일에는 평안남도 서해안에서 지대함 단거리미사일 1발이 시험발사됐다. 2014년 9월1일에도 북한 자강도에서 단거리 발사체 1발이 동해상으로 발사됐다. 9월6일에는 원산에서 단거리 발사체 3발이 동해상으로 발사됐고, 19일에는 북한 경비정 1척이 서해 NLL을 침범했다.
전날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당국 간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고 공식 제의했다. 이번 추석 기간 남북관계의 새로운 국면 전환 가능성이 열린 셈이지만, 북한이 이에 호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윤석열정부가 북한을 ‘주적’으로 간주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남한과 인도적 분야에서 협력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달 윤석열정부와 절대로 상대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북한 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대남·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위원인 김여정 당 부부장은 앞서 지난달 1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자신의 명의로 실은 담화에서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전날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을 제의한 직후 한·미가 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4년8개월 만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힌 데 대해 북한이 반발하며 무력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DSCG는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당국이 ‘2+2’ 형태로 확장억제의 실효적 운용방안을 논의하는 차관급 협의체로, 이번 회의는 지난 5월 한·미 정상의 조기 재가동 합의에 따라 개최된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이 적대국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2016년 12월에 출범한 EDSCG는 2018년 1월 2차 회의를 끝으로 중단됐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되는 등 한반도에 훈풍이 불자 자칫 EDSCG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군 관계자는 “김여정 부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 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남북 간 회담을 이야기한 직후 EDSCG 회의 개최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표하고, 무력도발로 연결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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