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김선영 2022. 9. 9. 09: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해결 위해 남북회담 갖자"
권영세 통일, 북측에 공식 제의
"소수인원 일회성 상봉으론 부족
일자·장소 등 北 판단 적극 고려"
정부가 8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갖자고 공식 제안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당국 간 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 문제 논의할 것을 북한당국에 공개적으로 제의하고 있다.   뉴스1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추석 연휴 하루 전인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장관 명의의 담화 발표를 통해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담화 발표 즈음해 권 장관 명의로 리선권 북한 통일전선부장에게 같은 내용의 대북 통지문 발송도 시도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13만3654명) 가운데 8월 말 기준 생존자는 32.7%인 4만3746명뿐이며 이들 평균 연령은 82.4세이다. 권 장관은 담화에서 “체제와 이념의 차이가 가족을 갈라놓을 수는 없다”며 “한 달에만 이산가족 400여분이 세상을 떠난다. 남아계신 4만여분도 80∼90대의 고령”이라고 전했다. 이어 “남북 당국이 아픈 현실을 솔직하게 대면해야 한다”며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권 장관은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다”며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회성 상봉과 같은 방식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남북이 만나서 생사 확인과 서신교환, 수시 상봉 등 근원적인 해법을 모색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장관은 “정부는 언제든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이산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모든 노력을 기울여나갈 준비가 돼 있다”며 회담 일자와 장소, 의제, 형식 등에 대해서는 북측의 판단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권 장관의 이날 담화는 남북 간 정치·군사적 상황과 별개로 인도주의적 분야에선 언제든지 교류·협력, 지원하겠다는 윤석열정부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북한이 권 장관의 제의에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북한의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지난 5월 방역 물품 지원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통지문을 수령하지 않으며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정책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절대로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8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 별관 이산가족 화상상봉센터에서 직원들이 화상 상봉 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 무시해도 지속 제안” 의지… 남북관계 개선 물꼬 트기

정부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북한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전격 제안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인 상황이지만, 정부는 북한이 제안을 무시하거나 비난하고 나설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보이고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8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고 제안하면서 ‘인도적 차원’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산가족 문제는 추석이기에 더욱 절실한 문제”라며 “남북관계에 있어서 전제가 되고 선후관계가 따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산가족 제의를 통해서 다른 남북관계 문제가 같이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8월 처음 시작돼 2018년 8월까지 총 21회 열렸다. 화상상봉까지 더하면 28회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로 한반도 정세가 급랭하면서 4년 넘게 재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2018년 9·19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됐던 상설면회소 개소와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은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권 장관은 이날 ‘제41회 이산가족의 날’ 행사에서도 “이제야말로 남북의 당국이 나서서 이념과 정치와 체제를 내려놓고 정직하게 이 문제를 직면해서 주저 없이 신속하게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그는 또 “70여년간 상대방에 가로막혔던 이 문제를 제가 일거에 풀 수 있다고 장담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여러분 앞에서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의 피맺힌 심정으로 이 문제를 가슴에 새기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담화 발표 이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 북한에 대규모 쌀 지원을 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정부는 이런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 특별한 유인책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남북 당국 간 회담) 제안을 북한이 무시하거나 이 제안을 비난할 경우에 복안이나 대안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지속적으로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8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 별관 이산가족민원실에서 직원들이 지난 8월말까지 접수된 이산가족 신청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이번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측의 호응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선의만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정부가 추석 등을 계기로 공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제의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면서도 “북한의 호응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방적 제안으로 인식해 전통문도 수령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대남·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위원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19일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남북 회담 제안을 놓고 일각에선 ‘정치적 차원’의 고려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과 우리 정부의 북한 인권정책 등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거칠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도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은 국내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여론의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