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0년 '욕받이' 그러나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SSG도 없다

정철우 2022. 9. 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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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쓰면 안된다고 하지 않는가. 올 해야 말로 대안을 만들 것이다."

SSG(전신 SK) 한 선수를 두고 한 감독이 한 말이다. 그렇게 지난 10년 간 SK(현 SSG)의 욕받이였던 선수가 있다.

화려한 플레이에는 강했지만 평범한 실책이 너무 많았던 선수다. 실수가 나올 때 마다 그를 대신할 선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SSG는 SK 시절부터 꾸준히 그의 자리를 차지할 선수를 찾고 또 찾았다. 하지만 늘 그 자리를 맴돌았다. 유망주도 육성해 보고 FA도 영입했다. 이제 겨우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SSG는 여전히 그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SSG 내야도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SSG 김성현(오른쪽)이 호수비를 한 뒤 투수 김광현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주인공은 SSG 내야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김성현(35)이다.

김성현은 2006년 SK서 데뷔해 2014시즌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122경기)을 뛰었다. 그 이후 한 번도 100경기 이하로 뛴 적이 없었다. SK 내야의 핵심 자원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를 빼라는 원성이 늘 따라 다녔다. 20개 이상의 실책을 두 번이나 기록했을 정도로 실책이 많았기 때문이다.

유격수와 2루수 모두 불안함을 노출했다.

기가 막힌 파인 플레이도 많았지만 기본적인 타구를 실책해 분위기를 넘겨주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는 선수가 됐다.

김성현을 더 이상 쓰지 말라는 협박 아닌 협박이 구단으로 매 년 매 시즌 날아 들었다.

SK 지휘봉을 잡는 감독 마다 "김성현을 대신할 선수를 찾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제자리였다. 김성현을 쓰지 않고는 팀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김성현 만큼 해 줄 수 있는 선수도 찾기 힘들었다.

김성현은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나가라면 나가고 나오라면 나왔다. 그럼에도 꾸준히 좋은 타율을 유지했다.

매년 100경기 이상을 뛰면서도 타율은 0.270 이하로는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2018시즌 0.246을 기록한 것이 최저 성적이었다. 그의 포지션이 유격수와 2루수 멀티 플레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마저도 그리 나쁜 성적이라고 할 수 없다.

김성현이 없었다면 SSG 내야 역사는 크게 흔들렸을 수 있다. 실책이 많기는 했지만 김성현 만큼 꾸준한 타격 성적을 내며 자리를 지킬 선수를 찾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다.

올 시즌에는 정말 자리가 없을 줄 알았다. SSG는 정근우 이후 처음으로 3할 유격수(박성한)를 얻었고 2루수엔 최주환이 FA로 이적 했다. 김성현에게 돌아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최주환이 부상과 부진으로 장기 공백을 가지며 SSG는 다시 김성현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SSG의 2루는 다시 김성현의 몫이 됐다.

반대로 김성현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 하는 상상이 두려움으로 바뀔 정도가 됐다.

올 시즌에도 김성현은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벌써 112경기에 출장했다. 타율은 0.209로 대단히 낮아졌지만 임팩트 있는 한 방은 아직 살아 있다. 2루를 지켜내 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SSG 한 관계자는 "매년 가장 많은 욕을 먹는 선수는 김성현이었지만 김성현이 필요해 쓴 것은 분명 팀의 수요 때문이었다. 팀 수비에 없어선 안될 선수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이었다. 김성현이 없었다면 SSG(SK 포함)의 내야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 같은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욕을 먹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 낸 김성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적어도 10년 세월 동안 그 보다 많은 욕을 먹은 SSG 선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성현은 굴하지 않았고 팀을 위해 자신의 노력을 바쳤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이 쌓은 전력이 지금의 힘이 되어 SSG를 1위로 이끌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SSG의 10년 욕받이 김성현. 그의 야구도 언젠가는 재평가를 받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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