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 중에 어디가 더 쌀까..PER이란 [주경야독]

고득관 2022. 9. 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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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기자]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으로 국내 상장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작년의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 열에 아홉은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3년(2019~2021년)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이 계속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고(高)PER주'를 찾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 2022년 9월 5일 매일경제

제목 그대로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중에 어느 회사가 더 저평가돼있을까요? 주식 왕초보라면 네이버 주가는 23만원선이고 카카오는 7만원이니 카카오가 더 싸다고 할 겁니다. 이 단계를 지나면 네이버 시가총액은 38조원대, 카카오는 31조원대이니 카카오가 더 싸다고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네이버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카카오보다 더 높으니 카카오가 더 저평가라는 분석을 한다면 초보 딱지는 확실히 떼도 될 듯 합니다.

증시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용어임에도 PER을 이해하고 주식 투자를 하는 개미분들은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용어자체만 보면 굉장히 난해할 듯 하지만 막상 들어보면 개념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돈 잘 벌고 주가는 싼 기업=PER이 낮은 기업

이름 안에 답이 있습니다. PER은 'Price-to-Earnings Ratio'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주가수익비율이라고 합니다. 간혹 'P/E'라고 쓰기도 합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것입니다. 'PER=주가/주당순이익', 이 공식을 이해하시면 됩니다. 분모인 주당순이익과 분자인 주가에 각각 발행주식수를 곱해봅시다. 분모는 당기순이익이 되고 분자는 시가총액이 되죠. 'PER=시가총액/당기순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즉 PER은 현재 그 기업의 시가총액이 당기순이익의 몇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삼성전자의 PER을 직접 구해보겠습니다. 삼성전자의 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40조8746억원입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9조9074억원이었습니다.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 8.54가 삼성전자의 PER이 됩니다. 보통 8.54배라고 씁니다.

PER은 낮으면 낮을수록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입니다. 돈은 잘 버는데 주가는 낮은 기업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PER이 높은 종목은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도 한번 보겠습니다. 삼성전자 PER이 8.54배라는 것은 삼성전자에 투자했을 때 그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까지 8.54년이 걸린다는 의미입니다. 삼성전자 지분을 100%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삼성전자가 벌어들이는 연간 수익을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투자금을 빨리 회수하는 게 좋으니 PER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습니다.

같은 기업이라도 매년 당기순이익이 달라지니 PER도 변합니다. 어떤 회사가 작년에 100억원을 벌었고 주가는 1만원이었다고 가정합시다. 올해 200억원을 벌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가가 여전히 1만원이라면 PER은 절반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주가는 그대로 있지만 주가는 이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저평가된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PER 8.54배는 높은 건가요? 낮은 건가요?
[이승환 기자]
어느 한 기업의 PER만 보고 높다, 낮다를 판단하긴 쉽지 않습니다. 한국거래소의 집계를 보면 현재 코스피 시장의 PER은 10.49배입니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평균 PER보다 더 낮죠. 코스피 대장주가 코스피 평균보다 더 저평가돼있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기업들의 주가 수준을 비교할 수 있다는 게 PER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한번 보겠습니다. 네이버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에서 일본 라인 관련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PER은 26.19배입니다. 카카오의 PER은 18.92배입니다. 네이버의 PER이 더 높으니 네이버가 더 고평가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PER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2억원짜리 오피스텔을 대출 없이 매수해 월 30만원의 월세를 받는 것과, 연 4% 금리로 5억원을 대출 받아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서 월세 200만원을 받는 것 중에 어느 게 더 나은 투자일까요? 오피스텔 투자의 경우 PER이 41.7배, 아파트 투자는 62.5배입니다. 오피스텔 투자가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오피스텔에 투자할 거면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게 더 낫습니다.

다만 PER은 만능이 아닙니다. 순전히 현재의 이익과 주가만을 반영한 것입니다. 기업의 성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를 하지 않는 것이죠.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큰 기업들은 대체로 PER도 높습니다. 대표적으로 바이오나 IT 기업들이 그렇습니다. 주가는 기업의 성장성을 일정 부분 선반영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아직 실적은 가시화되지 않는 경우 PER은 터무니 없는 고평가로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은행업과 같은 규제산업의 경우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크기 때문에 주가도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고 PER로 보면 저평가된 주식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공모가도, 목표주가도 구한다...PER의 마법

PER을 이용해서 적정한 기업 가치를 산출할 수도 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기업의 목표주가를 제시하거나 IPO(기업공개)를 하는 기업들이 공모가를 산출할 때도 PER을 자주 씁니다.

'PER=시가총액/당기순이익', 이 공식을 변환하면 됩니다. PER에 당기순이익을 곱하면 시가총액이 나오는 것이죠. 이때 PER은 비슷한 사업을 하는 다른 기업의 평균 PER을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카카오와 비슷한 모바일 플랫폼 기업이 있다고 합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원이었습니다. PER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평균치인 22.55배를 적용하겠습니다. 그러면 이 신규 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시가총액, 즉 기업가치는 22조5500억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모가를 산정할 때 비교대상기업 선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비교대상기업의 PER이 높아야 IPO 기업의 몸값도 덩달아 올라갑니다. 국내사업만 하는 기업인데도 비교대상기업으로 굳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을 끼워넣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뉴욕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은 대체로 PER이 국내 상장사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처럼 증시가 부진해 전반적으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는 동일한 기업이라도 과거와 같은 몸값을 받기가 힘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를 산출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작지만 큰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과거의 실적이 아니라 내년이나 내후년의 실적을 예상해 이를 토대로 목표주가를 제시합니다. 전망이 들어가기 때문에 증권사 목표주가는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주경야독,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장이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홀로 꿋꿋이 공부하는 개미들의 편에 있겠습니다. '주'식과 '경'제 이'야'기를 쉽게 풀어 여러분의 '독'학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주경야독은 매주 금요일에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알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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