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처분"..루비콘강 건넌 이준석, 정치적 앞날은?

박기범 기자 2022. 9. 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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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이어 정진석 비대위 '가처분 신청'..尹·윤핵관 연일 겨냥
친윤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다" vs 비윤 "우리가 당 장악하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길 콘서트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9.4/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와 연일 각을 세우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의 앞날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0선, 30대 당 대표'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차세대 보수주자로 떠올랐지만, 자신이 대표를 맡았던 당 소속 대통령을 비판하고, 위기 수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해 강경대응을 이어가면서 그를 향한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의원들 다수가 이준석 전 대표를 되게 싫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법원이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 이후 13일만에 5선의 정진석 의원을 새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지만, 이 대표는 곧바로 가처분으로 맞대응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 측 법률대리인단은 전날(8일) 정 비대위원장을 대상으로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5일 당 전국위가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해 의결한 당헌 개정안에 대해서도 효력 정지를 청구했다.

같은 날 오전 당이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정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자마자 비대위에 대한 두 번째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앞서 주호영 비대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주호영 비대위'가 17일 만에 막을 내리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법적 대응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등을 상대로 한 여론전도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나는 돈에 관심 없어요'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그 사람은 돈에 미친 사람"이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는 "제 머릿속에는 어려운 글로벌 경제 위기와 우리가 입은 재난에 대해 국민을 어떻게 살필 것인지 그것 외에 다른 생각을 근자에 해본 적이 없다"고 한 윤 대통령을 겨낭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또 같은 날 권성동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란 표현이 '조롱의 언어'라고 하자, 과거 권 원내대표가 "저 윤핵관인거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한 영상을 공유하며 "윤핵관이란 용어로 상처받는다고요? 윤핵관이 조롱의 언어라고요?"라고 힐난했다.

권 원내대표가 정진석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한 지난 7일에는 강아지 사진과 함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사진으로 정 위원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8일 오전 국회로 출근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9.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정치권에선 전직 당 대표가 자신이 속한 당을 향해 법적다툼을 이어가고 당 소속 대통령, 핵심인사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하는 것을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의 강경대응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연일 당 혼란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새 비대위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한 이 전 대표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하태경 의원조차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의원들 다수는 이준석 대표를 되게 싫어하고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이 이준석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은 당내 여론은 이 전 대표의 당내 입지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져 그의 정치적 미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이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에 대해 "더 이상 국민의힘과 함께 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라며 "윤석열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에 방해가 되고, 역기능을 낳는 결과가 되고 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게 아닌 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경고했다.

당 일각에선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전 대표를 향한 친윤계의 압박과 비대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는 만큼 이 전 대표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대위를 반대하는 당원 모임인 국바세(국민의힘 바로세우기)와 김웅, 허은아 의원 등이 이에 앞장서고 있다. 김웅 의원은 앞선 토크콘서트에서 "당을 장악해야 한다. 부끄럽지 않은 국민의힘을 만들어보겠다"며 이 전 대표를 향한 압박에 정면 대응을 시사했다.

다만 당 내홍 장기화는 이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정치권은 바라보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과거 계파갈등으로 탄핵을 겪었다. 갈등이 장기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큰 곳"이라며 "이 전 대표에게 우호적이었던 지지자들도 갈등이 장기화됨에 따라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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