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치면 자동 핵공격' 北 선제타격 위협 이어 핵법제화까지

김지헌 2022. 9. 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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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무기 다양화..전술핵 개발 핵실험 등 핵전쟁 태세도 강화 의지
2일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북한 김정은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회의 2일회의가 지난 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권 붕괴라며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2022.9.9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이 핵무기 전력, 즉 '핵무력'을 어떤 경우에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법으로 규정했고, 그 내용 또한 공격적으로 소형화한 전술핵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핵무기 사용 명령 권한을 김정은 국무위원장만 갖도록 지휘·통제권한을 일원화했으며, 유사시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지휘부가 공격을 받을 경우 자동으로 핵 타격을 가한다는 조항도 명시해 시선을 끌고 있다.

전날 폐막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돼 9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북한 핵무력 정책 및 법령은 최근 이어진 핵 사용 관련 김정은 국무위원장 발언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핵 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중략)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2016년 7차 당대회 때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공언을 거둬들이는 발언으로, 핵무기를 상대 공격을 억제하는 '억지전력'으로만 두지 않고 평시에 먼저 사용할 수 있다는 공세적인 '핵 독트린'(교리)으로 해석됐다.

핵의 선제 사용이 가능하다고 시사했던 북한은 이날 핵무력 법령을 통해 어떤 경우에 선제 사용할 것인지 방향성을 드러냈다.

법령은 "국가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 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고 밝혔다.

적대세력이 김 위원장 등 수뇌부를 향해 핵이 아닌 재래식 무기를 이용해 공격을 가하더라도 핵으로 반격에 나서도록 이미 작전계획을 수립해뒀다는 의미다.

이는 '핵을 억지하는 수단으로서의 핵'이라는 통상적인 핵 억지와는 차원이 다른 방식으로 핵 사용 조건을 더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동 핵타격' 외에 북한은 핵무기 사용 조건으로 5가지 경우를 법령에 적시했다.

핵이나 기타 대량살상무기(WMD)에 의한 대북 공격, 지도부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또는 비핵 공격, 주요 전략 대상에 대한 치명적 군사적 공격 등인데 여기서 이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고 명시했다.

즉 실제 공격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단지 북한 스스로 곧 이뤄지리라 판단하기만 해도 핵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남한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저지하고자 구축 중인 '3축 체계'에 대응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3축 체계는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말한다.

북한은 또 전쟁 장기화를 막고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된 경우, 기타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도 사용 조건에 포함했다. 모두 '북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핵을 쓸 수 있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북한 ICBM 화성-17형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북한은 이런 공세적인 핵 독트린을 법령을 통해 구체화, 정교화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전술핵무기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하는 수백 kt(킬로톤·1kt는 TNT 1천t 폭발력) 수준의 전략핵무기는 아무리 공세적 사용을 천명했더라도 사용에 따르는 후과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고, 이를 탑재할 ICBM의 완성도가 아직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국지전 등에서 전술적 목적의 달성을 위해 사용하는 전술핵무기는 수십 kt 단위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북한은 현재 준비를 마무리했다고 평가되는 제7차 핵실험에서 폭발력을 메가톤 단위로 키우기보다는 전술핵 수준으로 폭발력을 조절하는 식으로 전술핵무기 완성도를 높이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북한은 전술핵무기 보유 수량을 늘리려 할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최근 북한이 주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탑재용인 핵탄두 20∼30기를 완제품으로 보유했다고 추정한 바 있다.

연구기관에 따라 북한의 핵탄두 보유 수량 추정은 많게는 60기 이상까지 늘어나는데, 북한은 '자동 핵타격' 등 수립한 작전계획에 따라 이 물량을 최대한 확대하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탄두 물량 확보뿐 아니라 투발수단 다양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초부터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유도 기능이 있는 초대형 방사포,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시험 발사한 북한은 최근 레이더 포착이 쉽지 않은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횟수도 늘리고 있다. 이들 전력에 모두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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