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단골 공약 '경기북도신설'..김동연 '특별자치도'는 다를까
2026년 김 지사 임기중 완성 목표로 추진
8일 제출한 道 2차추경안 용역예산 포함
고양시·타지자체 반대 해결해야 할 과제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보름여 앞둔 5월 14일.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김동연 더불어민당 당시 후보는 의정부시에 소재한 경기도 북부청사를 찾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이라는 공약을 발표했다.
282만7593표를 얻은 김동연 후보는 281만8680표를 득표한 김은혜 후보를 8913표로 따돌리고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이를 두고 김민철 의원을 비롯한 경기북부지역 더불어민주당 정치권에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한 이 지역 주민들이 김동연 지사가 제시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공약으로 일부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만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공약이 이 지역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민선 8기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22일 발간한 인수위 백서 ‘경기도가 미래입니다’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김동연 지사는 특별자치도 설치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임기 내 완성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취임 후 바로 경기북도 설치를 위한 정규조직을 구축할 것”이라며 “경기북부를 대한민국 성장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방향성은 분명하다”고 밝힌바 있다.
김 지사가 제시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 신성장 잠재력을 지닌 경기북부가 독자적 비전으로 발전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특별한 지원이 보장되고 특별한 자치권이 부여된 지자체’로 제시하고 출범 목표 연도를 2026년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북부를 담당하는 행정2부지사를 중심으로 특별자치도 추진단을 구성하고 특별자치도 구성방안을 설계한다.
이어 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해 국회와 정부 관련부처, 지자체,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한 공론화 위원회를 만들어 토론회·공청회 등을 통한 주민 공감대를 형성한 뒤 주민투표 등의 방법을 통해 최종 의사를 확인한다.
도민들의 의사를 반영한 특별법을 국회에서 입법·발의해 통과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김동연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성사 가능성은?… 35년간 선거 단골 메뉴
김 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정책과 맥락이 비슷한 경기북도 신설안은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처음 제시된 이후 이후 35년 동안 거의 모든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거론될 정도로 경기북부지역에선 중요한 이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철(의정부 을) 국회의원은 지난해 12월 ㈜리얼미터에 의뢰해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기북도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이 44.6%로 반대(37.3%)에 비해 7.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응답자 중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의 경기북도 신설 찬성 의견은 58.4%로 전체 경기도민 중 찬성율 보다 높았다.
이는 6·25전쟁 이후 수십년에 걸쳐 쌓여진 경기북부지역에 대한 수많은 규제와 남쪽으로만 향하는 정부의 개발정책으로 인해 이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에 대한 해결책은 경기북도를 신설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 경기북부 인구는 약 390만명으로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눠서 광역지자체 인구를 비교하면 서울과 경기남부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하지만 재정자립도(2020년 기준)는 북부가 28.2%, 남부가 42.9%로 격차가 큰데 이는 북부지역에 산재한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수많은 규제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동연 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과거 국회 차원에서 발의된 수많은 분도법안이 담은 경기남도·경기북도의 단순한 분리가 아닌 경기북부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하는데 초점을 맞춘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김 지사 역시 최근 여러 자리에서 과거의 분도론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도 많아…道 “공론화 통해 추진”
지금까지 발의된 수많은 경기북부 신설 법안 중 단 하나도 국회 상임위 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경기북부지역도 수도권으로 인식하는 타 지역 의원들의 반대에 가까운 무관심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김 지사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 역대 그 어떤 도지사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암초를 만났다.
최근 경기북부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고양시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공식화한 것.
지난달 말 김동연 지사와 도내 31개 시·군 단체장들 간 상견례의 일환으로 열린 ‘민선 8기 경기도지사-시장·군수 간담회’에 참석한 이동환 고양시장이 이날 작성하기로 한 도지사-시장·군수 간 합의안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모든 시·군이 공동 노력한다’는 사안에 반대 입장을 내면서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경기북도 신설에 소극적이라는 고양시의 입장이 최초로 공식 확인된 것으로 김 지사가 추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과정에 파장이 예상된다.
경기도는 특별자치도 설치 타당성 연구용역을 통해 이를 헤쳐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한 타당성 연구용역을 위한 예산만 확보되면 모든 행정적 절차는 마무리된다”며 “김 지사가 선거때부터 공약한 전체 도민을 대상으로 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는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기본계획’ 등 내용을 담은 타당성용역 예산 2억 원을 편성해 8일 경기도의회에 제출했다.
정재훈 (hoon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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