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권영세 통일, 북측에 공식 제의
"소수인원 일회성 상봉으론 부족
일자·장소 등 北 판단 적극 고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13만3654명) 가운데 8월 말 기준 생존자는 32.7%인 4만3746명뿐이며 이들 평균 연령은 82.4세이다. 권 장관은 담화에서 “체제와 이념의 차이가 가족을 갈라놓을 수는 없다”며 “한 달에만 이산가족 400여분이 세상을 떠난다. 남아계신 4만여분도 80∼90대의 고령”이라고 전했다. 이어 “남북 당국이 아픈 현실을 솔직하게 대면해야 한다”며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권 장관은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다”며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회성 상봉과 같은 방식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남북이 만나서 생사 확인과 서신교환, 수시 상봉 등 근원적인 해법을 모색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장관은 “정부는 언제든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이산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모든 노력을 기울여나갈 준비가 돼 있다”며 회담 일자와 장소, 의제, 형식 등에 대해서는 북측의 판단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권 장관의 이날 담화는 남북 간 정치·군사적 상황과 별개로 인도주의적 분야에선 언제든지 교류·협력, 지원하겠다는 윤석열정부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북한이 권 장관의 제의에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북한의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지난 5월 방역 물품 지원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통지문을 수령하지 않으며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정책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절대로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정부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북한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전격 제안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인 상황이지만, 정부는 북한이 제안을 무시하거나 비난하고 나설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보이고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8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고 제안하면서 ‘인도적 차원’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산가족 문제는 추석이기에 더욱 절실한 문제”라며 “남북관계에 있어서 전제가 되고 선후관계가 따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산가족 제의를 통해서 다른 남북관계 문제가 같이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 장관은 이날 ‘제41회 이산가족의 날’ 행사에서도 “이제야말로 남북의 당국이 나서서 이념과 정치와 체제를 내려놓고 정직하게 이 문제를 직면해서 주저 없이 신속하게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그는 또 “70여년간 상대방에 가로막혔던 이 문제를 제가 일거에 풀 수 있다고 장담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여러분 앞에서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의 피맺힌 심정으로 이 문제를 가슴에 새기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대남·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위원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19일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남북 회담 제안을 놓고 일각에선 ‘정치적 차원’의 고려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과 우리 정부의 북한 인권정책 등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거칠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도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은 국내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여론의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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